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한국의 탄생화와 부부 사랑 / 꽃양배추

♧ 11월 30일. 오늘의 역사와 기념일.
* 생명의 도시의 날(Cities for Life Day 사형제를 폐지하고 생명의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만듬)
♧ 11월 30일. 한국의 탄생화
* 겨울이 다가올수록 더욱 아름다운 꽃양배추 : 십자화과 배추속 꽃양배추
* 대표탄생화 : 꽃양배추
※ 11월 30일 세계의 탄생화
낙엽 마른 풀 (Dry Grasses) → 한국의 탄생화 미지정

영하의 추위가 몇 번 지나가고 눈까지 내리면 길거리의 꽃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내년의 새 봄을 기약하며 아쉬운 한 해의 삶의 기억을 세월의 심연으로 밀어냅니다. 우리집 공용주차장 앞 둥근 화분에는 비교적 추위에 강해 지난달 심었던 샐비어(사루비아)가 꽃잎을 떨어뜨리지도 못한 채 얼은 채로 시들어버려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그렇다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모든 생명붙이들이 다 추위 앞에 기가 죽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맘때 중부 지방 길거리의 화분에는 '이 거리의 주인공은 나야 나'를 웅변하려는 듯이 온통 [꽃양배추]로 채워져 있습니다. 작년 첫 눈이 펑펑오는 아침, 눈 사진 몇 장 건지려 나갔던 집 앞 삼덕공원에는 첫 눈을 맞이하는 꽃양배추들이 그 하얀 눈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게 피어 있었습니다. 양배추의 원예종으로 더위에는 약하지만 추위에 무척 강해 지금 길거리 화분과 화단에 조경으로 심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아이입니다. 대체적으로 배추 속의 색깔이 연한노란색과 밝은 자주보라색인 두 종류가 있는데 배추의 형태와 어울려 몸 자체가 활짝 피어있는 꽃 처럼 보입니다. 가지런히 줄을 맞추어 색깔별로 심어진 녀석의 모습은 마치 국빈 방문 시 사열하는 멋진 의장대를 보는 듯 합니다.

여기서 잠깐 퀴즈. 꽃양배추는 먹을 수 있을까요? 배추니까 당연히 샐러드 등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요리를 잘하면 아삭한 식감에 맛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거리에 심어둔 이 아이를 뽑아가시는 분은 없겠지요?
이런 꽃양배추의 꽃말은 [축복과 이익]입니다.
추위에 강한 이 녀석도 12월 중순을 넘기면 결국 시들고 마는데요, 뽑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내년 봄에는 이 아이들의 시든 몸에서 올라오는 노란 배추꽃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봄에 초등 동창들과 함께 간 봄소풍, 세계의 다양한 봄 꽃들로 멋지게 꾸며놓은 순천국가정원을 관람하고, 먼 길을 왔으니 함께 둘러보고 가자며 들른 순천 낙안읍성 입구에는 미처 뽑지 못했는지 일부러 그냥 둔 것인지 화분마다 꽃양배추 꽃이 한아름씩 피어있어 즐거움을 더해 주었답니다. 또 올해 봄 안양시청 민원실과 동네 화분에서도 예쁜 꽃양배추꽃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11월이 어느덧 종착지에 도착했습니다. 통상 9, 10, 11월을 가을로 분류하는데요, 11월 초중순은 단풍의 세상이었지만 하순으로 접어들며 첫 눈도 내리고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순식간에 겨울을 맞이하였습니다. 한국의 탄생화도 11월 1일 모과나무로 시작하여 늦게 피는 꽃들과 여러가지 단풍과 열매를 섭렵하고 오늘 꽃양배추까지 왔습니다.


이제 12월, 1월의 한 겨울로 접어들면 나무와 풀들은 더욱 움추려 들겠지만 그래도 그 한 겨울을 버티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민들레와 같은 여러해살이 풀들은 땅 속에서 뿌리로, 코스모스와 같이 한해살이풀들은 생명의 씨로, 또 맥문동과 같은 아이들은 아무리 추워도 푸른 풀을 유지한 채 겨울을 버틸 것입니다. 나무들 또한 어떤 아이는 나뭇잎을 떨구고 맨 몸으로, 상록수들은 안간힘을 다해 겨울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며 자기 잎들을 지켜내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겨울이 지나면 봄이 다시 우리에게 올 것입니다.
2019년 가을. 평우회 회원들과 함께 한 궁평항의 노을, 올림픽공원의 멋진 노랑코스모스, 개천절 성당의 성지순례로 함께 간 미리내성지, 반월호수가 아름다웠던 한글날 수리산 산책, 작은 형님 내외와 함께한 옹진 신도, 시도, 모도 여행, 결혼식 참석 후 들렀던 대전 한밭수목원의 복자기단풍과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성심당빵집의 스파게티, 안산 수인선 협괘열차 공원, 작년에이어 다시 찾아보았던 서울숲과 인천대공원, 그리고 큰 딸과 작은 딸 하율과 함께한 잠실 롯데 수족관까지 우리 부부의 2019년 가을로기억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우리 부부에게 선물로 주신 대자연과 하느님께 또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웠던 가을을 나와 놀아 준 그대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보존]과 [순환].
철학자가 깨달은 우리 우주와 생태계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입니다. 그리고 그 순환의 시계는 우리에게 2019년의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라 일러줍니다. 아직은 가을이라 우겨볼 수 있는 오늘, 11월의 마지막 날, 가을에 못다한 추억을 마무리 하시고, 꽃양배추의 꽃말처럼 축복받고 축복하며 그래서 모두가 이익이 되는 축복의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아듀 2019 가을.
♧ ME부부 꽃배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