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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어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특별한 방문객들이 경기 여주시 천주교 여주성당을 찾았다.
이날 여주성당을 찾은 사람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조학문 신부 및 45명의 신자들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임영석 여주시 허가과장, 이장호 여주신문 발행인(왼쪽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갤러리 1898’ 이지형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여주성당을 방문한 사람들은 여주성당 유리화(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한 이남규 화가(1931~1993년)의 유리화 작품 기행에 나선 사람들이다.
여주성당 유리화는 우리나라 천주교 최초의 성당인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사적 제252호)을 비롯해 명동 대성당과 혜화동 성당 등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그린 서양화가이면서 우리나라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의 선구자인 이남규 화가의 작품으로, 이남규 화가 유리화 작품 기행을 위해 여주성당을 찾은 염수정 추기경과 일행은 “이제껏 본 유리화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입을 모았다.
이남규 화가(1931~1993년)의 유리화 작품 기행에 나선 사람들
이지형 큐레이터는 “여주성당의 유리화 작품은 이남규 화가 전성기 작품으로 가장 많은 유리를 사용한 작품의 하나로, 일일이 유리를 만들어 제작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여주성당의 유리화 작품은 2.5~4cm 두께의 색유리를 콘크리트나 에폭시수지를 이용해 색유리들의 공간을 메우고 굳혀 일종의 색유리 벽체를 만드는 달드베르(Dalle de verre) 기법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지형 큐레이터는 “이남규 화가 사모님에 따르면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러 온 사목위원들이 ‘온통 시멘트만 보이니 유리를 적게 쓰는 것 같다’고 했다가 나중에 완성된 작품을 보니 너무 아름다워 이남규 화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소개했다.
여주성당 본당 왼쪽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서 작품 일부가 벽으로 가려진 쪽을 보며 큰 탄식을 하는 사람들
염수정 추기경과 유리화 기행단은 여주성당 본당 왼쪽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서 작품 일부가 벽으로 가려진 쪽을 보며 큰 탄식을 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이 건물로 인해 제 빛을 발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더 늦기 전에 벽으로 가려진 작품이 본래 모습을 찾길 희망하는 말들을 나눴다.
평일 오후에 여주성당을 찾은 일부 지역 신자들을 만난 염수정 추기경은 환한 웃음으로 “빛이 있어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주성당의 유리화 작품(부분)
이날 우연히 여주성당을 들른 한 주민은 “여주에 이렇게 아름답고 귀한 예술품이 있는 줄 몰랐다”며 “성당에 들어오지 않아도 안에서 조명을 비춰 이 부근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유리화의 아름다운 빛을 감상하고 누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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