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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용산철거 현장에서 돌아가신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학살 만행 이명박 퇴진! 책임자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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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인간을! 개발보다 사람들! 사람잡는 재개발 중단! 주거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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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기둥 밑에 무대가 있고 무대 펼침막에는, “서민을 살려내라! 악법은 물러가라!”라고 씌여있다. 중심구호 치고는 너무나 약허다. “이명박 독재 타도! 한나라당 축출!” 정도는 되어야쓴디 말이다. 사회자가 각당 대표는 앞자리에,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둘째 줄에 자리잡아라고 헌다. 다함께 깃발, 민노당 깃발, 경기진보연대 깃발들이 보인다. 강동촛불에서는 “살인정권, 명박퇴진!”을 외치고 있다. ‘하먼, 그 정도는 되야제.’민노총 깃발도 보이고, 토론의 성지 아고라 깃발도 보인다.
2시 55분. 한 5,000 여명 모인 듯허다. 민주당 이낙연이가 허옇고 뺀질거리는 얼굴을 허고 다가온다. 그 낯짝에다가 침이라도 콱 퍁어주고 잪았다. 폭포 바로 앞에서 첫째 다리 사이로 긴긴 펼침막이 비스듬히 걸려있다. 흰 천 우에 하늘빛 글씨들이 두 줄로 질게질게 늘어섰다.
“언젠가 분명 이 길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옴을 부정하고 그의 주주 미국, 강부자, 조중동에서 나온다고 믿던 한 인간의 말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새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 중 누구도 더는 그의 무지와 무능과 무책임한 거짓말과 무모한 신앙심에 의해 희생되지 않도록 숨을 쉬듯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어떤 점잖으신 분이 다가오더니, “국민이 알아야 해!”허고 지나간다.
사회자가 질서를 외친다. 그러고 깃발은 양 옆으로 빼란다. 야 4당이 함께허는 대규모 집횡께 원활하게 진행헐 수 있도록 질서를 지켜도란다. 다리꺼리에서 광장 쪽을 봉게 아고라 깃발 젙에 전교조 깃발이 보인다. 반갑다. 다리에서 깃발 쪽으로 발을 옮긴디, 정범구 교수가 인사를 헌다. 내가 입은 우리옷 덕에 유명인사한테 인사를 다 받아부렀다. 백기완 선생이 성성한 백발에 검은 두루마기를 걸치고 저만치 서있다. 깃발 젙으로 갔다. 윤희찬 선생님이 계신다.
“아이고, 형님. 오랜만입니다.” “언제 올라왔어요?”
“예, 조금 전에 올라왔습니다.” “누구랑 같이 왔어요?” “예, 목포식구들이랑....”
솟터 벗인 나주지회 최진연이 손을 내민다. 한 일 년 만에나 봉갑다. 나주 농민회랑 민노당 식구들허고 같이 왔단다. 진연이도 전교조깃발 보고 왔으리라. 깃발이 셋으로 불었다. 본부깃발, 경기지부, 경기고양지회 깃발 들이다. 진연이가 자기 식구들한테로 간다고 헌다.
“고생허소.” “응, 그래.”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사를 허자 손을 내민다. 악수를 했다. 깔판장시(장수)가, “깔판 오백 원~!”하고 외치자 전교조 깃발 젙에 서있던 한 분이 10개를 사서 씨리(두루) 난고(나누고)는 나한테도 한나를 건넨다. 그것을 받아들고 희찬이 성님 젙에 앙겄다.
3시 17분. 목포 또랑광대 권제 성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예, 형님.” “어딩가?”
“서울이요.” “아직 안 잽혀들어갔능가? 조심히 내려오소.”“예.”
구음시나위가 광장을 적시더니 춤과 어울어진다. 바랜 갈옷을 입은 춤꾼 서넛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꽹과리, 징, 장구, 북, 핑경 소리들이 혼을 빼놓는다.
