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영, 가족 22-46, 아버지 첫 기일
일주일간의 자가 격리가 해제되었다.
한 방에서 세 사람이 지내느라 힘들었을 텐데, 생각보다 잘 견뎠다.
소독하고 방문을 활짝 열었다.
어머니께 은영 씨의 해제 소식을 가장 먼저 전했다.
"엄마, 안녕하세요? 밥 먹었어요?"
"은영이가? 많이 힘들었제? 목소리는 괜찮네."
어머니는 딸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20일이 아버지 기일인데 제사는 19일에 지내야지.
대구에서 음식 해온다고 하긴 하는데, 그래도 준비할 게 좀 있다."
어머니의 말씀에 아차 싶었다.
코로나로 경황이 없어 아버지 첫 기일을 깜빡할 뻔했다.
"어머니, 은영 씨가 무얼 준비하면 될까요?"
"제삿상에 놓을 전이 필요해요.
큰아가 대구에서 과일이랑 고기는 다 사온다고 했는데, 은영이는 시장에서 전을 좀 사오면 좋겠다."
"그럼 잘 하는 곳 알아보고 은영 씨와 준비하겠습니다."
어머니와 통화하고 전 잘하는 집을 두루 물었다.
거창재래시장 안에 전집이 두 곳 있는데, 창성그릇 근처 전집이 깨끗하고 맛있다는 정보다.
18일 은영 씨와 전을 맞추면 19일 큰오빠 오는 길에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와 의논하려고 다시 연락했다.
하지만 전도 대구에서 해온다며 안 맞춰도 된다고 하셨다.
의논 끝에 제삿상에 놓을 수박과 밑반찬을 은영 씨가 사기로 했다.
18일, 은영 씨와 장보기에 나섰다.
마트에서 가장 색깔 좋은 수박 한 덩이와 쇠불고기 한 팩을 샀다.
반찬 가게에 들러 마른반찬 대여섯 가지를 골라 계산했다.
막 출발하려는데 어머니께서 전화하셨다.
"은영아, 혹시 반찬집에 김치 있으면 좀 사온나. 그집 김치가 참 맛있더라."
하지만 김치는 오후에나 나온단다.
어머니는 없으면 그냥 오라신다.
은영 씨는 옷 한 벌을 챙겨 어머니 댁으로 향했다.
시장 본 것을 거실로 옮겼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맞는 첫 기일이라 친척이 꽤 올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부산 사는 고모님은 사고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 못 오시고,
대구 큰아들 내외와 서울 작은아들과 혜찬이만 온다고 하셨다.
"은영이도 아버지 첫 제산데 있어야지. 아버지 제사 지내고 가거라."
어머니의 말씀이 무척 고마웠다.
당연한 일인데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오후에 김치 두 팩과 돼지불고기 한 팩을 더 샀다.
얼마 전, 어머니가 근처 큰집 이사할 때 가져다 놓은 라꾸라꾸침대를 꼭 필요한 동료가 있어
가져다 쓰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동료가 아버지 첫 제사로 은영 씨가 어머니 댁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복숭아 한 상자를 선물했다.
반찬과 복숭아를 들고 어머니 댁에 다시 들렀다.
어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전했다.
20일 오후, 은영 씨의 귀가를 돕기 위해 어머니 댁으로 향했다.
큰오빠 내외는 20일 아침에 대구로 갔고, 작은오빠와 혜찬이는 21일 서울로 올라간다고 했다.
은영 씨는 조카와 오빠에게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어머니는 제사 쓰고 남은 것이라며 과일 몇 개을 담아주신다.
"어머니, 고생 많으셨죠?"
"아니요. 아들이 다 해와서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은영이는 혜찬이가 만만한지 자꾸 혜찬이를 놀리더라고."
어머니께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
"은영 씨, 아버지 제사는 잘 지내셨어요?"
"예, 잘했어요."
아버지 첫 제사를 가족과 함께 지내고 돌아오는 은영 씨의 모습이 마치 개선장군같다.
2022년 8월 20일 토요일, 김향
딸로서 아버지 제삿날에 음식 챙겨가도록 거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딸이 챙겨올 수 있는 음식 이야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첫 기일 맞아 이것저것 의논하고 부탁하시는 어머니 말씀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아버지 기일에 가족들 모인 자리에 은영 씨 함께해서 감사합니다. 월평
첫댓글 "어머니, 은영 씨가 무얼 준비하면 될까요?"
"제삿상에 놓을 전이 필요해요. 큰아가 대구에서 과일이랑 고기는 다 사온다고 했는데, 은영이는 시장에서 전을 좀 사오면 좋겠다."
아버지의 첫 기일을 준비하는 딸 문은영 아주머니. 자녀로서 제 몫을 감당하며 사시네요. 저도 이렇게 입주자의 가족 관계를 돕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