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전화가 오면 반갑고, 모임 날짜가 잡히면 괜히 옷차림부터 신경 쓰게 됩니다. 동창회든 친목 모임이든, 집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활력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떤 모임은 다녀온 뒤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떤 만남은 집에 돌아오는 길부터 유난히 피곤합니다. 분명 웃고 떠들었는데도 기분이 개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습니다. 나이 들수록 가장 의미 없어지는 만남은 동창회도, 종교모임도 아닙니다. 바로 만날 때마다 남의 형편을 평가하고 험담과 비교만 반복하는 자리입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누가 어느 동네로 이사 갔는지, 자녀가 어떤 직장에 다니는지, 누가 병원에 자주 간다는 소식을 나눕니다. 그러나 대화는 금세 사람을 줄 세우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 집 자식은 아직도 결혼을 못 했다더라”, “겉으로는 잘사는 척하더니 빚이 많다더라”, “요즘 얼굴을 보니 많이 늙었더라”는 말이 이어집니다.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곧바로 그 사람이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함께 웃고 있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불안해집니다. 오늘 내가 먼저 일어나면 다음에는 내 이야기가 안줏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만나러 갔는데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는 자리라면, 그 만남은 이미 의미를 잃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모임이 더 지치는 이유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자녀에게 용돈을 받는다는 말을 들으면 내 자녀가 야속해지고, 누군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면 내 생활이 초라해 보입니다. 큰 집과 연금, 자녀의 직업과 손주의 성적이 대화의 기준이 되면,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부족한 것만 바라보게 됩니다. 모임에 나가기 전에는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올 때는 인생을 잘못 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실제 형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마음속 만족감만 줄어드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남보다 앞섰다는 확인이 아니라, 지금 가진 삶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힘입니다.
그렇다고 남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함께 아는 사람의 안부를 묻고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걱정과 험담의 경계입니다. “몸이 아프다니 한번 연락해 보자”로 끝나면 관심이지만, “평소 생활을 그렇게 하더니 결국 아픈 것 아니냐”고 평가하기 시작하면 험담이 됩니다. 상대가 없는 자리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정을 단정하고, 실수와 약점을 재미 삼아 반복하면 그 모임의 분위기도 서서히 거칠어집니다. 좋은 만남은 누군가를 깎아내려 웃음을 만드는 대신, 함께 있는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해 줍니다. 과거의 흉보다 현재의 안부를 묻고, 자랑보다 서로의 어려움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의미 없는 만남을 줄이려면 모임의 이름보다 다녀온 뒤 내 마음을 살펴야 합니다. 만난 뒤 기운이 생기고 내 삶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좋은 인연입니다. 반대로 늘 불안하고 초라해지며, 말실수를 되짚느라 잠까지 설친다면 횟수를 줄여도 됩니다. 매번 빠질 수 없다면 오래 머물지 말고 식사만 한 뒤 먼저 일어나는 것도 방법입니다. 험담이 시작됐을 때는 맞장구치기보다 “그 사람에게도 사정이 있겠지”라고 짧게 말하거나 다른 주제로 돌려 보십시오. 그래도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 평온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된 인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만남이 계속 가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 들수록 가장 의미 없어지는 만남은 결국 남의 삶을 평가하며 내 삶까지 초라하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외로움을 줄여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있어도 경계해야 하고, 돌아와서 마음이 더 허전하다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낫습니다. 오늘 약속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내 표정이 어땠는지 떠올려 보십시오. 웃음이 남았는지, 비교와 불안만 남았는지 살펴보십시오. 지금 줄인 소모적인 만남 하나가 10년 뒤에도 내 삶을 남의 기준에 맡기지 않고, 마음 편한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이어 가는 노년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