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苑葦畫 가원위화
(家族-思夫歌) (가족-사부가)
未 覺 難 知 葦 畵 前 미각난지위화전
何 時 佳 苑 詳 聞 傳 하시가원상문전
風 搖 白 貌 如 雲 髮 풍요백모여운발
久 病 快 差 含 禱 (硏+米) 구병쾌차함도(연)
갈 그림 속의 이야기를
언제 더 들을 수 있을까
바람에 흔들리는 갈꽃은 아름다운데
아픈 가족의 쾌유를 비는 간절함인가?
韻(운) : 前. 傳. (硏+米). (仄. 七言絶句 變格)
註)
佳苑 : 화가의 호.
葦畵 : 갈대 그림.
家族-思夫歌 : 가족과 남편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
未覺難知 : 그림에 대해 아직 뜻을 깨닫거나 알기 어렵다. 未는 아직. 覺은 깨닫다. 難은 어렵다. 知는 알다.
葦畫前 : 갈대 그림 앞에서.
何時 : 언제.
佳苑 : 가원에게서.
詳聞傳 : 자세히 전해 듣다. 詳은 다(悉). 자세히.
風搖 : 바람이 흔들다. 곧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
白貌 : 하얀 모습. 곧 갈대의 하얀 꽃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
如雲 : 매우 아름답다. 곧 그림이 아름답다는 뜻. 성하다는 뜻도 있음.
髮 : 머리. 머리카락.
久病 : 오래된 병.
快差 : 쾌차. 쾌유하다.
含 : 머금다. 곧 그림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뜻함.
禱(硏+米) : 자연스레 익어가기를 빌다. 곧 병 없이 자연스럽게 늙어 가기를 빈다. 禱는 빌다. (硏+米)은 硏자 밑에 米로 익어가다. 익다(熟 숙)의 뜻.
※ ※
어제(4일),
산책하는 도중 민 갤러리 앞을 지나가다 작품을 전시하기에 들렸다. 그곳에서 10월 20일 옛 “공주 읍사무소” 2층에서 “이화묵회전”에 참여했던 佳苑(가원)이라는 화가를 만났다.
공주에서는 낯설게 중절모를 쓰고 다녀서 그런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객지라 아는 사람이 없는데 구면이라고 알은체를 해주니 고맙고 반가워서, 그림을 보기 전에 지난번 대접 받았던 차와 환대에 대하여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佳苑의 전화벨이 울리니 미안하다고 이해를 구하며 옆 공간으로 가더니, “오빠”하고 부르며 큰소리로 자기를 보라고하고 자기를 알아보겠냐고 거듭 물어보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화상 통화를 하는 모양이다.
통화가 끝나고 자리에 돌아오면서 멋쩍은 웃음으로 눈가를 훔치며 하는 말이 “주책이지요” 하기에 “아니 별말씀을”이라 응대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더 좋다 했다. 들어보니 나와 동년배인 오빠가 중등 교장으로 퇴직하고 얼마 안 되어 갑자기 치매가 와서 자기를 잘못 알아보는데, 조카가 휠체어에 태우고 병실 밖으로 나와 전화를 연결해 주었다며 안타까워 한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선생님 작품은 어느 것이냐고 물어보니 갈대가 하얗게 피어있는 그림을 가리킨다.
보니 보라색 바탕에 하얀 갈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돋보인다.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보라색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어떤가요”라고 기억을 더듬어 말했더니 까닭을 말해주는데, 남편도 큰 수술을 한 뒤라 오빠와 남편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순간 남매와 부부로서 상대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손님들이 찾아오기에 짧은 시간의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진솔하게 나눈 얘기와 그림에 대한 느낌을 글로 적은 뒤, 한자와 독음만 출력하여 갤러리로 다시 가서 작가 이름에 붙여 놓았다.
수일 후에 다시 만나 설명 해줄 요량으로.
2023년 11월 5일
黊賱堂(규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