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반가운 이유는, 여기서부터는 홍수 피해를 별로 입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기까지 오면서 홍수의 영향 때문에 심적 부담이 컸었다.
주로 강
주변길을 루트로 삼다보니 침수로 인한 진입불가 구간들을 우회해야 했었고, 숙식 문제 또한 지장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의의 재난을 당한
지역주민들에게 여행이란 테마로 다가가는 우리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슬로바키아로
들어와서 길거리 점심을 먹는다.
국경에 세
나라가 인접하다 보니 아침,점심,저녁을 각각 다른 나라에서 먹기도 한다.
검문소의
흔적만 남은 국경을 넘어 우리의 유럽 일정 중 마지막 쉥겐조약 국가인 헝가리에 들어왔다.
지금까지는
유로화를 썼지만 여기서부터는 화폐가 바뀐다.
숙박업소에서는 유로화도 받기는 하는데, 그 외 상점들은 자국 화폐만
받는다.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씨티은행을 찾는 건 예전에 포기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씨티은행을 본 국가는 벨기에뿐이다.
타은행에서
찾을 때 수수료는 인출 금액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한 번에
60만 원 정도씩 인출했었던 우리 경우엔 5천 원에서 7천 원 정도 했었다.
첫 번째로
보이는 캠핑장에서 가격을 물어보니 서유럽보다 비싸다.
국경
근처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업소들의 가격은 대체로 거품이 있는 것 같다.
시간도
이르니 그냥 통과다.
국경에서 좀
더 떨어진 마을로 들어가서 캠핑장 하나를 찾았다.
헝가리
사람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중유럽이라고 생각한다는데 한국인의 눈엔 여기서부터 동유럽이다.
캠핑장에서부터 소득 수준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캠핑카도 안
보이고 여유로운 자전거여행자들의 모습도 보기 어렵다.
우리가
묵었던 캠핑장의 위치는 지도의 우측 하단에 보이는 Mosonmagyarovar(@#%&*$^?@$?) 란 마을에 위치해
있다.
이건 지극히 내 주관적인 판단인데, 주행거리 5,000km가 넘었으니 짐받이
볼트에 충격이 누적됐을 테고 달리다가 부러지면 짐의 무게로 인해 사고의 위험이 있거나 자전거가 파손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짐받이 고정
볼트를 새것으로 바꿔 주었다.
다음 날
아침 한산한 캠핑장을 나섰다.
서유럽에서
갑자기 중국으로 다시 온 기분이다.
사람들의
모습이 소박하다.
중국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저 누더기
도로를 달리다가 구덩이에 잘못 들어갔다간 자전거 바퀴가 휘어질 것이다.
Gyor(죄르) 란 도시에 들어왔다.
국경을
넘어서 이렇게 규모가 있는 도시에 처음 들어왔을 땐 주민들에게 물어서 안내소를 먼저 찾아가는 걸
권한다.
시내 지도와
부다페스트, 헝가리 전도까지 무료로 받은데다가 쉬운 영어를 최적의 속도로(천천히) 구사하는 직원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헝가리
시민들의 표정에서 서유럽 국민들의 다정함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기초질서에 대한 준법 수준은 아직까지 서유럽과 비슷하다.
우린
동유럽으로 넘어 오기전 물가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었다.
굳이
검색까지 할 필요도 없이 오스트리아의 반 정도 밖엔 안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천만의 말씀이고 만만의 콩떡이었다.
생각보다
비쌌지만 가끔은 분위기 좋은 곳에서 밥 먹는 걸 좋아하는 박대리를 위해 눈 딱 감고 음식을
시켰다.
40,000원짜리 런치 식단인데, 가격은 둘째 치고 너무
짜다.
피자
토핑으로 들어간 해산물도, 치즈도, 빵도 모두 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헝가리는 육지에만 둘러싸여 있는 데다가 기후의 영향으로 모든 음식을 짜게 먹는단다.
그래도 캠핑장 이용료는 좀 싸다.
모기도
피하고 싶고, 뙤약볕을 피해 편히 쉬고도 싶어서 하루 30유로(4만5천원)짜리 방갈로를
이용했다.
5,6월
유럽의 해는 무척 길다.
밤 9시가
넘을 때까지도 해가 지지 않는다.
그늘이 별로
없는 캠핑장에서 텐트 안의 온도는 사우나를 연상케 한다.
