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축구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케이리그 클래식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빅매치 중에 하나인 이른바 '슈퍼 매치'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 경기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안다. 물론 다른 팀의 열혈팬들이라면 '슈퍼 매치'에 대한 기대나 흥분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오로지 자신이 애정을 갖고 있는 팀의 경기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싶다.
그건 나 역시나 마찬가지다!
내셔널리그에 둥지를 튼 부산 교통공사의 팬인 나에게 케이리그 클래식이 자랑하는 '슈퍼 매치'나 '동해안 더비', '경인 더비' 혹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따위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에 지나지 않는다. 축구팬이라서 축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끌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경기들을 대충 눈대중으로 훑어보긴 하지만 누가 이기든 나랑은 상관도 없는 일이라서 흥분이나 설렘 같은 건 찾아보려고 해도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그 '훑어봄'도 내가 응원하는 부산의 경기가 없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지, 같은 시간대에 경기가 열린다면 아예 다른 경기는 완전히 내 관심권 밖에 자리할 뿐이다.
그런 나에게 11월 2일에 펼쳐지는 이 나라 축구 최고의 빅 이벤트는 결코 '슈퍼 매치'가 될 수 없다. 그 최고의 자리는 다름아닌 내셔널리그 마지막 라운드 경기들이 될 것이고, 그중에서도 부산 교통공사의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2013년 시즌 내셔널리그의 대미를 장식하는 27라운드 경기 일정이다.
이 경기 하나로 딱 한 장 남은 4강 플레이오프의 마지막 주인공을 가리게 되었다.
26라운드를 마친 현재까지 내셔널리그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울산은 이미 챔피언 결정전 자리를 확보하고 있고, 2위인 인천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다. 3위 목포는 경주 한수원과의 일전에 따라서 최종 순위가 결정이 되지만 3위냐 4위냐 그 차이가 있을 뿐, 이미 준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되어 있다.
문제는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되는 마지막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하냐는 데 있다. 현재 9위와 10위에 쳐져 있는 강릉과 천안은 이미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가 없는 상태라서 이 두 팀을 제외하더라도, 4위 창원시청부터 8위인 용인시청까지 누구라도 마지막 한 장의 4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각 팀들로 하여금 끝까지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희망을 안겨준다는 점이 2013년 내셔널리그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다.
부산의 경우에는 2위 인천 코레일과 겨루게 되어서 매우 불리해 보이지만 전국체전 금메달이라는 쾌거가 선수단에 엄청난 힘을 안겨주고 있고, 그 여세를 몰아 지난 26라운드에서 강호 목포시청을 어렵사리 제압했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런 만큼 아무리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인천을 상대한다고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인천의 경우에는 이미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상황이라서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도 큰 만큼 부산의 우위를 점치는 걸 놓고 열성적인 팬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허황된 바람'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산이 만약 승리를 하게 된다고 해도 곧바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경우에는 다른 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 운명이 좌우된다. 우선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창원시청이 울산을 상대로 해서 승리하면 그대로 창원시청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그렇지 않고 창원시청이 비기게 되면 부산과 승점은 같아지지만 골득실에서 뒤지기 때문에 부산이 우위에 있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부산이 4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변수가 덧붙어야만 한다. 그건 5위인 경주가 목포시청과 비기거나 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걸로도 부족하다. 6위 김해시청조차 비기거나 패해야 비로소 부산이 4강 플레이오프에 턱걸이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지금 부산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김해시청 역시 마지막 라운드 상대인 용인시청을 꺾고, 창원과 경주 둘 다 비기거나 패한다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가 있다. 이때는 부산이 승리하더라도 4점 이상을 뽑아야 김해시청과 득실차를 따질 수 있기 때문에 김해시청이 부산에 비해 근소하나마 우위에 있는 건 분명하다.
또 하나 재밌는 건 8위 용인시청이다. 용인이 마지막 상대인 김해를 꺾는다고 가정할 때 창원과 경주가 모두 패하고, 부산과 김해가 각각 비기기만 해도 용인시청은 4강 플레이오프에 극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이렇듯 끝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게 만들고 있으니 내셔널리그 팬이라면 누군들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처럼 마지막 라운드까지 예측 불허의 상황을 조성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게 바로 지금의 내셔널리그인데, '슈퍼 매치'인지 뭔지 하는 게 내셔널리그 팬들의 눈에 들어올 수가 있겠냔 말이다!!!!!!!!!
냉정하게 따진다면 내셔널리그라는 건 이 나라 축구팬들의 절대 다수로부터도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4강 플레이오프를 놓고서 최종 라운드까지 숨 막히는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 지금의 내셔널리그이기도 하기에, 나와 같은 극소수의 팬들을 계속해서 흥분과 열정으로 사로잡히게 만든다는 것만이라도 다른 축구팬들이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아시아 최고의 축구 클럽들이 각축을 벌이는 케이리그 클래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엄청난 힘과 매력에는 결코 비할 수 없겠지만 내셔널리그에도 분명 '드라마틱한 승부의 세계'가 전해 주는 전율스러운 매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는 점만이라도 다른 축구팬들이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상, 술이 엉망으로 취한 상태에서도 11월 2일에 벌어지는 내셔널리그 최종 라운드의 경기 결과에 대한 흥분과 기대와 초조함을 떨치지 못한 나머지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술주정'이었습니다....
첫댓글 챌린지 수원fc의 팬으로써 공감이 많이 되네요 내셔널만큼 올시즌 k리그 챌린지 구도도 재밌는 양상인데 관심이 없어서 안타깝네요 ㅋㅋ
대박 치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