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군은 매일 군내 여행 명소들을 정시에 찾아가는 순환형 시티투어버스 3개 노선을 운영한다. 버스는 모두 친환경 전기버스다. 순환 시티투어버스가 매일 운행된다는 건 그만큼 볼거리가 많고 여행자도 끊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담양 시티투어버스는 친환경 전기버스이다
담양 시티투어버스 팜플릿
담양 볼거리의 중심축엔 눈부신 생태 숲길과 우리 전통 문화 유산들이 겹쳐 있어 여정의 풍요로움을 더한다. 대나무 숲길, 메타세쿼이아 숲길, 관방제림 숲길, 담양호 나무데크 숲길, 그리고 가사문학의 산실이었던 아름다운 정자들, 고택들과 옛 돌담길이 정겨운 전통마을 등 느릿느릿 산책하며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이 모든 곳을 매일 3~7 차례 운행하는 시티투어버스를 갈아타며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정해진 코스 외에 특별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10명 이상이 모여 단체 기획 코스를 신청하면 된다.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코스로 시티투어버스 여행이 가능하다.
담양 시티투어버스 정류장
담양 시티투어버스 승차권 역할을 하는 분홍색 손목띠
시내 코스(매일 10:00~17:00, 매 정시 출발), 가사문학 코스(매일 09:50, 13:10, 15:50), 담양호
코스(매일 10:10, 13:20, 15:20) 등 3개 코스의 시티투어버스 출발지는 메타세쿼이아 길과 이어진 메타랜드(메타프로방스) 정류장이다. 버스요금 2000원을 치르면 운전기사가 내주는 분홍색 손목띠를 차고 하루 동안 3개 코스 모두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가 펼쳐내는 초록 숲 터널
메타세쿼이아가 만들어낸 초록 터널
버스를 타기 전, 정류장 바로 옆에 들머리가 있는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먼저 걸어보자. 버스 출발 한 시간 전쯤 정류장에 도착한다면 여유 있게 메타세쿼이아 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담양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고 잘 보전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가진 도시다. 1972년 당시
김기회 군수가 속성수인 메타세쿼이아를 가로수로 심기 시작한 이래, 지금은 담양 거리 곳곳이
키다리 메타세쿼이아 숲 터널을 이뤄 여행자들을 맞는다.
메타세쿼이아 그늘은 좋은 쉼터다
학동교차로에서 금월리 금월교에 이르는 옛 24번 국도변에 심었던 메타세쿼이아들이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나 담양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 옆으로 4차선 도로가 새로 건설되면서 옛 국도는 걷기 좋은 흙길로 거듭났다. 487그루의 메타세쿼이아는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2.1km에 이르는 널찍한 흙길 양 옆으로 아득하게 이어지는, 이끼 옷을 두른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행렬이 그야말로 황홀한 초록 숲 터널을 이룬다. 연인들은 초록 물감에 흠뻑 젖은 채 걷고 또 걸으며 터널로 접어들어 한 폭의 수채화를 완성한다.
메타랜드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을 본떠 조성한 유럽 테마형 거리다. 프로방스 상가에 다양한 식당과 카페, 패션 상점 등이 자리하고 있다. 노천 테이블이 많으니 커피 한잔 하며 여유를 즐겨 보길 권하고 싶다.
담양이 자랑하는 명품 숲 품은 죽녹원과 관방제림
대나묵 빽빽하게 치솟은 죽녹원
시티투어버스 시내 코스를 타고 죽녹원 정문에서 내리면 죽녹원 대나무 숲길과, 이웃한 관방제림의 거목 숲길을 차례로 산책할 수 있다.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죽녹원은 넓이 342㎡의 대규모 대나무밭이다. 굽이치는 산책로마다 빽빽하게 치솟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어둑어둑하다. 탐방객들은 사진 찍기 여념이 없다가도, 대나무처럼 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서늘한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진초록 대나무숲 터널은 맑은 날에도 빛나고, 흐린 날에도 선명하게 도드라지며, 비 오는 날에는 더더욱 운치 있게 다가온다. 대나무숲이 내뿜는 음이온은 피를 맑게 해주고 면역력을 증강시켜준다고 한다. 숲 안에 전망대도 있고 초상화 그려주는 장소도 있다.
진초록 대나무숲 터널
담양천 따라 이어진 관방제림
죽녹원 정문 앞 담양천을 따라 이어지는 관방제림(천연기념물)은 담양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매력 넘치는 명품 숲이다. 수령 300년이 넘는 아름드리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 은단풍나무로 이뤄진 제방림이다. 조선 인조 때 부사 성이성이 해마다 담양천 범람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1.2km에 이르는 관방제림의 거목들은 우람한 굵기, 뻗어나간 가지, 나무 그늘 하나 하나가 놀랍고 깊고 짙어 감동을 준다. 숲길 따라 놓인 여러 개의 평상엔 ‘경로석’이라 쓰여 있다. 이곳이 대대로 주민 어르신들의 쉼터임을 드러내준다. 주민들이 대를 이어 쉼터로 산책로로 삼아 온 숲이다.
