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 이송희
건물과 건물 사이 사내가 끼어 있다
일주일째 야근으로 쌓여가는 담배꽁초 잔뜩 쌓인 불만을 몇 개피
째 피우는 사내 며칠을 끙끙대다 사장 에게 제출한 접혀진 서류 속
에 사내가 끼어 있다 꼭꼭 누른 성깔머리, 새치처럼 빠져나와 사람
좋은 웃음으로 공과 사를 덮어 두고 짜디짠 월급봉투 기다리는 아
내가 봇물 터지듯 내뱉는 잔소리를 떠올리며 고랑 같은 주름을 이마
에 새기는 사내, 게시판을 메우는 승진 발령 소식들 자꾸만 미끄러
져 깁스한 시간들 과장과 부장 사이에 사내가 끼어 있다
노을과 뒷산 사이에 지는 해가 걸려 있다
―『대명사들』(다인숲,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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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먹거리 중에 대중화된 햄버거가 시재입니다
우리 민족의 쌈과 비슷한 방식으로 빵 사이에 온갖 재료를 끼워 둔 간편식입니다만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낀 사내를 대입하니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불만과 만족 사이에 끼어 공과 사가 엇갈리기도 하며 오늘과 내일이 삐져나옵니다
영양이 균형잡힌 햄버거라고 유난하게 광고하지만
삼시세끼를 모두 그걸로 해결할 순 없잖아요?
여름을 재촉하는 요즘에는 식은 밥 상추 몇 쌈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