넋달래기춤(진혼굿?)이 끝나자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본대회를 진행헌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남북관계를 파탄낸 자가 누구입니까?”
“이명박~~!!!!”
“폭력살인 규탄과 엠비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 땅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해 싸우다 가신, 특히 참혹하게 비명횡사하신 용산의 여섯 분을 위해 묵념을 올리겠습니다. 일동 묵념!”
“묵념 바로!”
“민중의 영원한 애국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겠습니다!”
앗, 방송사고다. 반주가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툭하고 끊긴다. 대열 저 뒤편에서 누군가 노래를 시작허더니 점점 퍼진다. 이내 군중들이 이내 한 목소리로 노래헌다.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싸우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싸우니 산자여 따르라~~!!!!“
희찬이 성님이, “안희정이도 왔구만?” 허신다. 무심결에 뒤를 돌아봤더니 조희주 성님이 나를 보고는 손을 흔든다. 그 때 사회자가 유가족 말씀을 들어보잔다. 동영상에서 봤던 분 중에 한 분이다.
“이렇게 일요일인데도 많은 시민들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남편이 돌아가신 지 10일이 지났습니다만, 하루도 쉬지 못했습니다. 촛불시민이 없었다면 유가족들은 버티지 못했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일동 박수)”
뉴스에 불길에 타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당신 아저씨의 시신을 확인하고 참혹함에 기절했단다. 더 깜짝 놀란 것은 자신들한테 알리지도 않고 부검을 끝내버린 상태이며, 결과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단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이해 못하겠습니다. 경찰이 왜 (유)가족과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을 수사합니까? 왜, 검찰이 한나라당 지휘를 받습니까? 오늘 이렇게 야당 국회의원님들, 시민들 나와주셔서 더더욱 감사합니다. 유가족의 고통은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야당(특히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진다.
“지금 야당 국회의원들이 여당 국회의원일 때 조금만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셨다면 우리가 오늘 이 고통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철거민들이 당한 일은 보도하지 않습니까? 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하고, 무시하고,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기 위해 모인 것이 죄라면 다 잡아가두십시오! 차라리 감옥에 우리도 다 잡아가세요! 이 자리에 계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외롭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함께해주십시오!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경찰이 우리를 패는 용역을 감싸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처지를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
“김석기는 퇴진하고 이명박은 사과하라!”
“김석기는 퇴진하고 이명박은 사과하라, 이명박은 사과하라~~!!!!”
“살인진압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살인진압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주영 변호사가 진상조사한 것을 밝힌다.
“경찰은 용산 참사를 정단한 법집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경찰의 과잉진압입니다. (경찰은)스스로 만든 시위진압수칙조차도 지키지 않았고 농성자들을 위한 안전장비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무모하고 성급한 진압이 대형참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김석기 청장이 현장지휘자였습니다. 책임자(김석기) 처벌을 위해 검찰에 고발한 상태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진상규명 후, 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합니다. 지금 조사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엄정한 문책과 책임추궁이 있어야제 안 그러믄 희생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많단다. 김청장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현직에 있음시로 모든 짓을 다헐 것잉께 현직에 두믄 안 된단다. 진상조사를 방해헐 것이 뻔허기 때문이란다. 끝까지 노력허겄다는말로 보고를 맺는다.
“와아아아~~!!!!”
이어 각 4당 대표의 규탄사, 투쟁사가 이어진단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먼저 말을 헌다.
“존경하는 애국시민 여러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가 왜 이렇게 모였습니까? 문명사회에서 어떻게 용산참사가 일어날 수 있단 말입니까?”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대한민국 역사는 전진해왔는디 이명박이 들어서 후퇴하고 있단다. 엠비 악법 저지헐라고 이 자리 모였단다. 법과 제도를 정비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허겄단다. 백성과 싸우는 가장 나쁜 정치를 허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서 야4당과 시민이 함께 2월에 강행할지도 모르는 30여개의 악법을 막아내잔다.