돌담길이 예쁜 창평슬로시티
슬로시티로 지정된 창평 삼지내마을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돌담
오전 9시 50분, 메타랜드에서 출발하는 가사문학 코스의 버스를 타면 담양에 이어져온 전통문화의 한 자락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다. 창평 삼지내마을(창평슬로시티)과 조선시대 전통 원림(정원)인
소쇄원, 그리고 가사문학관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출발 20분 후 닿는 삼지내마을은 높은 소슬대문의 고택들과 골목 골목 이어지는 아름다운 돌담과 수로가 조화로운 전통마을이다. 슬로시티로 지정되며 유명해진 곳이다. 다만, 고택들 개방이 안 되고, 방치된 채 허물어져가는 곳이 많아 아쉬움을 준다. 창평 국밥거리가 유명하고, 삼지내마을 약초밥상도 이름 났다.
가사문학 대가들의 유품을 전시하는 가사문학관
삼지내마을을 둘러보고 오후 1시 30분에 오는 버스를 타면 한국가사문학관을 거쳐 소쇄원에 도착한다. 담양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가사는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걸쳐 발생한 시가의 형식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이 있다. 이들은 담양을 무대로 자연에 은거해 시를 짓고 학문을 닦았다.
가사문학관은 정철, 송순 등으로 대표되는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들에 대한 기록물과 유품, 가사문학의 산실이던 정자들에 대한 자료 등을 전시한 곳이다. 가사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가사문학관 관람과 함께 면앙정, 식영정, 명옥헌원림, 환벽당, 취가정 등 정자 순례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 정자들만 따로 둘러보는 시티투어버스는 없으므로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
물소리, 바람소리에 기분 좋아지는 소쇄원
계곡과 정자가 어우러진 소쇄원
소쇄원은 조선시대 원림(정원) 건축의 백미로 꼽힌다. 조광조가 기묘사화(1519)로 유배돼 죽자
제자 양산보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조성한 정원이다. 입구에 펼쳐진 대나무숲길은 S자로 휘어져 신비함을 더한다. 짧은 길이지만 길 끝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이지 않도록 조성한 은자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이 끝나면 계곡과 정자(광풍각)가 조화로운 풍경이 맞아준다. 정자 앞에 계류를 끌어들인 것인지,
자연의 일부로 건물을 지은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인공과 자연이 상생하면서 공존한다.
맑은 날도 경관이 보기 좋지만, 비가 쏟아질 때 짙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빼어난 운치를 느낄 수 있어 우중탐방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광풍각은 손님이 머무는 공간이다. 양산보는 하서 김인후와 같이 친한 벗이 오면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시를 주고받고 술을 마시며 여흥이 벌였다. 가운데의 온돌방을 중심으로 앞과 옆면의 창호를 들어 올리면 삼면이 열린 계곡의 경관을 즐길 수 있으니 그들의 풍류가 어떠했는지는 짐작이 간다.
창건주 양산보가 기거하던 제월당
광풍각 위 제월당은 주인이 기거하던 장소다. 소쇄원의 중심 건물이다. 양상보는 이곳에서 독서를 하면서 광풍각과 계곡을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그 풍취가 궁금하다면 마루에 앉아 보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소쇄원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 원림 전체를 내려다보기 좋다. 맑은 날도
경관이 보기 좋지만, 오히려 비가 쏟아질 때 짙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빼어난 운치를 느낄 수 있어
우중탐방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호수 따라 걷기 좋은 담양호 코스
담양호 위로 난 용마루길
담양호 코스를 타면 죽녹원 후문을 거쳐 용마루길로 간다. 담양군 용면 추월산로, 추월산 자락 담양호를 따라 걷도록 조성한 나무덱 길이다. 나무다리를 건너 호숫가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3.9km 길이의 수변 산책로다. 완만한 나무덱 길이 울창한 숲속으로 뻗어 있다. 추월산과 금성산성 등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걷는 숲길이다. 왕복 약 2시간. 나무다리 옆 절벽에 조성한 인공폭포 물길도 볼 만하다. 폭포는 11시~15시에 가동된다.
[시티투어버스 정보]
문의 : 담양군청 녹색관광과 061-380-3154
요금 : 성인 2,000원 / 만 65세 이상·청소년·어린이 1,000원 / 단체 기획코스 : 성인 12,000원, 만 65세 이상·청소년·어린이 6,000원 / 장애인·국가유공자·미취학 어린이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