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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 정상에서
높이 오르려고 할 때 그대들은 위를 올려다본다. 그러나 나는 이미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아
래를 내려다본다. 가장 높은 산에 오르는 자는 모든 비극적인 유희와 비극적인 엄숙함을 비웃
는다. 용기를 가져라, 개의치마라, 조롱하라, 난폭하게 행동하라!
――― 니체(강신주,『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에서)
▶ 산행일시 : 2014년 7월 26일(토), 비, 바람, 안개, 오후에 갬
▶ 산행인원 : 4명(버들, 자연, 드류, 메아리)
▶ 산행시간 : 9시간 8분
▶ 산행거리 : 도상 20.5㎞(1부 8.4㎞, 2부 9.6㎞)
▶ 교 통 편 : 전철과 버스 이용
▶ 시간별 구간
07 : 28 – 상봉역, 춘천행 전철
08 : 00 – 사릉역, 시내버스, 남양주시 진건읍 용정리, 산행시작
08 : 40 – 연리목
09 : 00 – 영락공원묘원
09 : 50 – 된봉(△431m)
10 : 24 – 469m봉
10 : 33 – 관음봉(觀音峰, △557.0m)
11 : 30 - ┣자 갈림길, 임도 종점
12 : 23 - ┣자 능선 분기봉, 805m봉
12 : 35 – 천마산(天摩山, △810.2m)
12 : 50 ~ 13 : 15 – 점심
13 : 48 – ┼자 갈림길 안부
14 : 32 – 마치고개(馬峙-)
15 : 35 – 백봉산(柏峰山, △587.0m)
16 : 04 -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평내호평역으로 가는 길
16 : 14 - △482m봉
16 : 34 – 수리봉(356m) 직전 안부
16 : 55 – 진곡사
17 : 08 – 홍유릉 앞, 산행종료
1. 천마산 가는 길
▶ 된봉(△431m)
주말 아침이면 5호선 군자역에서 환승하는 7호선 도봉산역(또는 장암역) 가는 전철은 등산객
들로 만원이다. 그 인파 속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 있다. 사계 님이다. 요행이 같은 칸에
탔다. 1주일 새 반갑다. 사계 님 배낭이 근교 산행치고는 빵빵하여 좀 수상하다. 아니나 다를
까 천마산을 동행하려는 줄 알았는데 적조했던 친구들과 청평으로 천렵하러 간다며 태릉역에
서 모여 승용차로 갈 거라고 한다.
사릉역에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메아리 대장님이 된봉 들머리로 안내한다. 길 건너 시내버스
타고 진건주공2단지아파트 앞으로 간다. ‘사릉길(다산길 13코스)’로 시작한다. 배낭 맨 이방인
인 터라 머뭇거리며 아파트 정문을 들고 산기슭 쪽문 빠져나와 동네 뒷산을 간다. 길 좋다. 바
람 시원스레 불어 산행하기 아주 그만인 날이다.
등로는 간밤에 태풍이 훑고 지나갔다. 아직 익지 않은 도토리가 수두룩하니 떨어졌고 나뭇가
지는 꺾여 어지럽게 널렸다. 등로 따라 산허리 돌고 육교 지난다. 등로 옆 연리목이 눈에 띈다.
울타리 치고 안내판 세웠다. ‘사랑나무’라고 이름 붙였다. 층층나무(?) 주간이 서로 부둥켜안은
모양이다. 내 연리목 만난 이력에 또 하나 추가한다. 이전에는 연리목을 홍도 깃대봉 가는 길
에서, 강동 고덕산에서, 이배재 지나 갈마치 가기 전 358m봉 내림 길에서 만났다.
안개비인가 했던 비는 이슬비 수준을 넘는다. 비답게 내린다. 나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반신
반의하면서 어차피 안으로 젖을 것이라 각오했으니 고스란히 맞는다. 그런데 실은 비옷이 우
비(雨備)이기도 하지만 한비(寒備)인 것을 잊었다. 가쁜 숨 돌리려 휴식하자니 으스스 춥다. 야
트막한 안부로 내려 만난 임도는 영락공원묘원 구내 도로다.
오늘은 안개로 가렸지만 맑은 날에는 전망 좋을 임도 옆 공터에서 아침 요기한다. 먼저 곁의
영령들에게 고수레한다. 반주로 마시는 냉탁주가 시원하기보다 오장이 얼얼하도록 차다. 한경
직 목사 묘소 이정표 따라간다. 한경직 목사 묘소는 묘원 맨 윗녘에 있다. 부인과 합장했다. 묘
앞 화병에 조화인 백합화와 무궁화를 가득 담았고, 묘 주위에는 향나무와 목련을 심었다.
한경직(韓景職, 1902~2000) 목사. 그는 죽을 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 한 칸, 땅 한 평, 통장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그가 남긴 재산은 말년에 타고 다녔던 휠체어와 지팡이, 겨울 털모자,
옷 몇 가지, 생필품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만세사표가 될 만하다. 요즘 세태에서
는. 고훈 목사의 헌시다.
