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오피니언매일포럼
기사승인 2017.07.26
김재호
한국금호동물병원 수의사
일본 전문의 나가오 박사의 ‘경고’
약물 의존성·과잉 진료·시술 등 우려
걷기로 면역력 높이기 제안
‘건강검진의 거짓말’ 책도 유명
병원 환자 80%는 안가도 되는데
‘약이 병을 만든다’는 의사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한라수목원 새벽 걷기 운동을 하는 한 할머니(92)는 일 년 열두 달 감기를 모르고 지낼 만큼 건강하여 친구들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사달이 생기고 말았다.
두 해 전, 효심 지극한 자녀의 권유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MRI검사 결과 아주 작은 뇌경색이 발견돼 약물을 복용하고 보름에 한번 검진을 받으면서 할머니는 웃음은 잃고 말았다.
의사는 ‘몸의 자연스러운 소리’ 150의 혈압을 약으로 끌어내렸다. 혈액 순환이 순조롭지 못하면 혈류 정체가 생겨 뇌경색이 나타나게 된다. 10년 동안 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생긴 조그만 뇌경색에 대한 약물 치료는 의료 폭력이다.
‘건강검진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쓴 일본의 현직 의사인 마쓰모토 미쓰마사는 “나이 50을 넘기면 누구나 조금씩 뇌경색이 있으나 아무런 염려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혈압 약 복용은 뇌경색과 치매가 뒤따른다”고 경고한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당뇨로 동물병원을 찾는 애완견 당뇨환자들이 병원 경영 개선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어떠한 원인으로 몸의 균형과 조화가 깨지게 되면 몸은 이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여러 가지 반응을 나타낸다.
당뇨도 이와 같이 몸을 살리려는 인체의 자구행위다. 사냥 철 주인을 따라 여러 시간 들판을 누벼 운동량이 많은 사냥개는 당뇨가 높을 수 있다. 2~3일 휴식을 취하면 당은 저절로 조절 된다.
걸러지지 않은 의학 정보로 불안해하며 건강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건강(健康)이란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전한 상태를 뜻한다. ‘건(健)’은 ‘튼튼함’을 뜻하고, 튼튼함은 육체의 건강을 나타낸다. 그리고 건강의 ‘강(康)’은 ‘평온함’을 뜻한다. 즉 마음의 건강을 나타낸다.
건강검진은 육체의 상태만을 진단하는데 그 건강검진 때문에 불안과 공포로 마음이병 든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건강한 사람이 위험한 검진 기구와 물질에 노출돼야 하는 건강검진은 무의미한 과정 일 수 있다. 조기검진은 조기 치료과정을 통해 조기 사망을 부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의 저자 일본의 가정의학 전문의인 나가오 가즈히로 박사는 약제투여로 인한 약물 의존성, 과잉진료로 인한 부작용, 무분별한 시술과 수술 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걷기로 면역력을 높이면서 서서히 인위적인 치료와 멀어지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수록, 아플수록, 피곤할수록 걸어야 산다. 현대병의 대부분은 걷지 않는 생활방식에서 시작된다. 항상 움직여야 하는 야생 동물은 대사성 질환이나 암에 걸리지 않는다.
병원에서 흔히 행하는 CT검사 한 번의 방사선 피폭량은 최저 10mSv이며, 전신·조영 CT까지 더하면 60mSv를 초과하기 십상이다. 참고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난구역 지정 기준이 연간 피폭량 20mSv이었다.
그런데 의사들은 가벼운 복통이나 당뇨만으로도 아무렇지 않게 CT 촬영을 지시하는 것이 일상이다. 의료기관에서의 방사선 피폭으로 발생하는 암이 연간 암 발병의 3.2%라는 발표가 나왔지만 의사 대다수는 이를 무시한다.
‘콜레스테롤 정상치’는 260이었는데 점점 250·240으로 내려가더니 오늘날은 마침내 230이 되었다. 기준치를 10 내릴 때마다 콜레스테롤 약을 먹는 사람이 1000만 명씩 늘어난다. WHO는 2017년 대한고혈압학회에 혈압 150은 정상이므로 약물 처방을 하지 않도록 권고했으며, 콜레스테롤 약은 필요치 않다는 의견이다.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질병에 대해 미리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엉터리 광고’로, 24시간 주치의 전화상담·예방접종·성형상담·보톡스 등의 추가 서비스도 포함돼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최상급 건강검진을 찾는 ‘한심한’ 이들도 적지 않다.
42년 의사 생활을 한 ‘건강의 배신’ 저자 이노우에 요시야스는 약물 남용과 의료 방사능의 폐해를 지적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는 병원 안 와도 되는 사람들이다, 약이 병을 만든다”
김재호 한국금호동물병원 수의사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