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한국의 서원 답사기 10)

[이신웅]

늦은 점심시간, 안동역 근처 맛집, '안동 간고등어'  소문대로 맛있습니다. 힘을 내어 하회마을 근처에 있는 병산서원에 갑니다. 서원은 산 뒷쪽에 있어서 긴 비포장도로를 가야 합니다.  병산서원은 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두번 등재되어 있습니다. 지친 장로님들은 차 안에 계시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만 서원으로 걷습니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 선생(1542-1607)과 그의 세째 아들 수암 류진 공을 배향하고 있습니다. 

고려 말부터 풍산 류씨 가족의 풍악서당이 있었는데 류성룡 선생이 후학 양성을 위해 풍산에서 병산으로 서당을 옮깁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광해군 6년에 후학들이 사당인 존덕사를 창건하고 병산서원으로 개칭합니다.  1863(철종 14)년에 사액서원이 됩니다. 

입구인 복례문을 지나면 정면 7칸, 측면 2칸의 2층누각 만대루가 나옵니다. 

서원 밖, 오른쪽에서 본 사진입니다. 입구 복례문 담 코너에 화장실이 보이고 뒤로 긴 만대루가 있습니다. 뒤로 유생들의 기거 장소 동재, 뒤로 전사청이 있습니다. 동재의 밖으로 독립된 건물이 있는데 하인들의 공간, 주소입니다. 서원의 살림을 맡아서 헀던 곳이죠. 현재는 후손이 살면서 서원을 관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대루, 기둥과 바닥만 있고 텅빈, 열린 건물입니다. 자연 속에 자연의 일부분으로 서있는 뛰어난 건물입니다. 만대루에 오를 수는 없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면 만대루 앞으로 낙동강과 그 뒤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병산이 보입니다. 만대루, '달을 기다리는 곳'이라고 풀이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서애 선생이 좋아하셨다는 배롱나무가 어디에나 서있습니다.

초겨울의 배롱나무는 쓸쓸해 보이지만 여름철에는 서원 전체가 배롱나무 꽃으로 덮일 것 같습니다. 두드러지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서원입니다.  

만대루 밑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병산서원 현판이 붙은 입교당입니다. 가장 중심되는 건물이지요. 마루는 공부하는 공간, 동편 온돌, 명성재는 원장이 기거하는 곳,  서편 온돌 경의재는 유사의 기거하는 곳, 교무실입니다.  계단 양 옆에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아궁이가 인상적입니다.  계단 밑 마당에는 동재와 서재, 유생들의 기거하는 공간입니다. 모든 서원의 공통적인 건물 배치이지요.

서원을 떠나며 낙동강과 병산을 보고 걷습니다.  아름답습니다. 배롱꽃이 피는 여름철에 다시 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