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이면 조선일보의 사진 SITE인 PICPEN이 사라집니다.
24년2월22일, 간밤에 많은 눈이 내렸기에 서울의 산하는 別天地(별천지: 나눌별, 하늘천, 땅지)로 변하였을 것임을 짐작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몇 번을 망설이고서야 서울의 내사산 중에 하나인 우백호 인왕산으로 향한다.
인생이막의 작은 꿈이었으며, 버팀목이었던 사진에 대한 열망이 줄었기에, 생활의 모든 것에서 의욕이 줄었기 때문으로,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에겐 꿈이 필요하고, 그 꿈을 실현시켜주는 수단 또한 필요한 것인데, 나에게 있어 조선일보 메인픽펜영역과 픽펜은 그런 것이었다.
픽펜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몇 달 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산하에 아무리 많은 눈이 쌓여 있어도, 설원 위로 달려 나가지 않았고, 아무리 좋은 사진을 보더라도,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았기에 이를 표현할 수 없었으니, 앞으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것에 몰입하여 시간을 보내게 될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아끼고 좋아하는 물건을 잃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극도의 Stress를 받는다고 하는데, 2024년 3월1일이면 PicPen이 없어진다는 작금의 사태로 인하여, PicPen에서 사진 활동을 하여온 많은 작가 선생님들과 운영자분들께서는 저와 비슷한 멘탈 붕괴 상태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이란 추측에 안타까움이 커져가고 있는 중이다.
會者定離(회자정리: 모일회, 놈자, 정할정, 떠날리)란 말과 같이 만남이 있었으니, 헤어짐이 있을 것임을 예측해야 했을 터인데, 무지렁이들의 삶에서 이것저것을 헤아리며, 생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저 큰 나무 덕을 보며, 큰 사람 덕을 보며, 생활하는 것에 익숙하였기에 꿈인지 생시인지 그저 낙담하며,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슬퍼할 뿐이다.
지금 생각하여 보면, PicPen에 이상 징후가 보일 때마다, 나름의 심중을 표출하기도 하였지만, 이번과 같이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니, 어떻게든 보다 강한 의사를 나타내고자 하는 마음에 책상에 몇 번을 앉았으나, 생각이 정리되지 않던 중에 “ji9999김정일”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님의 향기를 들으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會者定離(회자정리)란 말과 함께 去者必返(거자필반: 갈거, 사람자, 반드시필, 돌이킬반)이란 말도 상기하게 되었지만, 회자정리는 현실이고, 거자필반은 꿈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기에 3월1일에는 도봉산이나 북한산의 정상에 올라, 하늘을 쳐다보며, 깊은 탄식과 함께 인생이막에 다가온 시름을 전송해야겠다.
사람의 인생을 생노병사의 과정이라 한다면, 생노는 인생일막, 병사의 과정은 인생이막이라할 수 있을 터인데, 인생이막의 초반 부에 조선일보와 픽펜이 있었기에 좋은 경험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지면에 이름이 실리면, 멀리 있는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는 재미가 쏠쏠하였는데, 조선닷컴 메인픽펜영역에 내 사진이 자리하고, Click 숫자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해 하였는데, 보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8개의 Lens와 2대의 Camera를 준비하여 나름 열과 정성을 다하였는데, 이제 그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픽펜에 사진을 올리면, 지면에도 게재되고, 조선닷컴에도 오르기에 얼마나 재미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조선일보와 픽펜이 있었기에 10여 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3월1일이 며칠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날이 오면 글과 사진이 보여 지지 않을 것이기에 미리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응원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내내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지면을 제공한 조선일보와 일면식도 없는 사진작가선생님들을 위해 픽펜을 관리하여주신 운영자님께도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고마웠습니다. 그간 얼마나 힘이 드셨습니까? 좋은 날이 있으시길 염원하겠습니다.
십여 년간 PicPen 이라는 공간에서 사진과 글로 많은 것을 일깨워주신 EDITOR 작가 선생님들,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PicPen이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임종을 지키는 마음으로 Posting은 계속 하겠습니다.
여강 임 영 수
2024. 2. 27
天之地間 萬物知衆에 惟人以 最貴하니,
所貴乎人者는 以其有五倫也라!
(천지지간 만물지중에 유인이 최귀하니,
소귀호인자는 이기유오륜야라!)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것 중에
사람이 가장 귀하니,
이는 오륜이 있기 때문 이니라!
有志者事竟成
(유지자 사경성)
있을유, 뜻지, 놈자, 일사, 마침내경, 이룰 성.
사람은 하고자 하는 뜻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