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향에는 명품음식 몇가지가 있는데, 먼저 손꼽을 수있는 것은 이미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갈비찜이다. 안의 갈비찜은 최불암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될 정도로, 고향의 대표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를 반영하듯, 인구 5000명에 불과한 면단위 행정구역에 갈비집이 무려 4~5개나 된다.
시장터에 자리잡고 있는 할매순대집의 순대와 순대국밥도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명품요리이다. 이집의 재래식 순대는 당면이 들어가 있는 짝퉁 순대와는 그 차원을 달리 한다. 돼지창자에 직접 선지와 각종 양념을 넉넉하게 넣어 조리한 전통순대를 여기에서 맛볼 수있다. 순대를 주문하면, 피순대와 깔끔한 각종 내장이 수북하게 나온다. 밑반찬도 정갈한데, 특히 제피가 첨가된 겉저리 김치맛이 일품이다. 고기와 순대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순대국밥도 담백한 맛이 아주 특별하다. 여기에다 청정수로 빚은 안의 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모처럼 5일장에 들린 촌부(村夫)들이 삶의 고달픔을 막걸리 한사발과 함께 달랠 수있을 만큼, 착한 가격에 양도 넉넉하다.
여름 동창회가 열리는 용추가든의 여러가지 음식 또한 명품반열에 올리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 정갈하게 차려진 이집의 각종 밑반찬은 저마다 예사롭지 않은 감칠맛을 지니고 있다. 서울의 일류 요리집 것들 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탕국수는 내가 으뜸으로 치는 고향의 전통적인 명품요리다. 그윽하면서도 깊고,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그 오묘한 맛을 어떻게 필설로 다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안의에는 어탕국수를 파는 식당이 서너군데 있는데, 그중 으뜸은 문화여관 근처, 간판조차 달지 않은 허름한 어탕전문 식당이다. 식당 내부는 10평 남짓, 가정집을 식당으로 활용하고 있다. 밥상에는 뚝배기 어탕국수, 제피, 다진 풋고추, 서너가지 밑반찬이 차려지는데, 한결같이 맛갈스럽다. 주인장의 인심도 후하다.
어탕국수는 곱게 아롱진 어린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여름방학이 되면, 우리는 우르르 시냇가로 몰려 갔었다. 족대, 통발등으로 잡은 물고기를 삶아 뼈를 추려내고, 거기에다 각종 양념과 채소를 듬뿍 넣어 양은솥에 끓인 어탕국수를 땀을 뻘뻘 흘려가며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가! 물고기를 잡고 어탕 끓여먹는 재미에 흠뻑 빠져, 삼복더위에도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시간가는 줄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꿈같은 여름을 보냈던 것이다.
가볍지 않은 나이의 무게를 느끼는 세상소풍길에서, 계절은 다시금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그때 그시절처럼 고향을 품고 유유하게 구비치는 금호강에서, 세상잡사 모두 잊은채, 몸소 잡은 물고기로 어탕국수를 끓여 먹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첫댓글 (양)념을 맛깔나게 넣어 만든 음식처럼
(재)미있게 풀어내는 귀하의 글을 읽노라면
(상)상속에서 그 음식이 데자뷰 되는 것 같구료!!!
무주의 명품음식 어죽은, 어탕에 밥을 넣고 끓인 것인데,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안의 어탕국수에 견줄만 하다.밑반찬 역시 수준급이다.고향에서는 이것을 맛볼 수가 없으니 아쉽기만 하다.
행주산성에가면 지리산어탕국수집이 있다.
그집을 수동면 남계부락 출신 김만섭씨가 운영하는데 어머님이 시골냇가에가서 잡아온 고기를 갈아 국수를 넣어끓여먹던 방식이라고해서 몇번 가본적이있다...허럼한 집인데 엄청 맛있다고소문나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고...암튼한번 가보세요!!고향사람이주인이라 더욱기분좋더라고///그리고 수동 차부옆에 어탕집이있는데 그집도 맛이좋아손님이엄청많이 오더라고...제가시골가면 꼭 들리는곳이기도하지요!!아이고 어탕먹고싶당!!
나도 수차 그곳을 탐방한 적이 있는데, 이집은 지금 합정동에서 어탕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언니가 여동생에게 물려준 것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조금 젊은 합정동 어탕국수집 주인 아주머니는 오영이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어탕국수하면 옛적에 청산가리를 수대(물뿌리게)에 넣어 뿌려서 물고기를 잡아 끊여 먹었던 천엽시절이 생각난다.
집안 어른들이 이종(모심기)이 끝나면 다같이 가서 해마다 해온 연례행사(?)이기도 했다.
한데 요즘은 없어 졌다.
하지만, 안의에 귀향한 나는 다행이도 국궁을 하고 있다.
안의의 관덕정(활터)에서는 년간 수차례 물고기를 잡아서 어탕, 어탕국수, 도리뱅뱅이, 등을 해 먹는다.
이곳에서 어탕을 먹어 본 사람은 다른 곳에서 하는 어탕국수는 전에 어른들이 하신 말씀인 "이망 씻은 물"에 불과하다.
시골에 귀향하고자 하는 친구들은 국궁을 필히 배워 오시길 권합니다. 노유연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