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연휴 시작 날 저녁, 딸은 친구와 일본 여행을 떠나고 처와 아들과 같이
전 주에 가본 프랑스 식당 '파씨오네‘ 에 가보기로 하였다.
30일 만 문을 열고 3일간 영업을 하지 않으니 미리 예약을 하고 택시를 타고,
도산공원 앞에 내려서 전에 가본 ‘보나 세라’란 이태리식당을 지나 도산공원 담을 쭉 따라가다
‘The Kitchin'에서 꺾어지면 왼켠에 이 식당이 보인다.
마실만한 와인 한병을 들고, 이 식당은 코케지 챠지가 2만원이다.
들어가니 주방에서 이 쉐프가 나를 알아보고는 아는 체 한다.
지난번 처음 갔을 때 몇마디 해주고 2주도 되지 않아 또 왔으니까.
칠판에 적은 메뉴판을 들고 오늘의 음식을 설명하는 쉐프의 표정을 보라.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표정이다.
이 집의 특징은 점심이나 저녁 메뉴는 한가지뿐.
물론 주요리는 선택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메뉴는 그때 그때마다 최선의 재료를 찾아 만드므로 메뉴판보다는 칠판에 적은 메뉴가 좋다.
이태원의 시골풍 프랑스식당 '생 텍스'도 이와 마찬가지.
물어보는 말은 음식 알레르기와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이 있는가? 이다.
갖고온 와인은 디캔팅을 부탁하고
따로 잔 하나를 더 갖고 오게 해서 넉넉하게 따루어 세프에게 건넨다.
원래는 약간을 남기고 나오는 것이 예의이나 나는 아예 처음부터 따로 챙겨 준다.
이어 명함을 주고, 이러면 단골이 되기는 쉽다.
조금 있으니 별로 넓지 않은 식당이 손님으로 가득 찼다.
자그마한 식탁의 꽃꽂이도 보기가 좋고.
처음 나오는 컬리플라워 스프, 따로 소금이나 후추를 칠 필요가 없다.
이어 전복과 아스파라가스에 얹혀진 대개살.
비트 스시 샐러드, 안에 숨겨진 붉은 비트 안에 밥이 조금 들어있다.
햄 한쪽을 곁들인 카라멜라이즈드 엔다이브.
신선한 프아그라.
칼로 썰어 보면
식사를 하며 내 주위에 쌍쌍이 온 세 커플을 관찰한다.
한 커플은 멋부린다고 샴페인까지 시키고 식사를 하나 수시로 각자 스마트 폰을 확인하니 이게 무슨 꼴인가?
한 커플은 들어오면 내가 아는 병원 이름을 대며 자릴 잡더니 와인 한잔도 안 마시며 식사.
다른 한 커플은 여자가 먼저 내 건너편에 와서 앉자 기다리면서 거울의 보면서 표정을 지워가며
화장을 하고는 전화로 짝을 찾는다. 그래도 이 커플은 와인도 시키고 식사를 하는데
곁에서 보면 아무래도 말하고 제스츄어 쓰는 모습이 여자가 우세하다.
너무 바빠 말도 부치기 힘들었는데 조금 한가해져서 와인리스트를 가겨다 달라하여 구경해본다.
사실 와인 셀러에서 샤토 브랑 깡뜨냑을 찾다가 눈에 보이는 걸 들고 왔더니 잘되었다.
왜냐하면 일단 그 식당에 없는 걸 가져오는게 순리이니까.
또 샤토 폰테 까네가 리스트에는 나와있지 않으나 더 비싸니까.
아들이 시킨 채끝 스테이크
처에게 나온 라비올리.
오늘 사진 촬영의 최대 실수는 처와 아들 주요리를 찍느라 막상 나의 요리, 양 어깨살 갈비는 빼 먹은 것.
할 수 없이 다음에도 와서 같은 걸 시켜 다시 사진을 찍어야 겠다.
또 하나는 위의 사진처럼 화면이 가린 것이다.
아마추어니까 할 수 없지 하면서도 왜 자꾸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할까? 하고
은근히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전에는 디저트가 밀풰유 이었으나 오늘은 딸기 설탕 조림위에 얹은 아이스크림
같이 나온 크림 뷔릴레.
향기로웠던 커피까지
오늘의 음식은 나로써는 프아그라가 좋았고, 처는 특별히 만들어 준 라비올리,
아들은 디저트이었다며 쉐프에게 말하고
내가 점심을 늦게 먹어서 양 갈비를 남긴 걸 이야기 한다. 맛이 없어 남긴 게 아니라고.
세프의 정중한 인사를 받으며 나왔다.
이로써 또 한곳의 단골 식당 리스트가 추가가 된다.
약간 부족한 점은 감미로운 음악이 들리지 않았고
주방에서 그릇 부닥치는 소리가 약간 귀에 거슬린다.
첫댓글 일찍 먹은 아침이 대충 내려간 후 침이 입 속에 한바가지나 고여 꿀꺽....
나이 들어 좋은 먹고 좋은 것 보고 좋은 것 들으며 또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건강과 반려자들이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겐가?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부러운 사람이로세!
사실 남 염장지르는 이런건 올리는게 아닌데.
하도 글올리는 분들이 없으니까 할 수 없이.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으니까, 빠짐 없이 올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식에 대한 상식도 높이는 기회가 되어서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