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이 마음 먹고 가는 산행날엔 한밤중에 깨어서 잠을 못자는 버릇이 오늘도 도졌다.
어젯밤 12시가 다 돼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깨어보니 2시가 조금 넘었다.
더 잘가 하다가 그냥 일어나 주방에 나가 쌀씻어 밥 앉히고 예약을 누를가 하다 그냥 취사 스위치를 누르고 이것 저것 베낭을 꾸리기 시작 했다. 62km라고는 하지만 첨 가는 길이니 여기 저기서 헤메면 아마 시간이나 거리를 10%쯤은 더해야 할거니 아무래도 군남 홍수 조절지 부근에서 하루 자고 한나절이나 아니면 새벽부터 걸어서 신탄리에서 장정을 마치고 아침을 먹고 기차 타고 집에 와야 할것같았다.
이것 저것 하다 4시에 밥 차려 먹고 베낭 다시 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는것보다는 하루에 끝내고 남는 거리는 담에 다시 한번 가는게 좋을 듯싶어서 이다. 그래서 속내의.양말 등 짐은 꺼내고 하루 여행품으로 바꾸었다.
밥을 먹고 간식으로 어제 저녁에 나가서 사온 빵 두개, 육포, 건과일....등을 챙겨서 5시에 집을 나섰다.
5시 22분 전철을 타고 옥수에서 3호선을 갈아탔다. 왕십리에서 5호선을 타고 DMC에서 문산행 열차를 탈까 했으나 어제 저녁 도상연습을 한 결과 그것보다는 옥수에서 3호선을 타고 대곡역에서 문산행을 타는게 조금은 수월할 것같아서였다.
문산은 초행길이라 옆자리 젊은 사람한테 적성 가는 92번 버스타는 곳을 물어보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 뒤를 졸졸 쫒아 가는데 그 사람 발거름 한번 재다. 내가 쫒기가 힘들 정도로 빠른 거름이어서 정신없이 한 5분 따라가니 버스스탑이 있고 그 젊은 이는 92번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내게 타라고 안내를 친절히도 해 줬다. 머리 하얀 늙은 이가 베낭을 메고 있으니 근심스러워서인지 아주 친절했다.
버스를 타고 40여분 가는데 밖으로 보이는 논에는 벌써 바닥이 않보이게 파랗게 벼들이 자라고 밭에는 옥수수 키가 내 가슴은 넘게 자라고....그러고 보니 벌써 6월도 중순이 되는구나!
창가에서 멀리 보이는 야산과 집집마다에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누군가 밤꽃이 필 무렵이면 유부녀들은 춘심을 못이겨 경춘선 국도로 드라이브를 한다더니 지금이 바로 그 때였다.
밤꽃냄새에 얽힌 웃지못할 젊을 때의 에피소드도 있지만.....
어쩜 그 밤꽃 냄새가 남자의 정액냄새와 그리도 똑같은지....
참으로 평화스럽고 풍요로워 보였다. 파주! 참으로 넓고 풍요로운 곳이었다. 마치 미국 곡창인 프레이리지역을 지날 때 한없이 펼져지는 옥수수, 콩밭을 보며 느꼈던 그런 느낌이었다.
적성에서 내려서 택시로 황포돛배까지 갔다. 한 5분쯤 온거 같은데 택시비는 4,000원을 받는다. 완전 바가지다.
이곳 황포돛배인 두지나룻터에 도착해 사진 한장 찍고....평화누리길 보도 여행을 시작했다. 정각 9시.
1 km를 걸으니 장남교가 나오고, 여유롭게 임진강을 좌우로 보면서 다리를 건넜다.
아침 공기가 싱그럽다.
일단 시작이니 가게 주인을 불러서 기념촬령을 부탁 했다.
장남교에서 바라다 본 두지나룻터 황포나룿배
장남교에서 바라본 임진강.
장남교를 건너니 바로 왼현에 이정표가 있었다. 느낌이 좋았지.
이곳에서부터 1차 구간인 숭의전까지가 20.6km남았단다.
가끔은 이런 화장실 안내판도 보이고....화장실을 따로 지은건 아니고 항상 열려서 지나가는 보도여행자가 쓸 수 있게 주인과 상의가 돼서 항상 열려 있는 화장실이다.
연천 벌판.
옥수숫대 키가 벌써 이만큼 자랐네...
내가 아침에 베낭에 DMZ생수를 넣고 왔는데 마침 지나다보니 이곳에 이 생수 공장이 있었다...괜히 반가운게 오늘 여행이 잘될것만 같았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달린 뽕오디.
요새 불루베리가 몸에 좋다고 야단법석이지만. 이 blueberry에 견줄만한것이 우리도 있으니 이게 바로 mulberry(뽕나무오디)이다.영어권에서 이 뽕오디를 물베리라고 해서 딸기와 동격으로 치고 있으니....그러고 보면 뽕오디도 진한 보라색에서부터 비슷한게 많지. 활성산소를 없에는 건강식품으로도 아주 좋단다.
나도 매일 아침 한숫갈씩 먹지만.
귀룽나무가 꽃핀지가 어젓께 같은데 벌써 작은 열매를 조롱조롱 매달고 있어서 한컷.
어느 동네를 지나다보니 우리 옛날 60년대 동네에 있든 석유파는 집이 생각나게 하는 그런 동네주유소...
밭에다 이런 선인장을 기르고 있네....꽃도 이리 예쁘고...
옛날 맥시코 여행 때 마야문명인 큰 산보다 큰 피라미드를 오르고 내려와서 심심해서 사막을 걷다가 이런 사보텐이 얼마나 큰 나무 같은지 그 한가닥 위를 올라가 사진을 한장 찍은적이 있는데 그 때가 문득 생각났다.
선인장 밭.
이곳이 비룡대교이다.파주에서는 적성리 바로 옆이지만 연천으로 오느라 돌아 돌아 2시간 반을 걸어서 이곳까지 왔다.
이제 학곡리 갈대밭과 고인돌 유적지를 향해 걸으려고 비룡교를 오른쪽으로 하고 둘레길로 들어섰지.
땀이 이젠 턱에까지 줄줄 흐르고 웃옷은 이미 졎은지 오래다.
시원한 비라도 한조나기 쏟아졌음 좋으련만.....
첫댓글 좋은 풍경이 있는 곳을 다녀 오셨습니다.나홀로가 아닌 또다른 벗과 함께 가셨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
그러게요. 그 생각은.....내가 첨이니 누구 같이 가면 혹이나 헤메면 어떡하나 해서지요. 김회장님 담엔 같이 갑시다요.
이런곳도 있군요.
그래요. 뭐잔은 곳에 있으면서도 잘 가게 않되는 곳이드군요.
먼 길은 길동무가 좋아야 한다는데 . . 경원선 종점 신탄리는 69년 내 군복무시절 역장, 리장, 경비대장이
유지였거든. 지난해 가보니 보양식(신탕)으로 유명한 동내가 됐어요.
그러게 나도 그곳 보신탕집 찾아가느라 비는 장대같이 퍼붓는 날 아주 고생하고 가서 한그릇 먹고 왔다네. 아직 신탄리는 못갔으니 담에는 꼭 또 먹고 와야지.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