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난 MBC청룡이야, 이 개새끼들아!”
“제2장. 세실리아(Cecilia)”
“제3장. 인터뷰, 그리고 메모”
“제4장. 콜로세움(The Colosseum)”
직장을 ‘그냥 그렇게’ 나왔다. 대단한 일일 것 같았으나 막상 저지르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애정이란 감정이 남아 있질 않았던 게다. 이혼한 부부의 양육비처럼 월급만 받아먹고 -놀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있었던 바다. 더 다닐 이유가 없어 보였다. 당연히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감정이니 해석이 다르겠으나, 나의 경우에는 퇴직에 대해서 스트레스가 없었다. 언젠가부터 나 스스로도 회사와의 이별을 준비했었기 때문이리라. 계체량을 앞둔 선수의 체중 조절처럼 애정을 슬슬 빼가며. 혹은 슬금슬금 빠지며. 인정한다, 전에 몸을 담은 회사에 애정은 없지만 악감정은 더더욱 없다는 것을. 내 삶의 어느 부분이나 어느 시절에 있어서는 정말로 소중하고 고마운 회사였기에. 그냥 끝나는 게 옳을 때 끝난 것이다. 퇴직금으로 뭘 할까 생각을 해봤다. 해외여행이니 식도락 여행이니 별별 생각을 다해봤으나, 친구들에게 투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소설을 쓴다며? 보여줘 봐.” 그래,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흔쾌히. 다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으니, 음주는 현저히 줄고 흡연의 양이 급격히 늘어났다. 음주벽이 있다고 알려졌던 소설가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란 말인가. 마시는 날과 깨는 날로 이틀을 망치거늘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존경할 수밖에 없다. 미숙할 것이다. 난 문학을 전공한 적도 없고, 궁극적으로는 소설에 대해 철학이란 게 없다. 확대해석은 하지 마시라. 철학이 없다는 거지 존중이 없다는 건 아니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처럼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그게 그릇이 작기에 정말로 담기 힘들었다는 점은 알아주셨음 한다. 만약에 다시 글을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거보다는 잘 쓰리라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공수표로 -투혼이 있거나 영혼을 판다손 쳐도 대부분 내가 쓰는 글이 날 속이기에- 인사말을 맺으려 한다. 만약, 아주 만약에라도, 읽으시는 분께서 좋다면 그 이상 뭘 바라겠는가.
(부꾸미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264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