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강원도 인제 국유림관리소에서는 5월 1일을 기해 봄철 산불조심기간 동안 통제했던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을 개방했다. 그래서 자작나무숲 탐방로 개방 소식을 듣자마자 지인들과 함께 한달음에 자작나무숲을 찾았다. 한해 20만 명 이상이 방문하던 자작나무숲은 신종코로나사태 이후 탐방이 다소 제한되었으나,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다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자작나무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나무껍질은 흰색이며 종이처럼 벗겨진다. 목재가 단단하여 조각재로 많이 쓰이는데 고려 때 제작한 ‘팔만대장경’의 경판 상당 부분이 자작나무로 만든 것이며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의 재료는 자작나무의 껍질이다. 자작나무는 10년 이상 되면 20~30m 높이로 자라며, 한국 북부와 일본, 중국, 시베리아 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자작나무는 여느 나무에 비해 껍질과 이파리가 깨끗하다. 그래서 소설가 정비석은 금강산 기행문인 <산정무한>에서 ‘비로봉 동쪽은 아낙네의 살결보다도 흰 자작나무의 수해(樹海)였다. 설 자리를 삼가, 구중심처가 아니면 살지 않는 자작나무는 무슨 수중공주(樹中公主)이던가’라고 표현했다. 자작나무 껍질이 희디흰 데서 ‘나무 가운데 공주’라고 비유했던 것이다.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은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소나무숲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솔잎흑파리의 병충해를 입은 소나무를 벌목한 뒤 약 25만㎡ 넓이의 산허리에 70여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어 오늘과 같은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연히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울울창창한 자작나무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에게 자작나무숲으로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바람이 불 때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자작나무 이파리와 하얀 껍질의 나무줄기는 보는 것 만으로도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진다. 또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빽빽하게 늘어선 자작나무 숲길을 천천히 걷노라면 상처받은 몸이 가벼워지고, 어지럽던 마음이 가지런해진다.
승용차로 국도에서 원대리가는 길로 들어서서 약 10여 분 달리면 자작나무숲으로 가는 들머리에 닿게 된다. 그리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길을 3.2km 걸어야 자작나무숲에 들어서게 된다. 자작나무숲에 이르기까지의 산길 걷기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으나 봄철의 자작나무숲은 순백색의 껍질과 연둣빛 잎이 어우러진 싱그러움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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