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랑에 실례.
대학친구들과 한정식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막걸리와 한 친구가 특별히 가져온 청주를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신나게 떠들다보니 불룩해 졌던 배도 반은 소화가 된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당구팀은 당구장으로 가고 또 어떤 친구는 참았던 담배를 맛있게 피우느라 정신이 없는데 나는 당구도 못 치고 담배도 안 피우는 싱거운 사람이다보니 슬쩍 먼저 빠져나온다.
뱅뱅사거리에서 641번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으니 배는 아직도 부르고 술도 한 잔 했겠다 눈이 감겨오기 시작한다. 낮에는 술이 한 잔만 들어가도 졸린다. 문고본을 하나 끄집어내어 읽어볼려니 꾸벅꾸벅 졸려서 안 되겠다. 책을 집어넣고 집까지 아예 졸기로 작정. 꾸벅꾸벅하다 도중에 눈을 떠 보니 사당역쪽이다. 다시 눈을 감았다 떠니 서울대입구다. 여기서부터는 얼마 안 되니 정신을 가다듬고 봉천고개에서 내려 아파트 뒷뜰로 접어든다.
그런데 가운데가 묵직해지고 참기 어려워진다. 집까지 들어갈려면 7,8분은 더 가야 하고 또한 뒷뜰 숲속을 걷는 즐거움도 놓치기 어렵다. 소변을 참으면 몸에 좋지않다. 나는 화장실이 어디든지 보이면 별 생각이 없어도 일단 들어간다. 그런데 지금은 급하기는 하지만 화장실이 가까이에 없지않은가 ? 좀 다른 이야기지만 가끔 아내와 산에 함께 갈 때 소변이 보고싶으면 그냥 숲속 아무데서나 소변을 볼려고 하는데 아내는 야만인이라고 하면서 질색을 한다. 남자라고 아무데서나 소변을 봐서는 안 되며 또한 내 생각에는 소변은 거름이 돼서 식물에 좋다는 생각인데 아내 생각은 다르다. 소변은 그대로는 독하고 뜨뜻하기 때문에 풀이나 나무의 뿌리에 직접 닿으면 뿌리가 죽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곳이며 식물의 뿌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소변을 볼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에라 모르겠다. 비록 아파트 경내이지만 참을 것이 아니다. 앞뒤 눈치 봐서 사람이 없으니 담벼락옆 또랑에 실례를 하고 나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
나이가 들어가니 친구들 대부분이 전립선이 신통찮다. 소변 보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화장실에 가면 농담삼아 ' 야 잘 나오나 ' 하고 웃기도 한다. 친구중 한 사람은 아예 겁이 나서 버스를 못 탄다고 한다. 전립선비대 수술을 했는데도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그 친구는 반드시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 연결이 어려운 곳에는 거기까지 자가용을 타고 가서 지하철로 바꿔 탄다고 한다. 나는 아직 그런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다.
나이 70이 넘어서도 아직 큰 병은 없는것 같고 혈압 당뇨도 괜찮고 잇발도 거의 손 댄 것이 없다. 비록 젊은 시절에는 전체적으로 몸이 약한 편이어서 부모님에게 왜 이래 약하게 만들어 주셨는가 하고 원망도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아버지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제사 철이 좀 드는가 보다.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첫댓글 정성들여 수고하신 작품 감사합니다.
언제나 좋은일만 있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