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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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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석 및 시 맛있게 읽기 스크랩 어려운 숙제 / 김현숙
은하수 추천 0 조회 11 13.09.12 04:3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어려운 숙제 / 김현숙

 


학교에 학생 수 점점 줄어든다고

 

시훈이, 도현이, 요한이, 상대

정인이, 주은이, 윤지, 지수, 나

 

한 자녀뿐인 우리 불러 놓고

선생님은 특별한 숙제를 내주셨다

 

엄마한테 동생 낳아 준다는 확답 받아 오기!

 

그런데 숙제 해 온 친구

한 명도 없다


- 제8회 푸른문학상 동시집(푸른책들, 2010)

..................................................

 

 이 동시는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부문에서 94명의 응모자 작품 가운데 수상자 5명의 작품으로 엮은 동시집 가운데 한 편이다. 동시란 어린이다운 정서와 감각으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공감하면서 함께 읽고 즐길 수 있는 시를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동시를 어린이만을 위한 시이거나 어린이가 쓴 시로 잘 못 이해하고 있다. 어른들이 읽을 만한 동시는 따로 ‘어른을 위한 동시’라고 명시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려운 숙제’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시로 아이들에게도 난해한 숙제지만 실은 어른들에게 더 난감한 숙제다. 2012년 출산율이 1.3명으로 2010년의 1.2명, 2005년의 1.1명에 비해 조금씩 증가추세에 있긴 하지만 이는 2001년의 출산율을 회복한 수준이다. 아직은 그 증가세가 미약하고 불투명하여 여전히 OECD국가 중 최저다. 일단 감소추세가 멈추었다는 게 다행이고 위안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대책과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언제 또 감소로 돌아설지 모를 일이다.

 

 아이 하나 더 낳아 키우고 교육시키는데 드는 노고와 비용에 비해 독립하여 사회로 진출하기 까지는 취업이나 주거 등 어려운 난관이 너무나 많고 미래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게다가 핵가족화와 부부 중심의 가정,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 등 여러 요인들로 결혼과 출산의 기피현상이 심화 확산되었다. 지금의 저 출산현상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 국가적으로 대재앙을 몰고 올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란 게 정부와 국민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다. 

 

 사정이 이토록 급했기에 몇 년 전부터 정부와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출산장려금을 주는가 하면 보육비 지원정책을 펴오고 있다. 별의 별 인센티브가 다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왠만한 출산 유인책으론 약발이 잘 받질 않는다. 그 가운데 구미를 확 돋게 하는 것도 있다. 충북 영동군에서는 셋째를 낳으면 740만원, 넷째 아이를 낳으면 1,240만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원해 다자녀 출산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출산장려 슬로건이 ‘가가호호 아이둘셋 하하호호 희망한국’이라는데, 예전의 순진했던 시절처럼 구호가 잘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그러니 선생님의 깜찍하고 순진한 숙제 아이디어도 통할 리 없다. 몇년 전엔 보건복지부에서 아이를 낳으면 승진 혜택을 준다는 대책을 실제로 내놓은 바 있다. 그런 식이라면 상급학교 입학 시 가산점을 준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셋째 아이가 남자면 군 면제를 시켜주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오게 생겼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아이를 낳진 않겠으나 아무리 다급해도 이런 황당한 대책을 사려없이 남발하다보면 나라꼴이 누더기가 될 건 뻔하다. 어쨌거나 나도 별 탈 없으면 내년엔 손주 하나를 얻지 싶은데, 아들 내외가 최소한 기본숙제는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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