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전투력 측정 훈련! 조금은 부담이 되는 훈련이었다. 삼사출신의 잘나가던 선두 주자인 연대장님이 '별을 다느냐 못다느냐'에 중요한 고비가되는 훈련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대대 ATT 때 얼마들지도 않은 군장인데도 두 시간 반을 걷고 낙오했던 신병을 본부에서 데리고 훈련에 임할려니 짐이 되어서 빠진 중대본부 놈들은 우리 소대에 떠맡겼다. 인사계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도 못하고 장문희가 데리고 왔는데 그것도 우리 분대에 떠넘겨 졌다. 장문희가 말하길 “나는 X도 모르겠다. 서재우 네가 알아서해”라고 해서 모든 고욕이 나에게 떨어졌다. 낙오를 해도 같이 낙오를 해야하는데 이제까지 우리 소대 전통은 낙오라는 단어 조차도 못 꺼낼 정도로 깡다구 악따구를 자랑하고 있었기에 그 놈이 낙오할려하면 내가 엎고서라도 훈련동안 낙오 없이 만들어야 했다. '나를 믿어서인지 아니면 엿 먹이겠다'는 것인지 장문희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군인은 목숨을 걸고 명령에 따라야 했다. 접적이동을 하면서 정동수에게 많은 좋은 이야기와 사기를 붇돋아 주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데리고 갔다. 누가 똑바로 못걷는다고 동수에게 뭐라고하면 얘에대한 책임은 내가 질테니 아무도 개소리 하지마라고 하면서 오를막이 나올 때마다 나의 군장 뒤 반합 및 세면빽 주머니에 손을 잡게하고(정훈 병장이 유격훈련을 마치고 주둔지로 복귀하면서 내가 설사로 고생을 할 때 그랬던 것처럼) 나는 소처럼 끌었으며 공격 중에도 산의 오를막이 나오면 마찬가지였다. 그랬더니 동수도 용기가 나서 잘 따라주었는데... 지금의 화기분대장(그 당시 김준기 상병)이 “M60 기관총을 아무도 안받아 준다”고하며 더러워서 쫄따구에게 안맡긴다며 나에게 들어달라고해서 M60을 들고 한시간을 걸었는데 지금의 1분대장인 한용규가 몸이 안 좋더니 맛이가서 낙오할 지경에 이르렀기에 M60에 K201까지 들고 군장에 손을 메달리게 하여 고참이나 쫄따구 눈치채지 않게 한시간 반 정도를 걸으니 바세우게 고개 정상에서 지금의 3분대장인 유정용이가 60을 교대해주어 K201 두자루를 울러메고 부축하며 걸어갔는데 김은중 하사(당시 3분대장)가 총을 받아주고 한용규를 부축해주어 나는 다시 쓰르라미고개에서 정동수를 매달리게 하여 끌고갔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던 신병 이제현이가 비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조용남 병장의 “아직 한 시간 남았다”라는 말(사실은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었음)이 끝남과 동시에 쓰러졌다. 일으켜 세워 엎다시피하면서 집결지까지 데리고 갔는데 삼 십킬로미터 정도 밖에 걷지 않고 한 시간 남았다는 말에 팩 쓰러지니 어이가 없었지만 낙오할 줄 알았던 정동수가 끝까지 걸어 온 것이 정말 대견스러웠다. 따뜻하게 대해주고 용기를 주니까 훈련에 열심히 임할려는 의지가 있어 이동간 (그 당시는 하루에 수십 개의 산을 넘었다)에 오를막이라는 오를막은 내가 소처럼 앞에서 끌어 주었다.(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슈퍼맨이었다) 지금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군인정신이 살아 있었고 용기를 심어 주는 나의 말에 의지가 엿보이는 동수의 모습이 이등병 때의 나의 모습으로 비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잘 할려고 해도 찍혀서 고생만 했는데 허약한 동수의 체격이 나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우리 부대가 훈련만 뛰면 단골 손님이 있는데 그것은 빗님이었다(이런 젠장 우라질 ... ...) 그 때도 아니나 다를까 X같이 야간 공격 때 장대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 야간공격이 끝나고 여명공격으로 이어찔 때까지도 계속 비가왔다. 비를 맞으며 공격을 하는 도중에 뛰면서(시간이 없어서 짬짬이) 아침으로 나온 돌 씹히는 주먹밥을 그래도 맛 있다며 먹는 우리 얼굴을 부모님이 보면 통곡을 하며 피 눈물을 흘리시겠지만 우리는 웃으며 훈련에 임할 수 있다며 웃던 전우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그 때 제현이는 공격에서 제외 되었지만 만월봉(약 600고지) 정상의 공격목표 지점을 점령하고 연막으로서 공격성공 신호를 보냄으로써 모든 상황이 종료 되었다. 