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정형외과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건강 척추·관절, 행복한 100세 (9)·끝 척추관협착증에서 벗어난 설영숙씨
극심한 척추관협착증으로 걸으면 기울던 몸 허리통증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도 어려워
손상된 디스크 없애고 지지대 삽입 재활치료 병행하면서 저림·통증도 개선
몰아치는 칼바람에 꽁꽁 얼어붙은 강원 원주. 혹독한 추위 속에서 곽노성(74)·설영숙씨(67) 부부는 볏짚 거두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거동은 불편해 보였지만 두사람은 찰떡 같은 궁합으로 일을 척척 해냈다.
그런데 여느 농민 부부와 달리 짚단을 묶는 일은 오롯이 남편의 몫이었다. 반면 짚단 옮기기처럼 힘쓰는 일은 아내가 맡았다. 부부에게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남편 곽씨가 시각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곽씨는 어린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그런데 어떻게 농사일을 할 수 있을까. 그가 농사를 짓는다고 나섰을 때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곽씨는 오뚝이처럼 넘어지면 일어섰다. 마침내 베테랑 농사꾼이 된 곽씨. 그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눈이 돼준 아내 설씨 덕분이었다.
설씨는 언제나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넘어지는 남편을 일으켜 세우랴, 농사일에 앞장서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남편이 농사일에 숙달될 즈음 설씨는 이제 허리를 좀 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무너졌다. 세월의 무게로 설씨의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된 것.
설씨의 몸은 걸을수록 왼쪽으로 기울었다. 또 다리는 오래 서 있으면 힘이 풀렸고, 신경마비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힌 것은 극심한 허리통증으로, 4년 전 했던 수술의 후유증 탓이었다. 이 통증 때문에 설씨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정밀검사를 했다. 척추관협착증이 심각한 상태였다. 이 병은 척추 속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노화로 좁아지면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압박해 생긴다. 설씨의 신경은 완전히 막혀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수술에는 ‘미세현미경감압술’과 ‘척추나사고정술’이 있다. ‘미세현미경감압술’은 현미경을 사용해 1.5~2㎝ 절개만으로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막힌 설씨의 신경을 완전히 뚫을 수 없었다. 그래서 또 다른 수술법인 ‘척추나사고정술’을 하기로 했다. 이는 척추와 뼈 사이의 손상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나서 디스크 모양의 지지대를 넣어 불안정한 척추 마디를 안정시키는 수술이다. 1㎝ 정도의 작은 구멍을 내고 첨단 엑스레이 화면을 보면서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 결과는 좋았다. 설씨를 괴롭혔던 통증이 사라진 것은 물론 걸음걸이도 한결 편해졌다.
그는 집에 홀로 있는 남편 곁으로 빨리 가야 한다며 누구보다 재활치료를 열심히 했다. 운동과 함께 허리근육을 강화하는 전기근육자극(EMS) 치료도 병행했다.
그 결과 엉덩이뼈와 좌측 다리에서 발생하는 저림 증상과 통증이 개선됐다. 기울어졌던 몸의 축도 바로잡혔다. 그는 남편이 정말 기뻐할 것이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척추질환은 조기 발견하면 90% 정도는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설씨처럼 상황이 여의치 못해 초기치료를 놓치고 몸을 혹사한 환자를 볼 때면 무척 안타깝다.
앞으로 많은 이들이 초기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 척추질환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