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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두꽃길에서 자전거 타기 경북 김천시 농소면 샙띠마을. 자두꽃길을 따라 식구들끼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기분이 어떨까요? |
ⓒ 손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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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저 꽃 있잖아. 저게 무슨 꽃인 줄 알아?"
"아니, 나도 모르겠는데, 늘 봄에 피던데…."
"이맘때면, 저 꽃을 자주 보는데, 당최 무슨 꽃인지 모르겠어. 꽃 냄새도 참 좋은데, 오늘은 내 기필코 알아내고 말 거야. 아무라도 밭에 사람 있으면 물어볼 거야."
해마다 봄이 오면 만나는 꽃, 무슨 꽃인지 몰랐다
오늘(17일)은 몇 주 동안 벼르고 별러왔던 김천시 농소면 샙띠마을에 가는 날이에요. 바로 자두꽃 축제가 열리는 날이랍니다. 본디 지난주에 하기로 했지만 꽃이 아직 피지 않아 한주 뒤로 미루었던 행사였지요. 아침부터 날씨도 좋고 햇살이 무척이나 따뜻해서 자전거 타기에도 참 좋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늘 자주 보는 꽃이 있답니다. 들판마다 온통 하얀 눈가루를 뿌린 듯이 작고 앙증맞은 꽃망울을 조롱조롱 매달고 있는 봄꽃이지요. 틀림없이 과일나무이긴 한데 꽃 이름을 도무지 모르겠어요. 들판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도 안 보이고 해서 물어보지도 못했네요. 오늘도 여느 봄처럼 하얀 꽃망울을 품고 화사하게 핀 꽃이 들판마다 가득합니다. 작은 언덕배기에도 온통 이 꽃이 피었어요. 꽃냄새도 참 좋고 코끝을 스치는 게 무척이나 상쾌하네요.
구미에서 두 어 시간을 힘껏 밟아 달려왔어요. 행사가 열리는 샙띠마을 가는 길에도 온통 하얀 꽃이 많이 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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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봄이면 만나는 꽃 봄은 자전거 타기에 매우 좋은 철이지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이런 꽃들이 우리를 반겨준답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늘 만나는 꽃이었지만, 난 이게 무슨 꽃인지 몰랐답니다. |
ⓒ 손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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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자기야 이 꽃이 혹시 자두꽃이 아닐까? 농소에는 예부터 자두로 이름난 곳이잖아."
"글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샙띠마을 잔치가 바로 자두꽃축제인데, 이렇게 들판 가득 하얀 꽃이 핀 걸 보니, 암만해도 자두꽃이 맞을 거 같다."
"그러게, 샙띠마을에 다 와 가는데 온통 이 꽃이 핀 걸 보니 이게 자두꽃이 맞는 것 같다."
오늘 잔치 행사장인 옛 봉곡초등학교 가까이에 들어가니, 오전 시간인데도 어느새 오가는 차들로 붐비네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잔치인데 어찌 알고 왔을까 싶을 만큼 많은 사람과 차들이 많았어요. 주차장도 임시로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마을 앞에 빈 터도 있었고, 또 마을 교회에서도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을 생각해서 주차장을 내주었더군요. 첫 행사이니만큼 마을 분들한테도 매우 뜻 깊은 일이니, 요모조모 꼼꼼하게 준비한 '티'가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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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바로 자두꽃 자두는 빛깔이 붉으니까 꽃도 붉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작고 앙증맞은 꽃망울이 촘촘히 박힌 이 꽃이 바로 자두꽃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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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하얀 자두꽃 작고 앙증맞은 자두꽃, 꽃망울이 참 예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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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 없는 행사, 마을 주민들의 손맛이 일품
때마침, 노란 한복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저 앞에서 행진을 하면서 다가오는 김천시청 취타대를 만납니다. 때를 아주 잘 맞췄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지요. 얼른 사진기를 꺼내서 놓칠세라 바삐 사진을 찍었어요. 우리뿐만 아니라, 취타대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더군요.
행사장 안에도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자두꽃을 배경으로 한 사진콘테스트, 글짓기, 그림그리기 등 여러 가지 행사도 많고, 또 이것저것 농촌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꽤 있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여느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도자기공예, 솟대 만들기,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는 페이스페인팅 등, 흔한 것들이 많아서 조금은 씁쓸했어요. 하기야 축제라고 뭐 별다를 게 또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지역에서 '축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역 특산품의 우수성이나 자랑거리들을 나타내고 널리 알리는 일이기에 몇 가지를 빼고는 딱히 다른 축제와 남다른 건 그다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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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체험마당 이런 축제 때엔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지요. 지금은 왜가리 솟대를 만들고 있답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체험할 거리들이 많았는데, 여느 축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무척 즐거워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 손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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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칭찬할 만한 게 있었어요. 다름 아닌, 자두꽃축제인 만큼 자두꽃을 넣어 만드는 자두꽃 화전 만들기나 자두막걸리 시음과 같은 행사가 있었다는 것과 먹을거리를 파는 행사장 안에는 다른 장사꾼들이 없었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축제에선 미리 배정받은 식당(마을 식당도 있지만 거의 다른 지역 식당들이 많았답니다.)들이 행사장에 길게 늘어서서 음식을 팔곤 했는데, 이곳은 달랐어요. 모두 마을 부녀회에서 팔 걷어붙이고 나와서 음식을 만들고 값싸게 팔더군요. 자두꽃비빔밥, 자두꽃국수, 파전, 수육이 전부인데, 수육을 빼고는 모두 3000원 이더군요. 싼값에 대면, 음식도 꽤 잘 나오는 편이었고요.