우리가 오늘 여기 이토록 슬픈 것은
당신이 주님 곁에 가심이 싫어서가 아니요
당신을 영원히 우리 곁에 두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당신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당신 같은 스승은 하나도 없고
당신 같은 목자는 하나도 없고
이 텅 빈 세상이 너무 슬퍼서입니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에 대한 사후평가다. 그가 죽자 대체 어떤 인물이었는지 세인의 화려한
평가가 쏟아졌지만, 작가는 공명의 절친한 고향친구의 평을 들고 있다. “그는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만, 그가 가고나니 다시 그와 같은 사람을 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등로는 한경직 목사 묘소 뒤로 이어진다. 된봉 품에 든다. 여태 느슨하던 등로가 정색을 하고
고삐를 바짝 조이는 느낌이다. ‘되게 오른다’ 해서 ‘된봉’이 된 것은 자명하다. 길고 가파른 오
르막이다. 오늘 몰랐던 땀을 다 흘린다. 된봉 정상. 사방 안개가 자욱하여 조망은 무망하다. 삼
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보이고 안내판에 ‘성동 307’ 이다.
2. 된봉 가는 초입의 등로 옆에 있는 연리목
3. 된봉 가는 길
4. 영락공원묘원 가는 길
5. 된봉 가는 길
6. 된봉 가는 길
▶ 관음봉(觀音峰, △557.0m), 천마산(天摩山, △810.2m)
된봉 정상 오른 예의로 배낭 벗고 잠시 머물다 간다. 급박한 내림이 없이 평탄하게 지나다 살
짝 내리는 시늉하고 한 피치 오르면 469m봉이다. 계속 오르막이다. 숲속 소로 한참 지나다 훤
히 트인 공터 나와 관음봉 정상이다. 돌탑 1기, 등산로 안내판은 넘어졌다. 삼각점은 성동 42
6, 1994 재설. 이름자 붙은 산이라 또 쉬어준다.
등로는 여전히 산책하기 알맞은 둘레길이다. 나지막한 봉우리 넘고 넘는다. 잣나무숲길을 간
다. 천마산기도원에서 자기들 사유지라고 사면으로 들지 말 것을 수차례나 안내표지판 걸어
당부한다. 401m봉은 한달음에 넘었으나 477m봉은 만만하지 않다. 직등은 물구덩이인 풀숲
우거졌다. 냉큼 등로 따라 산허리 돌아 넘는다.
천마산이 나무숲 혹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다. 쭉쭉 내린다. ┣자 갈림길인
포장임도 종점에 다다르고 그 아래 ┼자 갈림길 안부에서 휴식한다. 다산길 13코스는 오른쪽
임도로 간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천마산 오르막이 시작된다. 일단의 등산객들과 앞서거니 뒤
서거니 섞여 간다. 계단을 오르기보다 샛길 오르는 편이 수월하다. 계단은 발을 걸음걸음 꼬박
치켜들어야 하고 그 간격이 어정쩡하여 한 번에 올라야 하는가 잔걸음을 보태야 하는가 고민
하기 일쑤인데 계단 아닌 샛길은 발을 그다지 올리지 않아도 되고 보폭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비는 가늘어졌다. 안개비다. 고도 높일수록 안개가 짙다. 등로 주변은 수묵화 대폭 병풍이다.
헬기장 올라 숨 고르고 다시 가파르게 올라 꺽정바위 둘러보고 데크계단 오른다. ┣자 갈림길
인 805m봉에서 암릉 밑자락 돌아 오르면 천마산 정상이다. 산이 높아 하늘을 만질 수 있다는
천마산(天摩山)인데 안개 자욱하여 천지를 분간하지 못하겠다.
정상 표지석을 배경하여 서둘러 기념사진 찍고 벗어난다. 정상 주변은 비바람 치는 추운 난데
라 점심자리 펴기 마땅하지 않다. 이정표로 마치고개 가는 길을 확실히 잡아 내린다. 직하하는
자갈길이 오르기보다 더 힘들다. 한 피치 내리고 너른 공터 하늘 가린 숲 아래에서 점심자리
편다. 손이 곱아 젓가락 놀리기가 거북하다. 버들 님이 따뜻한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왔다. 커
피는 이런 때 맛 난다.
등로는 묵은 헬기장 지나고 절벽이다. 오른쪽 사면으로 내렸다가 슬랩 트래버스 하여 주등로
에 든다. 그러다 너무 틀었다. 인적 드물어 길 잘못 든 줄 알고 뒤돈다. 갈지자 어지럽게 그리
며 내려 ┼자 갈림길 안부. 마치고개 막바지를 향하는 사릉길(다산길 13코스)과 만난다.
