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제 상황으로만 본다면, 이 얘기도 건너뛰어야 합니다. (힘에 부쳐서요.)
그런데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
무리인 것 같지만(제 입장에선)... 간단하나마 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가장 최근에, 여기 우리 공동체에서 가졌던 '현장 답사' 교육이 있었는데요,
'샤인 머스켓 농장 방문'이었거든요?
같은 '봉화군'이긴 하지만, 동쪽으로 끝에 있는... 여기 '소천면'에선 제일 먼, 서쪽 끝에 있는(봉화와 붙어있는) '상운면'에 갔는데요,
가는 시간만도 차로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허름한 옛날 스레트 집이었고, 강사 분이... 50대로 보이는, 그러면서도 분명(?) '혼자사는 듯한' 남자였습니다.
우선 그 집의 분위기만 보면, 정리가 되지 않고 가꾸지도 않은 듯한(깔끔한 것과는 너무 먼)......
그런데 우리가 가자마자, 본인이 직접 깎은 듯한(어설프게) 배를 가지고 나오던데,
역시... 금방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모습이드라구요.
그렇지만 배는 사각사각하고 싱싱한 자연의 맛이었습니다.
일단 그곳에서의 제 첫 느낌은,
'음양오행' 이라든지, '순자' '한비자' 운운하는 그 강사님의 말에 실소를 머금기도 했지만,
뭔가 꾸미지 않으면서도,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무엇보다도 '편한 곳'이란 인상이었답니다.
그리고 잔뜩 흐린 날씨였는데, 우리는 그 농장으로 향합니다.
일단 우리가 타고 갔던 차는 그 마을에 놓고, 그 강사분(선생님)의 트럭에 올라... 재미있게 산골짜기의 논으로 갔는데요,
(물론, 트럭 뒤에 타는 건 '불법'이기는 했지만, 시골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고(?), 그게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근데요,
우리의 견학이 주로 그런 식이긴 했지만(여기서도... 포도 농사에 대한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는 했지만),
현장 실습으로 포도를 따서는... 각자 가져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자 상자를 하나씩 들고, 몇 송이 포도를 따는 재미도 느꼈지만,
저는 그 순간에도,
'포도 따는 건 재밌지만, 이 포도를 그냥 가져가는 건(물론, 공짜는 아니라고 합니다만(본부에서 뭔가 지원이 있다는데), 어쨌든...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훨씬 강했답니다.
실컷 농사를 지어(더군다나 그 선생님은 농약도 치지 않고 키웠다는데), '남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그 와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도 얼추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
그 선생님,
우리를 그냥 돌려보내는 게 아닌(?),
"우리 집에 가서, 복숭아를 가져가셔야 합니다."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저는(개인적으로) 이상했지요.
'아니, 이 튼실한(먹음직스런) 포도를 가져가는 것도 미안해 죽겠는데, 복숭아까지?' 하면서도,
'근데,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준다는데, 이 아니 좋을 수가!'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제가 과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포도' '복숭아'는 '더 좋아하는 과일'이니까요.
그러니 저는,
'참, 인심도 좋은 사람이네......'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아무튼 우리는 다시 트럭에 올라, 그 선생님 집으로 갑니다.(아래)
근데요,
그 집에 다시 갔더니, 노란 상자(윗 사진의 플라스틱) 가득 복숭아를 가져오더니,
"다 가져 가세요."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복숭아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연농법으로 가꾼 것이라 맛도 좋았는데......
더구나 요즘 복숭아도 거의 떨어져가는 시절인데, 이렇게 많은 복숭아를 얻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싫지만은 않았답니다.
그러니, 거기 있던 비닐봉지 몇 개에 나눠서 담고(나중에 숙소에 가서 나눌 량으로) 있는데,
저는 그 날, '춘양 5일장'에 들르려고 가방을 가져갔었는데,
맨 마지막으로, 제 가방에 가득 복숭아를 채우지 않았겠습니까? (아래 사진)
근데요, 그 분...
이상하게도(?), 자기가 가꿔 수확한 과일들을 그렇게... 아낌없이 남들에게 (퍼)주니,
'이런 식으로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아무래도 혼자 사는 사람이라선지... 누구 눈치볼 일도 없이 그러고 있드라구요.(저도, 머리가 갸웃해지기는 했는데요......)
