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이야기-새 친구 한경한, 그 인생특강
새 친구가 하나 생겼다.
내 고향땅 문경 마성 외어리에서 ‘정해 식당’이라는 음식점을 하는 한경한이라는 친구다.
“왜 안 와여?”
바로 엊그제인 2018년 4월 9일 월요일 오후 5시 반쯤에, 내 그렇게 다그치는 전화를 받았다.
내 초등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인 이강우 친구의 전화였다.
그 하루 전날에, 밤 9시 반쯤에 내게 전화를 걸어와서 근 1시간 가까이 전화를 한 친구다.
거두절미하고, 이강우 친구는 그 전화에서 나 좋아한다 했고, 사랑한다 했고, 그리고 보고 싶다 했다.
비록 취기에서 한 말이긴 했지만, 친구의 그 말이 내 심금을 울렸다.
나와 아내의 만년 삶을 위해 마련한 문경읍내 교촌의 우리들 텃밭 햇비농원을 찾아 농사지을 볼일도 있고, 문경 농협을 찾아 조합원 가입신청을 하는 볼일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내 심금을 울린 이강우 그 친구를 만날 생각에서 이날 부리나케 문경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우리들 농원으로 오기에는 거리가 멀고, 강우 친구의 집이 있는 점촌으로 오게 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면서, 그 중간쯤인 마성에서 만나자고 해서, 오후 6시 반에 마성 외어리 ‘정해식당’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그런데 약속시간 한 시간 전부터 그렇게 내게 전화를 걸어서는, 벌써 자기는 그 장소에 와 있다면서, 퍼뜩 오라고 나를 다그친 것이다.
이왕 거기서 만날 것이라면, 그 동네에 사는 같은 중학교 동기동창인 권강호 친구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이강우 친구도 좋다고 해서, 그렇게 셋의 만남이 약속되어 있었다.
물론 나와 권강호 친구는 아내를 동반하기로 했다.
농원에서의 일손을 후딱 접고, 아내와 함께 ‘정해식당’으로 내달렸다.
또 한 번 화사한 벚꽃길이 내 마음에 꽃을 피웠다.
우정의 꽃이었다.
한적한 마을에 깔끔한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어머나, 여기 정원 가꿔놓은 거 보세요. 너무 아름다워요.”
식당 입구에서 아내가 그렇게 감탄하고 있었다.
이 꽃 저 꽃 갖가지 꽃나무를 심어놓은 정원 가장자리로 연산홍 몇 그루가 빨간 꽃잎을 빼문 꽃망울이 소복했다.
정원 지나서는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복숭아밭이 있었고, 꽤 크다싶은 사과밭이 그 너머로 보였다.
“야는 동성초등학교에 문경서중에 문경고등학교 나왔어. 나와는 고등학교 동기동창이지.”
이강우 친구가 그 식당 주인을 그렇게 소개하고 있었다.
그 이름, 한경환이라고 했다.
“나는 기원섭이야. 기가에 한씨라, 우리 집안이구마는 그래.”
“맞아요, 선우씨까지 보태서, 세 성씨가 집안이지요.”
“동성은 이정인이 하고 동기겠고, 문경서중은 문은자하고 동기겠구마는. 가들하고 다 친해여?”
“우예 가들을 다 알아요? 동기니까 당연히 친해야지요.”
“아니, 근데, 뭘 고래 자꾸 존대를 해여, 아예, 말 터놓고 지내자고. 앞으로 또 만날 거잖아. 내 친구가 네 친구고, 네 친구가 내 친구여서, 우리 서로 간 보지 말고. 퍼뜩 친해지고 말자고.”
“그래까? 그래지 뭐.”
초대면에서부터 그렇게 말 터놓는 친구가 됐다.
권커니 잣거니 술잔이 오갔고, 취기가 깊어졌고, 취기가 깊어지니, 이제는 말이 많아졌다.
나도 그렇고, 이강우 친구도 그렇고, 권강호 친구도 그렇고, 이날 초대면한 한경한 새 친구까지, 남자 넷 모두가 그랬다.
아내와 권강호 친구 부인해서, 여자 둘은 우리들 말을 조용히 들어주기만 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한쪽으로 말이 쏠리고 있었다.
한경한 친구가 말이 많아진 것이 그랬다.
그러나 그 말을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농사도 짓고 음식점도 하면서 일흔 나이 그 긴긴 세월을 살아온 인생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실전적 인생특강이었다.
한 시간 남짓의 시간에 폭탄 퍼붓듯 쏟아낸 그 많은 말들 중에, 내 특별히 기억하는 말이 하나 있다.
언뜻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게 아니었다.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말이었다.
그 말, 곧 이랬다.
“농부가 꽃 볼라꼬 농사짓겠나?”
첫댓글 한경한 친구도 오랫만에보는군
건강하게 지내니 반갑고 농사도 잘 짓는 모양이네
고맙네 이런 사진 올려줘서 건강 하시고 술은 적당히 마시게
댓글 쓰려다...
배고파
나간다...나중에......
한경한씨 .
참 오랜만이네.
참 말은 많아도 배우고자하는 일념이 대단한 사람.
책도 많이 보고 학식도 높은 사람.
난 그런 기억이 있는 사람.
참 재미있는 사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