‘그 말들 다 믿어도 돼? 정말? 진짜? 차말로?’
“서민은 살려내고, 악법은 물러나라!”
“서민은 살려내고, 악법은 물러나라, 악법은 물러나라~~!!!!”
민노당 강기갑 대표가 소리대를 잡는다.
“사랑하는 수많은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국회가 일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이런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참으로 죄송합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휘두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명박이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와아아아~~!!!!”
그는 이명박이 국민경제를 살리지 않고 재벌경제만 살린다고 비판하고, 한나라당은 대통령 눈치나 보고 (시키는 대로)춤추는 꼭두각시 당이라 꼬집는다. 무대 오른 쪽 영상에 보이는 그의 오른 손 가운데 손가락이 붕대에 감겨있다. 돈만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이명박 정권을 용서하지 말잔다.
이어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소리대를 잡는다.
“먼저 명복을 빕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갔다가 돌아가신 경찰 분도 함께....”
원래 재개발조합이란 건설사 배불리는 것이고, 용산참사에는 삼성물산(?)이 깊숙히 개입해있단다. 재개발이나 뉴타운이 서민들과 관계 있느냐고 묻는다. 누가 이익을 보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수 가진 자들, 재벌입니다! 뭐가 급해서 경찰(특공대)을 투입해서 이 참사를 빚었습니까? 국가가 할 일입니까? 얼마 전, 동경에서 북한을 중국에 병합해야 한다고 망발을 했는데 한 마디 대응도 못했습니다. 이게 정권입니까? 광주의거(광주민중혁명) 다음으로 많은 인명을 살상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회개하세요! 회개하세요!! 회개하세요!!!!”
“와아....하하하하~~!!!!”
‘허허....근디.... 살인진압헌 경찰 특공대가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갔다? .... ????’
끝으로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가 나선다.
“시민여러분,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 심상정입니다. 엊그제 대통령이 티비에 나와 용산참사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부터 그 어떤 사과도 없었습니다. 고인한테 조의를 표한다는 표현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유족을 위로한단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심한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아프고 분합니다. 예상대로 검찰은 철거민을 폭도로 몰고 파렴치범으로 몰았습니다. 이는 민주주의를 유린한 폭거입니다. 우리는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몬 그 세력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용산 재개발로 얻어지는 이익이 무려 1조 4,000억이란다. ‘그 많은 개발이익을 건설회사 재벌놈들이 용역허고 짭새들한테 떡고물 조께 던져주고 지지고 볶아 처자시겄제?’
“서민 다 죽이고 재벌만 살리는 경제살리기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공권력은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에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됩니다.그런 경찰한테 공권력? 인정할 수 없습니다!” “맞어, 맞어~!!”
세 가지 주장을 내놓는다. 첫째는 이미 자격상실한 경찰, 검찰수사 말고 국정조사, 특검을 해서 김석기를 사법처리해야 헌단다. 둘째는 철거민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들이 주거권, 생존권, 일자리 창출 등 민생대책을 세워야 헌단다. 끝으로 엠비악법은 영구집권음모이므로 이를 막기 위해 힘차게 전진허잔다.
그 때, 광주 촛불 한 분이 아는 체를 헌다.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이라 쓰인 몸자보를 걸치고 있다.
“혹시 진도 선생님 아니세요?” “예, 반갑습니다.”
사회자가 2만 명이 모였노라고 사진기자들 단상으로 올라오라고 말하자 수십 명의 기자들이 무대 욱으로 오른다. 구호를 외친다.
“이명박 악법 중단하고 서민경제 살려내라!”
“이명박 악법 중단하고 서민경제 살려내라, 서민경제 살려내라~~!!!!”
“살인진압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살인진압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인터넷에!” “자유를~~!!!!”
“방송은!” “국민에게~~!!!!”
“학살만행!” “이명박 퇴진~~!!!!”
4시 24분. 가수 안치환 씨가 노래를 헌다.
