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수 폭포 - 정다연
듣고 있어 듣고 있어
사람이 건넨 말이 깊이로 고일 때 높이로 솟을 때 피가 멎었다는 걸 알았어
멎지 않았더라면 듣지 못했을 테니까
아침에는 네가 말해준 적 있는 문장을 주석에서 찾아냈어 주석은 본문을 설명하지 않았고 본문은 있는 그대로 충분해 보였어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거야
빈자리가 되어야만 보이는 게 있지
공중전화 부스가 사라진 공터에 들고양이들이 몰려들듯이 조각조각 깨지고 나서야 병동의 창문이 구름을 담을 수 있게 되듯이 뒷목의 단추가 또렷하게 불러내는 손길도
상관없는 날이 오고야 말지
나 듣고 있어 듣고 있어
다른 사람의 자질구레한 일상과 정착할 수 없는 사랑 이야기로 흘러가는 하루 무심함
너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칼로 찔러도 아프지 않은 투명층처럼
ㅡ웹진 《같이 가는 기분》(2024, 여름호) ****************************************************************************************************** 평상시에도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피어나는 무지개를 볼 수 있다면 시원해집니다 도심 곳곳에 담수 폭포를 만드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알마전에 중국에서 높이 314m의 세계최대 폭포라는 칭송을 받은 데서 담수를 공급하는 시설물을 발견했다고 토픽이 떴습니다 '사기다' 또는 '꼬리 없는 공작새보다 낫다'는 엇갈리는 주장도 소개됐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옳다는 주장도 성행 중이고, 기이한 현상도 빈번한 세상살이입니다만 장마 철에만 잠깐 나타나는 미인 폭포를 생각하면서 선비의 고장, 영주에 곳곳에 설치된 담수 폭포를 고마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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