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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문용문 노조위원장과 기아자동차 배재정 노조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이 지난 25일 북구 양정동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주간 2교대 실시’ 등에 대한 최고경영자와의 대화를 요구했다. 이상억 기자 euckphoto@iusm.co.kr |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라는 동일 자본에 속한 현대차노조와 기아차노조가 ‘한솥밥’을 먹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지부(지부장 문용문)와 기아차지부(지부장 배재정)는 지난 25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의 핵심현안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요구-공동교섭-공동투쟁 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노조가 내세운 공동 핵심현안은, 현대차가 설립된 1967년부터 지금까지 44년간 유지돼 온 근로자들의 밤샘근무를 없애는 문제(주간연속 2교대제)를 비롯해 비정규직 차별해소, 발암물질 근절, 신규 고용창출 등 네 가지.
두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작업복을 벗으면 다 똑같은 노동자이고, 노동자는 하나인 만큼, 상식과 원칙 있는 한국의 노사관계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펼칠 것을 약속한다”며 “정몽구 회장은 갈등이 아닌 대화로 최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노사 대표자 회동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자본은 달라도 우리와 같은 완성차업체 노조인 한국GM대우지부와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미 형성해놓았다”며 “금속노조 산하 부품사 노조 대표자들과 비정규직지회와도 조만간에 긴밀한 협의를 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처럼 두 노조가 상급노동단체인 금속노조라는 깃발 아래서가 아닌, 동일 자본 노조라는 틀 속에서 같은 현안을 놓고 공동대응에 나선 건,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두 노조는 불과 석달 전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서로 더 많은 몫을 챙기겠다며 ‘눈치보기 식’ 교섭을 벌이면서 교섭을 지연시켰었다.
현대차노조는 ‘부도난 기아차를 살린 게 우린데 기아차노조보다 몫이 적어서야 어디 형님 체면이 서겠느냐’며 자존심을 부렸고, 기아차노조 역시 ‘우리가 교섭을 일찍 끝내면 회사가 나중에 현대차노조에 더 많은 몫을 챙겨줄 지 모른다’며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그랬던 두 노조가 ‘우리가 남이가’라는 인식 속에 공동대응하기로 한 건, 상호 힘겨루기로 소탐대실(小貪大失) 하느니 차라리 크게 뭉쳐서 더 큰 실리를 챙기겠다는 셈법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들은 “4대 현안은, 사측의 최고경영자는 한 사람인데 노조 대표자는 둘인 상황에서 따로따로 대응해서는 안 될 절박한 문제”라며 “밤샘근무와 비정규직 차별, 발암물질, 청년실업 문제가 사라지면 모든 노동자가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몇 일 전 현대차가 ‘오는 2013년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데 대해서는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문용문 현대차지부장은 “밤샘근무를 없애고 주간에만 차를 만들면 노동자 한 사람당 근무시간이 하루에 2~3시간 정도 줄어 생산량은 떨어지게 되는데도 회사는 추가 인원투입 없이 지금과 똑같은 양의 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 경우 조합원의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회사는 임금과 같은 고정비용이 줄어 이득을 챙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지부장은 “생산량, 월급제, 설비투자 등의 쟁점에 대해 회사와 현장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노사 모두 서로 양보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역시 완성차 업계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노사 대표자간 협상테이블을 주선하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지부 새 집행부는 이날 출범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