“.... 아이고~~~~ 아이는 단칸 셋방에 갖혀 죽고 어미는 치솟는 전세값에 떨어져죽고 .... 농민은 농가부채로 죽고 노동자는 가스 납 중독돼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로세 아이고~~~ 아이고~~~~ 철거민은 옥상에서 불에 타죽고 ....”
내 오른 쪽 젙에 앙거있던 젊은이가 노래를 따라헌다. 무슨 노래냐고 물응게 ‘아이고’라고 헌다, 영어로. ‘아이고’를 마치고는 ‘마른 잎 다시 살아나’(이한열 열사 추모곡)를 아프게 아프게 부른다.
“.... 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 가네 가~~네 한 많은 세월이 가~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
한국진보연대 정광훈 대표를 소개헌다. 근디 해필 청계다리께에서 아고라 깃발이 좌우로 펄럭인다. 암매도 쌈이 붙었능갑다. 언능 인나서 그리로 간다. 소리통에서 흘러나오는 말씀이 간간이 들린다.
“이명박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이명박 불신임투표 하게요. 다운, 다운 이명박!”
“다운, 다운 이명박~~!!!!”
“다운, 다운 이명박!” 다운, 다운 이명박~~!!!!”
청계다리 왼쪽(광장에서 볼 때) 차도를 닭장차 두 대가 비스듬히 가로막고 있고 5~6미터 정도 시위대허고 똥개들이 대치하고 있다. 한 무리의 시위대가 한 아저씨(50대 초반?)-멀크락에 약허디 약헌 노랑물을 들임-를 한 쪽으로 끌고 가는디 그 아저씨, 갑자기 시커먼 무엇인가를 끌려가는 반대 편(전견 쪽)으로 휙 날린다. 무전기였다. 시위대에 끼여있던 짭새였다.
“당신, 신분 뭐야?” “왜, 말 못해! 당신 짭새지?!”
시위대하고 견찰허고 대치허고 있는 데서 촛불아저씨(50~60대)들 견찰 아그덜한테 지천을 헌다.
“국민들한테 왜 욕을 해, 경찰이!”
“허가 난 집회 아니냐고? 왜 와서 지랄들이야?!”
“차 빼!”
4시 48분. 한 여학생이 가로막아 놓은 닭장차에 동전으로 글을 새긴다. 사람들이 이미 여그저그 동전으로 낙서를 해놓은 것도 있다.
“차 빼, 살인자” “김석기 = 살인경찰” “이명박 개새끼”
‘아름다운 시민모임’에서 만든 스티커가 닭차 배통아지에 그려져 있는 견찰들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나쁜 건 딱 끊읍시다! 조.중.동”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 절대 안 돼”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연설을 헌다. 방송장악법 반드시 막아내고, 2월국회에서 용산참사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는 국회, 서민경제 살리겄단다. <국민들게 드리는 글> 낭송을 끝으로 1부 본대회는 막을 내린다.
무대 왼편에는 색다른 단체의 펼침막이 내걸려있다. 아까는 없었는디....
사람 살려! 용산참사 희생자 추모 살인진압 규탄! MB악법 저지! -민주군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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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끄적이고 있는디 한 젊은이가 그런다.
“선생님, 뭐하러 적으세요?” “역사의 기록....”
“조심하셔야겠는데요?” “아, 예.”
바로 앞에 고딩 둘이 서있는디 나를 보는 눈이 곱들 않다. ‘나 쁘락치 아닌디.... ;;’
맴이 걍, 영~ 거시기해서 무대 뒤를 돌아 다시 다리께로 갔다. 아까 그 닭차 배통아지에 누가 검정 매직으로 휘갈겨 놓았다.
“시민여러분!
5월2일은 촛불 첫돌입니다.
그 전에 이명박 몰아내고
5월 2일 청계광장에 이명박, 이상득, 최시중, 김석기....
굴비 두릅 엮듯 줄줄이 엮어서
무릎 꿇이고
촛불 첫돌 잔치를
흐트(드)러지게 한번 벌여봅시다!
