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이 된 최성국은 개인적인 욕심을 버렸다.
사진 이종일 | |
|
어제(7월 23일) 대전 시티즌전 승리를 축하한다.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등 맹활약했다.맹활약을 한 건 아니다. 그저 평소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을 뿐이다.
최근 컨디션이 좋다. 여름철 보양식을 챙겨 먹는 게 있나.아내가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쓴다. 경기를 앞두고 몸에 좋다는 음식이라면 어떻게든 구해 만들어 준다. 지난해와 다르게 먹는 특별한 보양식이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내의 음식이 아니라 아내의 믿음 덕분이다. 내가 힘들고 어려워할 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아 편안하게 운동하고 있다.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조커로 뛰고 있다. 교체로 출전하는 게 서운할 것도 같은데. 솔직히 말해 (교체로 뛰는 게) 많이 아쉽다.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당연히 선발 출전을 꿈꿀 것이다. 나 역시 교체가 아닌 선발로 뛰고 싶다. 경기마다 벤치에 앉아 기다리다 후반 들어 투입되는 게 서운하다.
시즌 초반에는 (선수 기용 문제로) 화가 많이 났고 스트레스도 심했다. 난 분명 좋은 경기를 했고 열심히 운동했다고 여겼다. 다른 선수들에 견줘 뒤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으니 당연히 경기 내용이 좋을 리 없었다. 후반 들어 교체 투입되면 마음이 상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학범 감독이 아니더라도 다른 코칭스태프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 놓았는가.난 대표 경력도 있고 해외리그에서도 뛰어 봤다. 다양한 경험을 쌓는 가운데 화가 난다고 감정에 치우쳐 행동해선 안된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권한이다. 선수가 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놓고 누구를 싫어해서도 안된다. 문제는 결국 내 자신이다.
계속 조커로 뛰다 보니 김학범 감독님의 의중을 알 수 있었다. 감독님은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조커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이제는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교체로 나설 수밖에 없는 걸로 여기고 있다. \
그럼 요즘은 교체 출전에 대해 만족한다는 것인가. (선발 출전이 아닌 교체 출전 지시에 대해) 처음엔 당연히 화가 나고 불만스러웠다. 그러나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K리그 경기에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에 비하면 난 행복한 선수다. 1분이라도 출전 기회를 주시는 것에 감사한다. 개인의 영광보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
최성국의 오른발은 정교하다. 최성국은 두두와 함께 세트피스를 담당한다.
사진 선원익 | |
|
4-3-3 전형을 쓰는 성남 일화는 측면 공격수를 중요하게 여긴다. 두두와 모따는 좋은 팀 동료이지만 반대로 버거운 경쟁자이기도 하다.내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는 팀에 두 자리뿐이다. 주전 자리를 놓고 두두, 모따와 경쟁해야 한다. 두 선수는 정말 뛰어나다. 기량도 우수하고 성실하다.
두두는 16골 6도움, 모따는 9골 3도움으로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잘하고 있는 선수를 계속 선발로 내보내는 게 당연하다.
불만은 없다. 내겐 좋은 자극제다. 두두와 모따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과 경쟁에서 앞서야 선발 출전과 함께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그래도 교체보다 선발이 익숙할 것 같다. 프로 입단 후 지난 시즌까지 선발 출전이 더 많았다. 축구화를 신은 지 20년이 돼 간다.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로 뛰었다. 선발로 나서 경기하면 마음이 편하고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그런데 교체로 출전하면 부담감이 컸다. ‘내가 조커로 경기장에 나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난 솔직히 어려서부터 관중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걸 싫어했다. 특히 “하는 짓이 꼭 아마추어 선수 같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었다.
하지만 부담감을 가질수록 경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경기라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뛰니까 잘 됐다.
팀 후배 김동현은 선발보다 교체로 뛰는 게 경기력 유지, 준비 자세 등에서 더 힘들다고 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아직까지 특별히 힘든 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김)동현이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다. 경기 종료 20, 30분을 남겨 놓은 가운데 그라운드에 들어갔을 때가 가장 힘들다.
