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전 여 행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단풍숲
쉰 살 넘은 메타세쿼이아 1만 그루를 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메타 숲입니다. 메타세쿼이아 숲이 울창하게 형성돼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휴양림으로 유명합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이 선사하는 이국적 경관과 숲 전체가 붉게 물든 가을 풍경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독림가(篤林家) 임창봉이 1972년부터 82ha 숲을 가꾸면서 미국에서 사와 심었습니다. 1991년 사유림으로는 처음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됐습니다. 지금은 대전시가 시민의 숲으로 꾸리고 있습니다.
정문에서부터 숲길 걷기를 시작하면, 트레킹 초입부터 푸른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오른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숲이 싱그럽게 반겨줍니다. 숲속 휴게실 뒤쪽에 자리한 숲 체험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 숲 사이사이로 이어지는 높이 12m, 폭 2m의 나무 데크 길입니다. 이리저리 휘어 550m를 뻗은 고가 산책로를 걸으며 바로 눈앞에서 메타를 볼 수 있습니다. 숲의 중층 생태를 눈높이에서 체험해 보는 이색적인 숲 체험 코스의 끝에 철골로 세운 높이 27m의 전망대 ‘스카이 타워’가 있습니다.
나선형 데크를 몇 바퀴 돌아 오르면 메타 숲과 데크 길, 장태산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직접 와서 보지 않으면 모를 각별한 가을 풍경입니다. 그밖에 운치 있는 목조 다리, 생태연못, 그림 같은 호수, 기암괴석 등 주변 경관이 절경이며 질서 있게 조성된 나무들이 많고 고운 자태의 꽃이 만발한 야생화동산, 명상의 숲 등을 구경할 수 있으며, 길 또한 잘 다듬어져 있어 산책하기에 좋습니다.
구즉동 묵마을
´할머니 묵집´의 강태분 할머니가 1980년대 초 생계수단으로 시작한 묵장사가 동네를 묵마을로 바꿔 놓았습니다. 국산 도토리로 쑨 묵을 도톰하게 채쳐서 따뜻한 육수에 말아냅니다. 멸치와 다시마 등으로 만든 육수와 함께 잘게 썬 김치와 김을 고명으로 얹어 먹습니다. 삭힌 풋고추로 간을 해 먹기도 합니다. 도토리묵 특유의 질감과 쌉싸래한 맛이 국물과 어우러져 단출하면서도 투박한 시골음식의 특색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집집마다 겉모양새는 비슷한데 ´국물´이 조금씩 다른 게 특징입니다. ´할머니 묵집´은 된장과 조선간장 등을 넣어 맛이 구수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대전 유성구 구즉동에 지금은 없어진 ‘안산’이라는 야트막한 산이 있었습니다. 그 산에는 유난히 상수리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도토리가 지천으로 열려, 마을사람들이 광주리를 하나씩 들고 앞 다퉈 도토리를 주워 가도 여전히 수북하게 쌓여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마을에 열일곱 꽃다운 새댁이 있었는데 시집이 워낙 가난해 산에서 도토리를 따다 묵을 쑤어서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다가 점점 찾는 사람이 늘자 묵을 밥처럼 먹는 묵밥집을 차렸습니다.
간장으로만 맛을 낸 국물에 묵을 채 썰어 담고, 그 위에 김치 · 김 · 깨 같은 고명을 얹은 음식이었습니다. 밥은 들어가지 않지만 ‘끼니를 때울 만하다’고 해서 ‘묵밥’이라 불렀습니다. ‘묵말이’ ‘묵사발’이라고도 합니다. 원래 강 할머니에게 도토리묵을 사러 먼 데서 손님이 오면 서비스로 내놓던 것을 식당 개업과 더불어 메뉴로 삼았습니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대전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지정되면서, 어느덧 새댁에서 할머니가 된 그녀의 ‘묵말이’가 인기를 끌면서 손님이 밀려 칼로 일일이 채 썰 수가 없게 되자 강태분 할머니가 틀에 낚싯줄을 매어 묵 위에서 찍어 누르는 식으로 채 써는 방법을 발명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 들자 주변에 묵집이 하나둘 늘어 90년대 초에는 30여 곳에 이르면서 묵마을이 형성되었는데, 2002년 월드컵경기 당시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을 응원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이 구즉의 묵맛을 잊지 못해 수행원을 비롯해 330인분의 묵밥을 배달시키는 바람에 온 동네 가게들이 부산을 떨었다고 합니다. 2006년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묵마을에 들렀습니다. 원래는 강태분 할머니의 원조집에 가려 했으나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시위 때문에 북대전IC에 먼저 자리를 잡은 ‘산밑 할머니 묵집’에서 묵으로 저녁을 먹었다고 합니다.
