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박물관의 IT활용 사업과 세대 교체
<계간 '무교회' 2월호에서>
하라다 교코(原田京子)
1. 고려박물관에 대하여
신주쿠 코리안거리의 중심에 있는 건물 7층에 NPO법인 고려박물관이 있습니다. 2001년 개관하여 20년이 되었습니다. 개관을 위해 보낸 10년의 준비기간을 합하면 30년이 됩니다. 운영은 일본인과 재일코리안 등 평범한 시민입니다.
오늘날 많은 일본인들은 고대 선진 문화가 한반도를 통해 일본에 전해졌다는 것이나 근대 이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여 식민지화 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재일 코리안이 왜 일본에 있는지, 또 재일코리안이 받아온 혹독한 차별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역사를 바로 보고 배우고 이해하는 일,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일에서 출발하여 재일코리안과 좋은 이웃으로 함께 걸어가고자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정치는, '우리 아들이나 손자, 그 후의 세대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워서는 안 된다(2015년 아베 수상 전후70년 담화)'고 표명한대로 교육현장에서도 그 의지가 반영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전후 처리와 크게 다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료 40주년이었던 1985년 5월, 바이제커 독일 대통령은 '황야의 40년'이라는 제목으로 국회연설에서 이렇게 나치 독일의 범죄를 강조하였습니다.
"과거에 눈을 닫는 자는 현재도 볼 수 없다. 독일인 전체가 져야 할 책임이다."
국민에게 역사를 직시하자고 촉구했던 이 연설은 그 후 독일의 전쟁 책임에 대한 규범(가이드라인)이 되고 있습니다.
고려박물관 초대 이사장은 고 東海林勤 씨였는데, NCC(일본그리스도교 협의회)의 총간사로 활동하였고, 한국의 민주화운동에도 공헌하신 목사님입니다. 현재 회원과 봉사자는 전국에 약 700여명. 공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운영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운영이나 활동은 모두 50여 명의 봉사로 이루어집니다. 주요 사업은 전시로서 기획전시, 현대토픽, 상설전시, 코리아문화체험 코너 운영을 합니다. 매월 온라인을 겸한 강연회, 이벤트도 하고 있습니다.
한편 공적 지원을 받지 않고 있으므로 활동 면에서는 오히려 자유롭습니다. 예를 들면, 올해가 관동대지진 100년인데, 지금까지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할 수 없는 '조선인 학살'에 관한 전시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가해의 실태 등의 기획전시와 강연회를 실시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고려박물관의 등불이 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을 시대에 발맞추어 계속 새롭게 고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세대 교체에 대해서
수년 전부터 기획전과 강연회 홍보를 광고지로 만들고, 전화 통화로 하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스탭이 70세를 초과한 고령자들이 많아 컴퓨터나 IT기술에 서툴러, 세상이 디지털화되어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끔 박물관의 디지털 환경을 상담하고 도와주는 전문가로부터 "살아남으려면 디지털화가 필수입니다." 하는 충고를 받았습니다. 지금이라도 IT화를 진행하여 사업 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훌륭한 활약을 해오던 단체가 후계자 부족으로 사라지는 것을 몇 번이나 보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금의 확보가 필요했습니다. 목표금액을 정하고 노력을 기울인 끝에 민간기업의 협조로 30만엔이 확보되었습니다. 또 박물관 회원분들께도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설명하여 기부를 부탁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쓴 건 홈페이지의 전면 갱신.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매일 새로운 소식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간편한 홈페이지로 바꾸었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몇 사람이 연수를 받고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강연회를 계획한 것은 코로나가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코로나로 박물관 방문자가 격감하였기 때문입니다. 봉사자 중에 고교시절 방송부였던 분, 기계를 잘 다루는 분을 선정하여 온라인팀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팀을 지도해주실 분을 찾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기자재 점검, 구입 등을 그분에게 자문받아가며 처음으로 온라인 강연회에 도전하였습니다. 60명이 넘게 참가하였으나 문제없이 진행하여, "코로나사태에도 불구하고 좋은 강연회에 참가할 수 있어 감사했다."는 소감을 많은 분들께 들었고, 우리는 용기백배하였습니다.
이후 2021년, 2022년에는 매월 강연회 개최를 목표로 세웠는데, 그대로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이어가면서 IT에 밝은 친구와 지인들이 차츰 실무자로 들어오게 되었고, 서툰 사람들은 안심하고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기술력도 높아졌고, 매월 강연회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도 홈페이지나 트위터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신청해오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합니다.
예전에는 10년 정도가 옛날이었다면, 지금은 3년만 되어도 옛날입니다. 제 나이 사람에게 3년은 어제 일이지만, 지금 시대의 스피드로는 3년이 엄청난 변화의 시간입니다. 고맙게도 박물관에 젊은 직원이 생겼고,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도 시대에 맞게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박물관의 회원과 봉사자들은 고령인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했던 방식도 겸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강연회도 온라인뿐만 아니라 회의장 참석도 겸하여 진행한다든가, 정보공유를 위해 홈페이지만이 아니라 홍보지도 만들어 쓰는 등 열심히 노력중입니다.
고려박물관은 다행히도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고려박물관 전 이사장, 이마이칸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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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박물관 홈페이지주소입니다. kouraihakubutsukan.org
첫댓글 하라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저보다 더 우리 역사를 잘 알고 계셔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이 정의인지 진리인지를 뚜렷이 깨닫고 그 길로 걸어가는 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삶을 사시는 분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아름다운 길을 걸으시는 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