다른 선수들은 몸이 완전히 풀려 있는 상태다. 빨리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서 경기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경기 당일 출전 선수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이 교체로 돼 있는 걸 보면 어떤가. 성남은 경기 시작 2시간 전 팀 미팅을 갖고 베스트11을 알려 준다. 선발이 아닌 교체면 아무래도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렇다고 조급해 하지는 않는다. 여유 있게 경기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니까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교체 선수는 선발 선수보다 관심을 덜 받을 수밖에 없다. 이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난 점점 잊혀져 가는 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경기 초반 벤치에 앉아 진지하게 그라운드를 주시한다. 무슨 생각을 하나.교체 투입 됐을 때 최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팀 수비수 분석이 기본이다. 주로 왼쪽, 오른쪽 측면 수비수의 성향을 살피거나 우리 팀이 공격했을 때 상대팀 수비수의 위치를 확인한다.
드리블 돌파를 막는 수비수의 방법은 두 가지다. 발을 내밀거나 공격수를 따라붙는 것이다.
수비수를 제치는 최성국만의 드리블 비법을 알려 달라. 비법까진 아니다. 발을 내미는 선수 가운데에는 스피드가 처지고 힘이 좋은 선수가 많다. 볼을 갖고 치고 들어갈 때 발을 쭉 들이민다. 이를 뚫기 위해선 페인팅을 쓰고 제쳐야 한다.
공격수를 따라붙는 수비수는 공격수를 좀처럼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 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공간으로 길게 볼을 찬 뒤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교체 투입되기 전 김학범 감독이 특별히 지시하는 게 있나. 후반전이 되면 수비수의 체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팀 동료들도 지쳐 있다. 이때 빠른 돌파와 날카로운 공격으로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게 조커의 할 일이다.
이런 내용을 특별히 지시하시지는 않는다. 그저 “수비수가 지쳐 있으니까 자신감 있게 돌파해라. 그리고 네 마음대로 플레이 해라”고 말씀하신다.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면 그에 따른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무엇이 바뀐 건가.지난 시즌 울산 현대에서 성남으로 이적했다. 두 팀의 생활은 정반대다. 울산은 자유분방하다. 훈련 시간 외에는 선수를 통제하지 않는다. 경기를 뛰고 못 뛰고는 선수 개인의 책임이다.
성남은 좀 더 체계적이다. 감독님이 훈련 외 생활까지 다 관여하신다. 지난해 이적 초기엔 이런 생활이 무척 힘들었다. 친구도 없었다.
물론 (김)상식이 형, (박)진섭이 형, (조)병국이 형, (김)두현이 형 등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어 아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에 있다 보니 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젠 감독님이나 형들이 편안하게 해 준다. 나 역시 팀 생활에 익숙해졌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 따른 휴식기를 마친 6월부터 뛴 7경기에서 6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양구 전지훈련에서 특별 훈련이라도 했나. 양구에서 훈련하면서 몸이 상당히 좋아졌다. 자신감도 들었다. 뭐랄까 경기에 뛸 준비가 돼 있다고 해야 할까. 동계훈련 못지 않게 체력 훈련을 했다.
감독님은 서킷 훈련 등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 보강에 힘썼다. 그리고 닭, 오리 등 보양식을 먹었다. 양구엔 특별히 놀 곳도 없어 연습하고 먹고 자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의 몸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플레이도 많이 달라졌다. 개인 플레이보다 팀 플레이에 치중하던데.예나 지금이나 드리블 하나는 자신 있다. 모니터링도 자주 하면서 ‘내가 왜 볼을 빼앗겼을까’하는 연구도 한다. 예전엔 개인 플레이에 치우쳤다. 드리블로 수비수 1명을 제치면 기다렸다가 수비수를 또 뚫었다. 그때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는 팀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드리블은 오래 하다 보면 결국 볼을 뺏기게 돼 있다.
요즘은 팀 플레이에 주력하려고 한다. 나이도 들고 경험도 쌓이니까 혼자 뛰는 것보다 동료를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걸 느끼게 됐다.
예전엔 드리블이 지나치게 많고 길었다. 그래서 팬들의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때 난 어렸다.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만 했다. 하프라인에서부터 드리블을 해 수비수를 다 제치고 골을 넣으려고 했다. 주위에서 뭐라 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 맘대로 하면 좀 어때’라는 생각까지 했다. 어린 나이에 청소년대표, 올림픽대표, 국가대표를 모두 해봤다. 지나친 자신감과 스타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어리석었다. 하프라인부터 수비수를 제치고 힘을 빼다 보니 정작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슈팅할 때는 힘이 모자랐다. 쓸데없는 곳에서 힘을 뺀 것이다.