그러기 위해 촛불을 악착같이 켭시다!“
5시 18분. 광장에서는 한 여성이 2부 문화행사 진행하고 있고,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쪽 다리께에서는 몸싸움을 벌어지고 있다. 아고라 깃발이 연신 좌우로 춤을 춘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점잖은 신사분이 종이상자에 글을 써서 머리 위로 들고 돌아다닌다.
“어제는 용산 철거민
내일은 나
모레는 당신입니다.
앉아서 죽기 기다리지 말고
떨쳐 일어납시다!“
닭장차 두 대가 시위대를 밀어붙인다. 한 사람이 운전석 유리창을 쾅쾅 두들긴다. 한 여성의 비명이 날카롭게 귀를 할퀸다. 그러자 젙에 섰던 한 청년이 소리친다.
“야이, 씨발놈아! 사람 죽는다!”
안티 이명박까페 깃발이랑 아고라 깃발이 차 앞유리를 덮는다. 그러자 다른 이들이 신문지, 선전지들로 차 앞유리를 도배해분다. 닭차가 더는 오도가도 못헌다.
노래‘타는 목마름으로’가 다시 들린다. 다른 닭차에 또 누가 격문을 써놨다.
“경찰 특공대여!
당신들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가? 본노할 줄 모르나?
빠져나올 구멍도 없는 철상자에 담겨 불타는 망루 위로 내려지는
당신들은 도대체 땔나무입니까? 폭탄입니까? 인간입니까?
당신들도 인간으로 여긴다면(인간일 텐데) 어떻게 그런 무모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분노하십시오! 떨쳐 일어나십시오! 독재에 항거하는
애국시민들의 앞길 막지 말고 발길 돌려 살인교사자와
살인마를 체포하는 데로 발길을 돌리십시오!
그 자를 잡아와서 그 처분은 애국시민들에게 맡기시라!“
6시가 조금 넘자 박기철 시당위원장한테서 전화가 온다. 내려갈라고 헌단다. 안 그래도 깃발을 한참이나 찾아 헤맸는디 다리 위에 있단다.
인원점검을 허고나서 시청 쪽으로 길을 잡는다. 손팻말을 백동규 동지한테 줄라고 했더니 갖고 다니시란다. 그러마고 하고는 촛불 끄기가 그래서 그냥 킨 채 들고 갔다. 근디 그것 땜시 사단이 벌어질 줄이야! 시청 바로 뒤 네거리께 강게 일단의 전견들이 우리를 막아선다. 못 가게 막는다. 우리 인자 집회 안 하고 집에 가는 중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씨알이 안 apr힌다. 책임자 누구냐고, 책임자 나오라고 소리쳐도 묵묵부답이다. 명기 동지가 맨 앞에 막아서고 있던 크고 등빨 좋은 놈 대갈통을 갈긴다. 몸싸움이 벌어진다. 그 틈에 전견들 사이에 끼었다. 서너 놈이 내 손에 든 촛불을 보더니 서로, “꺼!” “꺼!” 허등마 한 놈이 훅 불어서 꺼분다. 참말로 쪽팔린다. 근디 이것을 보신 해남위원장님이 더 분노허셨단다. 지하도를 나서자 그 분이 다시 불을 붙여주신다.
“이 새끼들이 감히 선생님 불을 꺼부러? 쌍놈의 새끼들....”
6시 40분께 시청 광장(지금은 광장이 아니고 놀이터) 오른 쪽 대한문 근처에서 목포 식구들허고 작별했다. 아까 낮에 희찬이 성님한테 서울교육청 방향을 대충 들은 터라 청계광장 소라기둥 쪽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한 5분 걸었으까? 아까 우리허고 비슷헌 일이 앞에서 벌어진다. 침회 참석했다가 돌아가는 사람들 앞을 전견들이 부랴부랴 막아나선다. 한참을 옥신각신허다가 길을 내준다.