7. 관음봉에서
8. 천마산 가는 길
9. 천마산 가는 길
10. 천마산 가는 길
11. 마치고개 가기 전 405m봉에서 조망
12. 천마산
13. 백봉 오르는 길에서, 원추리
▶ 백봉산(柏峰山, △587.0m), 홍유릉
걷고 있어도 걷고 싶은 부드러운 숲길이다. 비는 멎었다. 안개도 걷히는 중이다. 외길. 405m
봉을 사면으로 질러 넘고 벤치 놓인 전망 좋은 능선에 올라 산천경개 감상한다. 그런데 바로
뒤따라오는 줄로만 알았던 자연 님이 너무 늦다. 몇 번이고 불러보다 메아리 대장님이 온 길
뒤돌아가서 찾았지만 없더란다. 휴대전화 걸었다. 405m봉에 호평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
다. 그길로 내려 가버렸다. 회복불능!
어쩌면 알바를 위장했거나 효자뻑인지도 모르겠다. 자연 님이 천마산 오를 때 마치고개에서
산행을 접자는 뜻을 언뜻 비쳤기에 그렇다. 17시쯤에 홍유릉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우리 셋
이 갑자기 바빠졌다. 줄달음한다. 천마산은 △356.6m봉 넘고도 맥(脈)이 길다. 가쁘게 떨어지
다 마침내 잦아든다. 마치고개다.
옛 문헌에는 ‘馬峙’로 기록되어 있고 마을사람들이 ‘마치’와 ‘말티’라는 이름을 함께 쓰고 있는
데, 여기서 ‘마’와 ‘말’은 모두 ‘산’ 혹은 ‘산정’이라는 의미의 ‘마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마치고개’ 혹은 ‘말티고개'는 ’산에 있는 고개’ 혹은 ‘산정에 있는 고개’라는 의미
가 된다. 마치고개는 마치터널이 뚫리기 전에 서울에서 춘천 가는 3대 관문 중 첫 관문이었다.
다른 둘은 빗고개와 석파령이다.
길 건너 등산안내도 옆에 거리와 예상소요시간이 적혀 있다. ‘백봉산 2.3㎞, 50분 소요’. 험로
는 없지만 줄곧 오르막인 점을 감안하면 벅차겠다는 생각이 든다. 숲속 소로. 서울리조트가 벌
목하여 트인 전망으로 건너편 관음봉 곁눈질하며 오른다. 412m봉 넘어서였다. 벌 소리 웽 하
더니 귀 뒤와 팔꿈치를 연사하고 달아난다. 길게 따끔하고 화끈하다. 오전에 벌 두 방 쏘여 처
방한 바 있는 버들 님 불러 약 바른다. 이후로는 하루살이 어른거리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
다.
얼떨떨하여 오르는 중에 수건을 흘렸다. 찾으러간다. 결과적으로 백봉산 예상소요시간이 맞았
다. 573m봉은 절벽 위 암봉이라 막았다. 왼쪽 사면으로 빙 돌아 넘는다. 비젼힐스골프장 위
전망하기 좋은 사면에 들려 주변경치 구경하고 잠깐 오르면 백봉산 정상이다. 우리 셋뿐이다.
2층 정자에 올라 정상주 탁주 마저 분음한다.
등로는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곱다. 봉마다 나무그루터기 박아놓은 쉼터지만 그냥 지나친
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 여러 개 깃대 세워 태극기를 달았다. 오른쪽은 평내호평역으
로 간다. 숨이 찰만하면 봉우리를 오른다. △482m봉 삼각점은 성동 428, 1984 재설. △482m
봉 내린 ┣자 갈림길 안부는 아르내미고개다.
수리봉(356m) 직전 안부에서 등로 따라 오른쪽 사면을 간다. 사면 돌고 돌아 잣나무숲길 내려
진곡사 쪽으로 간다. 대로 나오고 진곡사, 금곡실내체육관, 홍유릉 앞을 차례로 지나 사거리
다. 오늘도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하고 지난 4월 금홍횡단 졸업 때 개척한 오향족발
집으로 간다.
14. 멀리 오른쪽은 운길산, 그 앞 왼쪽은 고래산, 앞은 비젼힐스컨트리클럽
15. 오른쪽은 문안산
16. 멀리 가운데는 청계산. 앞 오른쪽은 고래산, 왼쪽은 문안산
17. 가운데 멀리는 운길산
18. 가운데 멀리는 검단산, 그 앞 왼쪽은 예봉산, 앞은 갑산
19. 백봉산 정상
20. 능소화(凌霄花), 능소화과의 낙엽 활엽 덩굴나무, 금등화, 자위(紫葳)
21. 어느 해 여름날 새벽에 우리집 옥산에서 바라본 천마산 연릉, 오른쪽이 천마산이고 가운
데는 관음봉이다.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첫댓글 金錢無 님이 실수로 지워버렸다 하여 다시 올립니다.
소중한 댓글은 복원할 수 없어 송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