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 김유섭
자동 라인으로 찍어낸 지폐 냄새 코를 찌르는 무한 질주 스트리트 뒷골목 입에 거품을 문 얼굴들이 붐빈다.
반갑다 어깨 툭 치며 주머니 지갑 빼내기 따위는 변두리나 굴러다니는 길고양이 놀이
두꺼운 지하 벽 속에 숨긴 비밀금고에 귀를 대고 숫자판을 돌리는 신화도 추억의 휘파람이 된 지 오래다.
콘크리트 성벽을 기어오르거나 공기 통로를 따라 미끄러지는 기술은 코웃음으로 날려버린다.
날 선 와이셔츠 흰 옷깃을 세우고 모니터 앞에 앉아 단련시키는 뇌와 신경조직 적외선 감지기 사이를 빠져 다니는 촉수와 근육과 뼈와 체위 같은 것,
세상 곳곳 깊고 은밀한 부위 어린아이 눈동자 속까지 단숨에 틈입하는
기괴한 웃음 폭죽으로 터지는 황금 흡입의 축제 절정의 괴성을 질러대며 컴퓨터 엔터키를 누르는 핏발선 넥타이들.
ㅡ시집 『비보이』(포지션, 2024) ***************************************************************************************************** 숨탄것들 모두는 생애를 통해서 자아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매진하며 이름을 얻고 부귀를 누리고자 합니다만 한 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분복대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삼시세끼 풍족하면 그만으로 더 이상의 부귀를 탐내지 않지만, 이미 어느 정도 명에와 부를 쌓은 이들만 만족을 모르고 더 높이 올라 더 많은 부를 쌓으려 합니다 연예계에서는 '도둑'이란 호창이 우스개이고 칭찬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비난이고 경멸을 넘어서는 낙인이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와이셔츠 깃을 세워 우르르 몰려다니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후예들이 늘었습니다 이대로면 세상이 망한다고 부르짖는 틈새에서 범털과 개털 사이롤 기웃대는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