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의 난제는 타깃형 골잡이의 부재다.
황선홍 감독(55)이 지휘봉을 잡은 이 대회는 출전 연령이 만 24세로 제한되는데, 해당 포지션의 인적 자원은 나쁘지 않은 편에 속한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반 년 만에 우승컵만 세 개를 들어올린 국가대표 골잡이 오현규(22)와 오세훈(24·시미즈)이 선발 대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이미 병역 의무를 마친 터라 소속팀에서 아시안게임 참가를 허락할지 예측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라 구단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황 감독은 부지런히 구단들과 접촉했으나 아직 긍정적인 결론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또 다른 공격수 천성훈(23·인천)이 부상을 딛고 일어났지만, 와일드카드로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와일드카드로 만 24세를 초과하는 선수를 3명까지 발탁할 수 있는데, 최전방 공격수에 1명을 할애하자는 이야기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을 안긴 주역이었던 손흥민(31·토트넘)과 황의조(31·서울)가 대표적인 사례다.
황 감독 역시 와일드카드 후보군을 검토해 예비 엔트리(50명)를 제출한 가운데 주민규(33·울산)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울산의 한 관계자는 “황 감독이 지난 24일 대구FC와 홈경기 현장을 방문해 직접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주민규는 골잡이의 미덕인 골 결정력에서 K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주민규는 2021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22골을 터뜨려 토종 선수로는 5년 만에 K리그1 득점왕에 오른 선수다. 그는 2022년 역시 조규성과 함께 최다골(17골)을 기록했는데, 6경기를 더 뛰어 득점왕 수성에는 실패했다.
주민규는 올해 울산 현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도 10골로 득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민규는 병역 의무를 이미 마쳤지만, 국가대표라는 명예가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는 아직 A매치 기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 경험도 없다. 최근 몇년간 국가대표 후보로 이름이 줄곧 거론됐지만 실제 승선하지 못해 대표팀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다만 주민규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는 9월은 K리그1 정규리그 막바지에 들어가는 시점이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황 감독과 깊은 친분을 나누는 사이지만, 엄원상 등 아시안게임 연령대 선수들에 이어 주포인 주민규까지 아시안게임에 보내기가 쉽지 않다.
주민규도 아시안게임 참가에 대해선 모든 결정을 구단에 일임했다. 주민규는 기자와 만나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교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결정권은 구단에 있다. 내가 뛰어야 할 곳이 있다면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주민규가 부담없이 항저우로 떠날 길은 울산의 조기 우승에 있다. 울산은 전반기 19경기에서 승점 47점을 쌓으면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8년 전북 현대 역시 이 시기 같은 승점을 쌓은 뒤 6경기를 남긴 채 우승한 것과 같은 흐름이라면 모두가 웃을 수 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울산이 7월에도 얼마나 꾸준히 승점을 쌓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울산의 성적에 따라 황 감독의 희비도 갈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