방갈로는 텐트를 쳤을 때보다 두 배 정도 비싸지만 자유롭게 취사도 할 수
있고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방갈로는 샤워실과 화장실까지 딸려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음악을
틀어놓고 오랜만에 편한 휴식을 취했다.
다행히 근처에 슈퍼마켓도 있었다.
사실 우린 여기에 도착했을 때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있었다.
밀린 빨래도
하고 하루 더 쉬기로 했다.
두 달
가까이 서유럽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헝가리의 첫 모습은 어둡고 무뚝뚝해 보였지만 좀 더 지내보니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서유럽
사람들처럼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보기 힘들지만 일단 대화를 해보면 대부분 친절하고 순수하다.
방갈로를
이용하면서 주차된 자전거에 실려 있는 매트리스를 볼 땐 약간의 행복을 느낀다.
캠핑장에서
매번 텐트 치고 매트리스 깔고 짐 정리했다가 다시 접어서 적재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먹고 자는게
중요한 자전거 여행은 사람을 사소한 것으로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사진을
뺄 수가 없는 이유는, 이 소시지가 유럽에서의 마지막 '맛있는 소시지' 이기 때문이다.
서유럽은
슈퍼에서 좀 비싸고 맛있어 보이는 소시지를 고르면, 실제로도 맛있고 비싼 값을 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사진 이후로 우리를 만족시킨 소시지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다음 날 짐을 챙겨 캠핑장을 나섰다.
난 이번
여행에서 지출 장부를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비용은 산정하지 못했지만, 서유럽에서의 2개월 경비는 우리를 웃게 만들 정도로 적게
들었다.
장비(버너,코펠,패니어,침낭) 구입비를 빼면 중국에서보다 반정도밖에
쓰지 않았다.
절약의 1등
공신은 단연 '웜샤워 사이트' 와 캠핑장이었다.
동유럽은
캠핑장이 별로 없고, 숙박업소 비용도 서유럽에 비해 크게 싸지 않으니 자전거 여행이라면 오히려 서유럽이
경제적이다.
더군다나
동유럽부터는 웜샤워 성공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언급을 할 예정이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향해 간다.
표지판에
120km 남았다고 하니 이틀 거리이다.
헝가리에
들어와서부터 유로벨로가 이상하다.
서유럽에서는
강물이 넘친 구간을 빼면 거의 자전거 전용 도로로만 되어 있었는데 여긴 갓길도 없는 국도와
합쳐진다.
다른 자전거
여행자도 이젠 보이지 않는다.
노란색
반사조끼를 꺼내 입으면서 약간 비장한 기분이 들었다.
박대리는
핸들을 꽉 잡고 잘 따라오라는 내 당부에 긴장하고, 난 엄청난 지구력에 비해 순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박대리 때문에
긴장한다.
이 캠핑장까지 오면서 갓길 없는 유로벨로로만
왔다.
이제부턴 주행 안전에 더 집중을
해야겠다.
박대리 자전거의 브레이크 패드도 새걸로 교체하기로
했다.
자전거여행에서 펑크 때우기는 기본 항목이고( '자전거 펑크'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펑크수리에 관한 포스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기여행을 한다고 하면 브레이크 패드 교체법과 드레일러(변속기) 세팅법까지는 숙지해서 가는 게
좋다.
별로 어렵지
않다.
원리를
이해하면 쉽게 익히겠지만, 원리를 몰라도 외울게 그리 많지 않다.
내 자전거는
이미 벨기에에서 브레이크 패드를 한번 교체했었고, 박대리 자전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패드가
예상했던 대로 많이 닳아 있다.
뒷 쪽은 V브레이크(림브레이크) 인데 역시 많이 마모되어 있어서 새것으로
교체했다.
부품은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정비를 모두
끝내고 다시 부다페스트를 향해 출발한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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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첫댓글 하늘은 비슷해 보이는데 그 아래 풍경은 사뭇 다르게 느껴지네요..
담에 유럽가면 저도 꼭 유로벨로를 함 달려보렵니다!!! ^^
오스트리아를 동유럽으로 넣으면 엄청화내는데 헝가리도 그런게 있나보네요 ㅎㅎ
홍수를 잘피해다니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맑은날만 있는거죠 ㅋ
80년대에 창고에 박아둔 텐트가 상태가 어떨지 궁금하다^^
한때 미국의 온갖 파크들을 누볐는데...
맥가이버가 아님 이런 장거리바이킹은 어려울듯 합니다.
굉장해요
박대리가 복이 많네요
또한 김기사님 혼자의 여행도 상상이 안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