힘들었지만 보람은 있었다. 절반 이상을 비 맞으며 밥을 추진하며 배식해야 했기에 더욱 힘이 들고 짜증이 났지만 내가 아니었으면 낙오하여 군 생활이 힘들어 졌을 한명의 전우에게 전우의 정을 나누고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는 것과 여명공격 時 개활지 통과 때 훈련용 포탄이 터지는 가운데 나의 자신에 찬 모습과 군인정신(이글거리며 빛나는 독사같은 눈빛) 그리고 용감하면서 날쌘 모습을 보고는 통제단장님과 통제관들이 엑설런트하다고 찬사를 보내며 엄지손가락을 펴보였고 접적이동 중에는 힘들지만 웃음을 잃지않는 나의 모습에 연대장님께서 직접 고맙다고 말씀하셨으며 광탄에서 1대대로 넘어가는 고개길에서 상황도 아닌데 난데 없이 헬기에서 機銃掃射를하자 탄피가 머리위로 두두둑 떨어졌던 기억들 등... 책임을 완수했다는 희열도 있었다. 주둔지로 복귀하고 난 후에 소대에서 내가 제일 고생했다며 나와 한용규 두명을 연대장 포상휴가를 보내 준다고 외박을 보내주지 않았기에 황호연이가 대신 외박을 나갔었는데 재수가 없을려니 최소한 5박 6일이던 휴가가 3박 4일로 바뀌고 이등병과 6월 휴가자를 제외한 全 연대 병력이 휴가조를 짜서 휴가를 순서별로 나가게 되었다.(통제관들의 RCT평가가 최고였기 때문에... ... 결국 진급에는 실패했지만 ... ...) 그 때 할머니가 위독하셨기에 제일 첫 순서로 출발했었는데 나에게 무조건적이고도 바다와 같이 깊고 넓은 사랑을 주셨던 할머니가 병마에 괴로워 하시는데 아무 것도 도와 줄 수 없는 내 자신을 괴로워 했다. 경덕이도 휴가 중이어서 당구장에서 만나 당구를 치고 자기 집에가서 맥주 몇 병과 소주 몇 병을 먹었는데 양이 차지 않았다. 그래서 가져 온 VIP 양주 한병과 델몬트 병에 담근 포도주를 맥주 컵에 홀짝 홀짝 마시다가 그것이 모자라 텔몬트 병의 대추주를 다 비우고 집에 가려하니까 바래다 준다며 경덕이가 나왔는데 둘이는 자전거를 타고 경덕이의 요청에 따라 경덕이가 사랑하는 윤희 집으로 향했다. 전화를 하고 찾아가겠다고 큰 소리를 해놓고 찾아가다가 담배가 없어서 륜희 집 앞에서 나는 앉아서 기다리고 경덕이는 담배를 사가지고 오기로 했는데 륜희 집 앞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그런데 누가 (아마 륜희 엄마였을 것이다) 이렇게 잠을 자면 죽는다고 일어나 집에 가라는 것이었다. 군인은 눈보라 휘날리는 산야의 바람을 맞고 자는데 괜찮다고 하고 눈을 감았는데 사람이 지나다니는 기척이 있어서 시계를 보니 아침 여섯시 40분이 지났고 경덕이는 옆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담배를 사러가던 경덕이는 여자와 부딪혀 파출소까지 가게 되었는데 군인의 호기를 부리다가 헌병대에 붙잡혀가 고생을 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헌병대와 형 그리고 어머니에게 얻어터져 골골하던 경덕이와 같이 복귀하였는데 나는 비가 올 것 같으니까 열차를 타자고 하고 경덕이는 고속버스를 타자고 우겼다. 시간을 보니 넉넉해서 연착을 해도 얼마냐 하겠냐며 12시 38분 發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했는데 비가 오는데도 별 탈 없이 서울로 향하던 고속버스가 평택 근처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 앞과 뒤를 바라 보니 밀린 차의 행렬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앰블런스도 삐뽀삐뽀만 할 뿐 꼼작 못하다가 거북이 걸음으로 가는 것고 가는 시간 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서울에 도착하니 19시 12분! 바로 부대에 전화를 해서 사정 이야기와 위치 그리고 도착 예정 시간을 말하고 불광동에서 다시 전화를 부대로 한 후에 부대에 복귀했던 시간은 21시 정도 쯤 되었다(복귀 시각은 육군 규정은 24시 우리 자대 자체 시각은 20시). 그 때 일직은 설명 필요 없고 질문 안 받는 똘아이로 소문난 우리 인사계님이었다. 부대로 상황 전화를 두번씩이나하고 복귀를 다짐 다짐 했는데도 우리 집에 탈영했다고 전화를 하고 난리지랄염병을 다 떨어 놓고 있었다. X같은 자식! 한참을 씨달린 뒤에 24시 쯤 소대로 들어가니 모두 팬티만 입고 삼선에 정렬한 부동 자세로 취침등 밑에 서 있었으며 분대장인 장문희가 나를 때릴려더니 전역이 며칠 안 남아 몸을 사리면서 김은중이에게 때리게했는데 김은중이도 나에게 화가났는지 왜 복귀하냐고하면서 몇 대를 때리고 그 뒤에 무사히 지나갔다.(참고로 다른 사람이 이런 일이 있었으면 고참들에게 줄줄이 얻어 터졌다. 이제 소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