그런데 또,
"제가 만든 와인(포도 농사를 지으니, 그럴 순 있을 것이지만) 맛 좀 보고 가세요!" 하더니,
우리 열명 가까운 사람들이 그 집 마루에 앉아 있었는데,
와인을 내오기에 이르렀고,
썩 맛있지는 않았지만, 맑은 기분(맛)이 나는 와인을 두어 잔 마셨는데,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데, 저는 기분이 너무 좋았답니다.)
그 분이 마루 구석에 있던 책(유인물?)을 치우는데 보니,
그 책에... 한의사들이 갖고 있을 법한 사람의 손과 발의 '혈'을 표시한 그림이 보여서,
"선생님은 침도 놓으시나요?" 하고 제가 묻게 되었는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 상태로... 그냥 돌아왔을지 모르는데)
"그럼요!" 하더니, "어디가 안 좋으세요?" 하고 묻기에,
"저는 컴퓨터를 많이 하다 보니, 목덜미와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요..." 하는 말과 함께,
"그럼, 제가 침을 놓아드리지요." 하는 식으로, 상황이 이어졌는데요,
"아니, 여기 다른 분들의 시간을 제가 빼앗을 수는 없으니..." 하고 난색을 표하는데도,
어느새 침을 가지고 나왔고, 같이 있던 사람들도 동의를 해줘서(?),
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제가 침을 맞는 상황으로 바뀐 것입니다.
뭐,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썩 그러고 싶지도 않았는데,
엉겁결에 침까지 맞게 됐던 것이지요.
(저는 마치,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된 기분이기도 해서, 그 말도 내뱉었는데요.)
아무튼 그렇게 제가 침까지 맞다 보니,
우리 회원들 몇 분과 그 선생님이 서로 전화번호도 교환하는 등...
그렇게 예정 시간을 한참 넘긴 상태로, 우리는 돌아오게 되었는데요,
저는 장볼 시간도 없어서 그냥 돌아와, 그 날은 본부에서 점심을 먹기까지 해서...
'포도'에, '복숭아'에, 우리 108호에서 호박 하나까지 줘서...
한 보따리를 안고 제 숙소에 도착을 했답니다.
더구나, 지난번 '끝물고추'를 따느라 수고했다며, 그저껜가 '바나나' 한 더미도 받았던 터라,
(아, 그리고... 며칠 전 제 친구 부부가 올 때 사왔던 포도도 아직 냉장고 안에 남아 있는데......)
숙소엔,
'먹을 거 천지(?)'가 돼 있었답니다. (위 사진 참조)
근데요,
사람 사는 건... 참 웃기기도 합니다.
그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제가 모처럼 짬을 내어 그림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 '지호씨'가 창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현관으로 가 문을 여니,
"선생님, 저... 복숭아 안 먹잖아요?(알러지 때문) 근데, 어제... 저에게 이렇게 복숭아를 갖다 놔서(그는 '춘양'에 내렸기 때문에, 밤에 돌아와서 보니)... 선생님이 복숭아를 좋아하시잖아요?" 하며 봉지째 건네는데,
"나도, 저렇게나 많은데?" 하고 숙소 바닥에 있던 제 먹거리(포도, 복숭아, 바나나...)를 보여주었는데,
그런데도,
"저는... 복숭아 알러지 때문에......" 하니,
안 받을 수도 없고 해서, 받긴 받았는데,
'아니, 혼자 사는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왜 이렇게 먹을 거리가 풍년이지?' 하는 것도 모자라,
'언제, 이걸 다 먹는다지?' 하는 걱정이 아니 될 수가 없었답니다.
근데요, 이런 경우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닌, 여기 와서 지내면서 줄곧 이어지는 현상이거든요?
서울에서 내려올 때는, 먹거리 조달 때문에 걱정이었는데(차도 없어서), 제가 잘 안 먹어서 그렇지... 서울보다도 훨씬 풍성해서 잘 먹고 지내고 있거든요......
(지금은 어느 정도 덜어냈는데도 걱정이랍니다. 냉장고 안이 과일로 꽉 차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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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