성심당 빵집
시작은 찐빵집이었습니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빵을 구워오고 있는데, 종류만도 400여 가지가 넘습니다. 인기 있는 빵은 팥을 넣고 기름에 튀긴 튀김 소보로, 부추에 계란과 햄을 넣어 구운 부추빵입니다. 1인당 살 수 있는 개수도 튀김소보로는 6개, 부추빵은 5개로 제한적입니다. 튀김 소보루는 하루 평균 1만5000개가 팔리고, 누적 판매량은 5000만 개에 달합니다. 대전 부르스 떡, 팥빙수 등도 성심당의 인기 메뉴입니다. 성심당은 국내 제과업 최초로 세계적인 맛집 가이드인 '미슐랭 가이드 그린'에 등재되었습니다.
1956년 대전역 앞에서 고 임길순 창업주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을 만들어 판 것이 성심당의 시초입니다. 1950년 흥남철수 때 거제도에 도착한 임 씨 가족은 전쟁이 끝난 후 서울로 올라가려 했지만 대전역에서 기차가 고장 나 멈춰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리게 됩니다. 임 씨는 대전역에서 가까운 대흥동성당에 찾아갔고, 오기선 신부는 임 씨 가족의 사연을 듣고는 밀가루 두 포대를 내주었습니다. 바로 이 밀가루가 성심당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임 씨는 피란길에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올라타고는 “이번에 살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빵집을 연 뒤 ‘나눔정신’을 성심당의 경영 정신으로 삼습니다. 매일 찐빵 300개를 만들어 그 중 100개는 전쟁통에 굶주리는 고아와 이웃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나눔정신을 실천했습니다. 1981년 가업을 이은 창업주의 아들 임영진 대표 역시 36년째 매일 남은 빵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기부를 받는 사회단체만 100여 곳에 이르고, 기부하는 빵은 매달 3000만원 상당에 달합니다.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엔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경들에게도 빵을 나눠줬다고 합니다.
성심당 본점은 대전 원도심인 중구 은행동에 있습니다. 대전을 기반으로 성장한 성심당은 대전 외 지역에는 분점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심당 빵을 그리워하는 다른 지역 사람들은 서울 가는 길에 일부러 대전역에 내려 빵을 사들고 간다고도 하며,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고객들이 긴 줄을 설 정도로 인기입니다. 2014년 프란체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식사용 빵을 준비한 곳도 성심당입니다. 임영진 대표는 교황에게 한과와 초콜릿을 선물로 주었는데 그때 받은 팁 100유로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밭수목원
정부대전청사와 과학공원의 녹지축을 연계한 전국 최대의 도심 속 인공수목원으로 식장산, 계룡산, 우성이산 등 대전 인근의 산과 들에 있는 식물 종을 중심으로 생태 숲을 조성하였습니다. 각종 식물종의 유전자 보존과 청소년들에게 자연체험학습의 장, 시민들에게는 도심 속에서 푸르름을 만끽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 제공을 목적으로 조성했습니다. 한밭수목원의 총 조성 면적 387천㎡은 4단계로 구분 연차별로 조성하였으며, 서원(西園 · 시립미술관 북측)과 남문광장은 2005년 4월 28일 개원하였습니다. 목련원, 약용식물원, 암석원, 유실수원 등 19개의 테마별 원(園)으로 구성된 동원(東園 · 평송수련원 북측)은 2009년 5월 9일 개원하였습니다.
한밭수목원은 오감만족 체험장인 감각정원 · 아름다운 연못이 있는 습지원 · 야생화원 등 15개의 공원과 목련원 · 약용식물원 · 암석원 · 유실수원 등 19개의 테마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다 둘러보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둘러볼만한 곳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한밭수목원 10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원: 암석원, 장미원, 열대식물원, 장미과원, 허브원. 서원: 소나무숲, 습지원, 굴참나무숲, 단풍신갈나무숲, 명상의 숲입니다. 곤충생태관도 볼만합니다. 수목원 주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 문화공간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