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언감생심…학교 공부가 유일"
도서지역 평균점수 도시보다 6점 이상 낮아
읽기 등 기초학습 부진 학생 전체 10% 차지
'농산어촌교육특별법' 등 정부 차원 대책 필요
입력시간 : 2009. 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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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학생 수가 10명도 안되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 교실. 대형 TV와 사이버 학습실 등 도시에서도 부러워 할 최첨단 기자재를 갖추고 있지만 지역적 한계 때문에 도시와의 학력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A(12ㆍ해남 산이면) 군은 학교에서 유일한 기초학습 부진학생이다. 1학년 때부터 학교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오래 전부터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지금까지 구구단도 외우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덧셈이나 뺄셈 등 간단한 사칙연산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한글마저도 겹받침이나 연음, 종성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학교에서는 글자라도 깨우친 후 중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방과 후 보충학습을 시켰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A군이 사는 동네는 해남에서도 이름난 농촌. 주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아이들 교육보다 그 날 그 날의 날씨가 더 큰 관심사다보니 이곳 아이들은 도시 학생들이 받는다는 수십 만 원씩 하는 과외는 커녕 가정에서 이뤄지는 예습과 복습도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A군이 다니는 B초등학교 김 모 교감은 "우리 학교의 경우 농촌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대부분 학생들이 과외 한번 받지 못하고 학부모들의 관심마저 부족해 학업지도에 애로가 많다"면서 "A군처럼 읽기와 쓰기, 셈하기 등을 아예 못하는 기초학습 부진학생은 드물지만 전체적으로 학력이 평균치에 못미치는 기본학습 부진학생은 전체의 10%에 이른다"고 말했다.
전남 농ㆍ산ㆍ어촌 학교에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 등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시에 비해 각종 교육 여건이 떨어지는 데다 학부모들의 관심마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들 학교의 경우 우수학력이나 보통학력에 비해 기초학력과 기초학력 미달 등의 학생 비율이 여전히 높아 도시와 농촌간 학력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농ㆍ산ㆍ어촌의 교육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9일 전남도교육청이 집계한 지난해 '전남지역 초등학교 성취수준에 의한 지역별 학력실태 분석'에 따르면 도서ㆍ벽지지역 평균점수는 79.94점으로 도시지역 평균 점수(86.70점)에 비해 6점 이상 낮게 나타났다. 읍 단위(84.50점)나 면 단위(81.54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학력 격차는 눈에 띄게 벌어졌다.
과목별로는 도서ㆍ벽지 학생들의 경우 영어가 77.61점으로 도시에 비해 10.33점이나 낮았고 수학과 과학 등도 도시 평균보다 크게 떨어졌다.
중학생 또한 상대기준에 의한 학력이 전체 응시자 7만4349명 가운데 도시지역은 상 > 중상 > 중하 > 하의 순으로 분포를 이룬 반면 면과 벽지 지역은 하 > 중하 > 중상 > 상의 순으로 분포를 이뤘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전 교과에 걸쳐서 도시지역은 상(25.5%), 중상(25.1%), 중하(25%), 하(24.4%)의 순이었지만 면ㆍ벽지 지역은 하(33.2%), 중하(27.1%), 중상(22.9%), 상(23.8%)의 순으로 나타나 도ㆍ농간 확연한 학력차를 보여줬다.
이처럼 도ㆍ농간 학력격차가 벌어지는 원인은 도시와 농촌지역에서 가정의 경제적 배경과 학습 여건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 여기에 교육 현장에서는 부모의 낮은 교육열과 교사의 학습 지원 부족, 농ㆍ어촌 지역의 열악한 사회 환경, 소규모 학교로 인한 제한된 학생 수와 학급 수로 인한 학습동기의 부족 등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전남도내 농ㆍ어촌 학교의 경우 특기적성교육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은 고사하고 중식비조차 못 내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이혼률마저 높아지면서 경제력이 없는 농ㆍ어촌지역 조부모에게 떠 맡겨지는 조손가정 아이들도 급증하면서 학력 향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완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대다수 학습 부진아들이 집에서 공부를 돌봐줄 사람이 없고 학원 수강이나 개인과외 등 사교육도 꿈도 못꿔 학교 공부가 유일한 학습 과정"이라면서 "4, 5학년 때부터 배우는 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저학년 때 한번 학습결손이 생기면 회복하기 힘들어 결국 농촌 아이들의 학력 부족은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외지유출과 지역공동화, 교육재정 투입 축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농ㆍ산ㆍ어촌 학교를 살릴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관계자는 "농ㆍ산ㆍ어촌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가 농ㆍ어촌학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학입시 등에서 배려를 해야 한다"면서 '농산어촌교육특별법'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도 "학년별ㆍ교과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여전히 성취수준에 미달된 교과 부진 학생이 있고 일부 교과의 경우 상ㆍ하위간의 학력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면서 "저학년을 대상으로 학습 결손 예방을 위한 교육활동을 강화하고 특히 영어의 경우 전학년에 걸쳐 도시와 읍ㆍ면 지역의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