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얼음 틈 사이로 햇살이 스며든다. 두꺼운 얼음 덩어리들이 녹조류의 색깔을 머금어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인다. 반투명한 푸른색의 바다고둥, 게이샤의 부채처럼 꼬리를 펼친 분홍색 물고기, <포켓 몬스터>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밝은 오렌지색의 도치 등 이곳 얼음 왕국의 주인공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바로 이런 것들이 사진작가 브라이언 스케리를 기다리는 바닷속 풍경이다. 그는 일본 북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어촌 라우스 부근의 해안을 힘겹게 가로질러 가고 있다. 카메라를 손에 든 스케리는 오호츠크 해의 부빙 사이로 잠수를 한다.
일본은 양 끝단 거리가 2400km에 달하며 5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 광대한 면적 안에 육지와 바다가 어우러져 있다보니 생태계도 최소 세 가지로 뚜렷이 구분된다. 우선 아주 추운 북부 바다의 생태계가 있다. 외딴 시레토코 반도 연안의 꽁꽁 얼어붙은 바다에서는 날개 폭이 2m나 되는 참수리와 왕게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다음은 기온이 온화한 중부 바다의 생태계다. 마천루가 가득 들어찬 도쿄의 도심에서 자동차로 몇 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즈 반도와 도야마 만의 바다에는 반딧불오징어들이 살며 연산호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남부 바다의 생태계다. 도쿄에서 남쪽으로 800km쯤 떨어져 있는 보닌 제도는 3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곳에선 우아한 로우트아이런버터플라이피시가 거대한 샌드타이거 상어와 함께 산호초를 누빈다.
일본 바다는 해류 덕분에 영하 1℃부터 30℃까지 해수의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 해류 덕분에 일본은 세계 기록도 두 개나 가지고 있다. 강력한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따뜻한 바닷물이 북쪽으로 흘러 들면서 일반적으로 산호초를 찾아보기 힘든 곳에서도 녀석들이 번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사할린 해류를 타고 일본 열도 쪽으로 찬 바닷물이 내려오기 때문에 시레토코 반도는 겨울철 해빙을 볼 수 있는 최남단 지역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