지난 번 의성 산수유꽃축제에 가서 먹어봤던 멀건 국물에 고명이라고는 김 가루가 다였던 너무나 맛없고 성의 없었던 음식과는 무척이나 다르더군요. 다만, 우리가 찾아간 날이 행사 둘째 날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두꽃비빔밥에 자두꽃이 없었다는 게 조금은 실망스러웠어요. 어쨌거나 마을 사람들이 손수 나와서 음식을 만들고 값싸게 판다는 게 퍽 기분 좋았답니다.
이게 바로 자두꽃이었구나!
이제 이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두꽃 얘기를 해야겠어요. 이 마을에 올 때까지 내내 이 꽃이 무얼까 몹시 궁금했는데, 맞았어요. 우리 생각대로 그게 바로 자두꽃이었네요. 온 들판을 가득 메운 하얀 꽃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작고 앙증맞은 꽃망울을 촘촘히 매달고 가지마다 하얀 눈이 내린 듯 고왔어요. 마을 앞과 뒤, 건너편 할 것 없이 온통 하얀 자두꽃으로 뒤덮인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자두 빛깔이 붉은 빛이니 붉은 꽃이 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새하얀 빛깔을 띠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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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두꽃길 따라 트랙터 타기 여러 가지 체험 가운데에 자두꽃길 트랙터 타기가 있는데, 매우 흥겨워하더군요. |
ⓒ 손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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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두꽃길 자전거 타기 마을 안팎으로 각각 4km남짓 되는 거리입니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꽃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구경할 수 있도록 마련했더군요. 식구들로 보이는 이들이 무척이나 즐거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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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두꽃을 배경으로 찰칵~! 식구들끼리 나와서 꽃길을 따라 자전거도 타고 이렇게 봄날 따듯하고 즐거운 추억을 남깁니다. 언제 어디서나 식구들과 함께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즐겁고 행복해보입니다. 그래서 보는 이도 덩달아 웃음짓게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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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엔 자전거와 트랙터를 따로 마련해놓고 꽃길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자전거나 트랙터를 타고 마을 자두꽃 길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했어요. 식구들끼리, 소중한 사람들끼리 와서 한데 어울려 자전거도 타고 트랙터 뒤에 타서 하얀 꽃밭을 구경하는 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밝았습니다. 신이 나는 듯 까르르 소리를 내며 크게 웃는 모습도 퍽 즐거워 보였어요.
"자기야, 그런데 여기 마을 이름이 왜 '샙띠마을'이랬지?"
"전에 고방사 갈 때 이 마을에 들렀잖아. 그때 정자나무 아래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얘기해줬잖아. 새가 많아서 샙띠마을이라고."
"그래그래. 맞다. 여기가 바로 고방사 가는 길이지? 생각난다. 그땐 한여름이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고 자전거 타고 가는 걸 보고 나무 밑에서 쉬었다 가라고 하셨던 할머니가 계셨지? 그때, 우리가 할머니한테 양갱이도 나눠 드렸는데, 무척 고마워하면서 마을 뒷산에 왜가리가 많아서 샙띠라는 얘기를 해주셨지."
그래요. 이곳 김천시 농소면 봉곡리의 옛 이름이 바로 '샙띠마을'이랍니다. 산이 온통 하얗게 보일 만큼 마을 뒷산에 왜가리들이 많대요. 그러고 보니, 이번 행사에서 자두꽃 길과 함께 '왜가리생태체험'도 할 수 있도록 했군요.
들판마다 하얗게 수놓은 자두꽃 길을 따라갑니다. 마을 앞과 뒤, 옆 할 것 없이 자두꽃이 활짝 핀 길을 따라 행사장에서 마련해준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무척이나 많았어요. 꽃과 함께 그들도 퍽이나 아름다운 풍경이 됩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샙띠마을 자두꽃축제, 처음이라서 아직은 어설프고 모자란 점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잘 꾸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탄탄하고 볼거리가 많은 잔치로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아울러 마을 사람들한테도 좋은 일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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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방사 샙띠마을에서 멀잖은 곳에 고방사라는 절집이 있답니다. 신라 눌지왕 때 구미 도리사를 지었던 아도화상이 처음 세웠다는 절이지요. 기회가 되면 샙띠마을에서 가까우니까 고방사에도 꼭 한 번 들러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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