소라광장 맞은 편 도로가 좁다. 반대편 방향으로 반듯이 10분 정도 가믄 된다고 했는디 어디로 가야헐지를 모르겄다. 마침 젊은 부부가 유모차에 애를 태우고 간다. 남자한테 길을 물응게 오른 쪽으로 갔다가 큰길 나오믄 왼쪽으로 쭉 올라가란다.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시킨 데로 갔다. 한참을 강게로 서울역사박물관이 보인다. 희찬이 성님한테 전화를 했다.
“형님 저 고재성인디요. 시방 어디싱가요?”
“아, 고선생? 나 교육청 앞이에요. 고선생님은 어딘데요?”
“예, 저 역사박물관 앞에 지나고 있는디요, 잉?”
“그럼 오른 쪽 저~ 앞에 강북삼성병원 보이지요. 글로 올로 오믄 됩니다.”
7시 10분. 서울교육청 농성장에 도착했다. 희찬이 성님이 난롯가에서 반긴다. 송용운이 성님이랑 낯 모르는 선생님 두어 분이 앙거계신다.
“고샘~ 식사했어요?” “형님허고 묵을라고 아직....”
“저기 제주식당에 가보세요. 조희주 선생님 계실 거요.”
당신은 나중에 드시겄단다. 제주식당에 갔는디 희주 성님은 안 보이고 엊그제 교찾사 연수 때 뵈었던 분(서울지부사무처장)이 반긴다. 여기 안 오셨냐고 헝게로 저 위 칼국수 집에 계실 거란다. 그리 가봤더니 희주성님이 양재철 선생님이랑 몇 분이서 칼국수를 들고 계신다.
“아이고, 성님.” “어서 와.”
“식사 아직 안 했지? 칼국수 한 그릇 헐겨?” “형님, 근디 여그 술도 파요?”
“술은 안 팔어.” “그요? 글믄 저 쩌 알로 갈랑만이라?” “그래, 좀 있다 가께.”
황태해장국 시키고 쐬주를 도랬다. 김석근 선생님이랑 항꾸네 자리잡고 있던 분들허고 술잔을 한참 주고 받고 있는디 길동초등학교에서 해직된 최혜원 선생님이랑 선사초 용운이 성님이 들어오시더니 저 쪽에 자리를 잡는다. 우리 자리에 앙거있던 네 사람이 두 병 비우고 먼저 일어섰다.
난로 옆에 앙겄다. 배뙤야지도 따땃허고 몸땡이도 따땃허다.‘나도 인자 노숙투쟁 시작?’
바로 길건너에 있는 커피숍, ‘나이스데이’에 가서 자도 된다고 그런디 나는 여그 한데서 자겄노라고 했다. 밤이 깊어 청운초 김윤주 선생님이 글판(피켓)을 가지러 왔다. 내일 아침 학교 앞에서 일인시위 헌단다. 가보고 싶다고 헝게로 그러믄 고맙쟈고, 와서 한 소리 해도란다. 그러마고 했다.
11시다. 쓰레기차가 한 대 서더니 한 사람이 길 건너에 쌓아둔 쓰레기 봉지들을 차 위로 던져올린다. 혼자 한참을 그러고 있다. 이런! 청소부 아저씨들도 구조조정 했는 모양이다. 대게 기사양반은 운전만 하고 두 사람이서 쓰레기를 차에 실어올린디.... 던져 올려놓고는 차곡차곡 쟁일 양으로 차 위로 올라서서 이케저케 정리헌다. 교통견찰차가 지나간다. 노리끼끼헌 초생달이 건물 숲 사이로 떠있다.
11시 14분. 쓰레기차는 어디론가 떠나고 나는 침낭 속으로 파고 들어 잠을 청했다.<땡>
첫댓글 투쟁기 잘 읽어봅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오빠! 고생 많으셨겠어요..감기는 안 걸리셨는지..ㅈㄱ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