빨리 철이 들고 팀 플레이에 눈을 떴다면 2006년 독일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었을 텐데. 월드컵 출전에 대한 욕심이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한때 일부 축구 팬은 최성국의 성장이 멈췄다고 했다.어려서부터 각급 대표팀에 뽑혀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나밖에 모르던 시기였다. 2003년 A매치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본프레레 감독 시절부터 대표로 발탁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국가대표로 뽑히지 않게 되자 화가 많이 났다. ‘난 최고의 선수다. 그런데 날 대표팀에 부르지 않는단 말야. 두고 보자’며 이를 갈았다.
그런데 2년 가까이 대표팀의 부름은 없었다. 모두 다 어린 최성국의 생각이었다. 이제 어른 최성국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국가대표 차출 소식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다. K리그 경기에 집중할 뿐이다.
|
최성국의 눈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향하고 있다.
사진 이휘영 | |
|
국가대표에 대한 마음이 떠난 것인가. 어제 대전전 때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장을 찾았는데.그랬나. 전혀 몰랐다. 2, 3년 전에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K리그 경기를 보러 오면 국가대표 욕심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 평상시 경기력도 보여 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대표 선발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다. 올해 초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한번도 국가대표로 발탁되지 못했다.
난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주위에서 더 아쉬워했다. 물론 나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 나섰지만 연습생이었다.
월드컵에 꼭 나가고 싶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뛰어 좋은 성적을 내면 언젠가 기회는 올 거라고 생각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탈락의 아쉬움은 없나. 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김)두현이 형이나 나나 이게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꿈이 군인이었는데 진짜 군인이 돼야 하나 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가 있지만 와일드카드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꿈과 목표를 이루는 데 병역 문제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 하루 빨리 병역 의무를 마치고 싶다.
병역 때문에 꿈을 이루는데 지장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말 잉글랜드 챔피언십 셰필드 유나이티드 이적을 뜻하는 것인가. 영국에 갔을 때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시즌을 마친 뒤 꽤 오랫동안 훈련을 하지 못했다. 테스트를 받으면서 많이 보여 주지 못한 것 같지만 셰필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적료와 함께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유럽리그 팀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를 영입하기도 하지만 2, 3년 뒤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선수를 끌어오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병역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선수의 이적은 쉽지 않다. (김)두현이 형이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웨스트 브롬위치로 완적 이적했지만 기회는 2년밖에 안 된다.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해외 진출의 의지가 강한 것 같다. 병역 의무를 마치면 30대에 접어든다.나이가 들면 힘들겠지만 그래도 꼭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루고 싶다. 일본 J리그에서 한번 뛰었던 만큼 이번엔 유럽에서 활동하고 싶다. 예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동경했다. 더 큰 무대에서 경기하고 싶다.
한 축구 관계자는 “골 결정력만 보완하면 아시아 최고의 측면 공격수”라고 평가했다.난 한번도 내가 골잡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조)재진이 형과 (이)동국이 형은 정말 골 냄새를 잘 맡는다. 골을 못 넣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골을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다.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건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이젠 골 욕심을 좀 부려야겠다.
골 냄새를 잘 맡는 이동국이 성남으로 온다던데. 정말인가.나는 동국이형 이적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 오늘(7월 24일)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동국이 형이 성남에 왔으면 좋겠다. 분명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팀 우승이다. 정규리그와 컵대회 모두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 지난해 많은 대회에 출전했지만 빈손으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만큼은 꼭 우승 세리머니를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목표는 컵대회 득점왕이다. 정규리그에선 두두가 골을 많이 넣어 득점왕 하기가 힘들 것 같다. 두두가 컵대회에선 득점왕 욕심을 안 부렸으면 좋겠다(웃음)
SPORTS2.0 제 114호(발행일 7월 28일) 기사
첫댓글 성숙해진 최성국 눈에 띄죠 성남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가대표팀 합류도 머지않아 이뤄질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