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dung)
농사를 짓던 우리 민족에게
똥은 결코 지저분함의 대명사가 아니었다.
‘꿈에 똥을 밟으면 재수가 좋다’고 했던 이유도 똥을
더럽게 생각하지 않고 생산을 상징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생산은 곧 돈으로 직결되는 것이기도 했고,
반면 보릿고개로 대표되던 가난을 빗대어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했다.
가난하면 그만이지,
애꿎은 항문이 왜 찢어지는 걸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물만 먹으면 똥 덩어리가 굵어지고 물기가 없이 딱딱해
똥이 되직하게 나오니까 항문이 찢어지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박재갑(朴在甲·60) 교수는
지난 30년간 6000여 회 수술 을 했는데,
대장암 수술만 5000회 이상 집도한
대장항문암의 최고 권위자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똥을 보면 그 사람의 섭생을 알 수 있죠.
똥이 ‘굵다’
‘가늘다’
‘되직하다’
‘묽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배변량이 적다.
배변량이 식이섬유 섭취량과 비례하거든요.
가공식품을 많이 먹고 채식을 적게 하면
섬유질이 부족해서 똥을 적게 눠요.
육류만 먹으면 똥의 볼륨이 작아진다.
대장은 영양가 높은 음식물이 지나가면 천천히 내려보내니.
흡수할 것이 많다.
1950년대 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바로 배변량이었다’는 소문에는 근거가 있다.
가난과 기근으로 나물만 먹던 그 시절 한국인의 배변량은
지금의 3배쯤 됐다고 한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대변의 색깔이 달라지는 가?
똥에 피가 붉으냐 검으냐에 따라 다르고,
붉은 피가 섞여 나오면 항문이나 직장, 대장에
출혈이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
대장이 워낙 기니까 피가 항문까지 내려오면서
똥에 섞여 버리면 중간중간 검은색을 띠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검은 똥은 선지를 먹어도 나올 수 있다.
출혈이 없어도 적혈구 내에 철 성분이
산화되면서 똥이 검어지기도 한다.
요즘은 너도나도 와인을 즐겨 마시는 분위기인데,
적포도주를 많이 마셔도 검은 똥을 눌 수 있다.
만일 자장면 색깔의 똥을 눴다면 문제가 다르다.
흑변이 나오면 상부 위장관의 출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혈액이 위장관을 지나면서 위산이나 장내 세균에 의해
흑변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방치하면 소화성 궤양 혹은 위암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빈혈을 치료하려고 철분제를 복용했거나
감초 식품을 먹어도 흑변이 나올 수 있다.”
단, “(똥의) 냄새가 고약하고 끈적거린다면
문제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건강하면 똥 냄새가 고약하지 않다.
똥 냄새는 자연의 냄새잖아요.
닭똥 특유의 냄새가 있듯이 인분에도 특이한 냄새가 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니다.
(똥 냄새는) 대장 내에 있는 세균 때문에 난다.
똥 냄새가 심한 사람은
장 안에 세균이 득실거리고 있는 거다.
대장에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유산균이나
올리고당 같은 좋은 균이 많으면 냄새가 심할 리 없디.”
대변의 색깔이
“지나치게 옅은 갈색이면
적혈구가 파괴되는 자가면역 질환이나
간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희거나 회색이라면 담도가 폐쇄됐을 수 있고,
피와 고름이 섞인 설사를 한다면
대장이나 직장에 염증이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
또 채식을 한 것도 아닌데 기름지고 양이 많으면
췌장염에 의한 흡수장애가 있을 수 있다.
똥에 코 같은 점액이 자꾸 묻어나오면
대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대장암을 만드는 세포가 점액질을 분비하거든요.”
똥이 영어로는 ‘덩(dung)’이다.
발음이 우리 말과 비슷하지 않은가.
대변 볼 때 ‘똥’ 하고 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속설이 있다.
동양에서는 ‘쌀이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라는 의미로
분(糞) 혹은 변(便)이라고 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은 굵기가 2cm, 길이는 10~15cm라고 한다.
대장에 문제가 생기면
방귀 냄새부터 고약해진다고 하던데?
“뭘 먹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대장균이 아직까지 소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섬유질)의 일부와 단백질 등을
발효시키면서 악취가 나는 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이게 방귀입니다.
대장 내에는 질소 산소 등 400여 종의 성분이 있거든요.
변비 때문에 대장이 꽉 막혀 있으면
냄새가 더 고약해질 수 있겠죠.”
방귀 소리가 큰 사람이
“직장과 항문이 건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습관적인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여성들은 너무 참다가
소리가 커질 수 있으니...ㅎ
건강한 성인은 하루에 방귀를 13회 이내로 뀐다.
최고 25회까지 정상이라고 한다.
“변비에서 설사로,
다시 변비로 장기간 반복된다면
건강의 적신호”.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해요.
기름진 육류를 먹고 폭음을 하니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더 악화되죠.
변비-설사의 반복이 심하면
대장 어딘가에 혹이 있지 않나 의심해봐야 한다.
대장에 혹이 있으면 똥이 일시적으로 못 내려간다.
똥이 안에서 썩으면 안 되니 설사를 통해 내보내는 겁니다.
대장암은 한 해에 1만3000여 명에게 발생하는 암이다.
전체 암의 11.2%로 발생률이 네 번째로 높은 암이다.
대장에 종양이 생겨도 당장 느낌이 오진 않고,
금방 표가 나질 않지만,
항문 쪽에 혹이 생기면 빨리 발견된다.
재수가 좋은 거죠.
똥에 붉은 피가 섞여 나오고
변의가 평소와 달라지거든요.
하지만 대장의 초반부에 혹이 생기면 느낌이 거의 없다.
출혈이 있다 해도 항문까지 내려오면서
희석돼 혈변이 보이지 않다.
대장은 길이가 1.5m나 되니까
인간은 식물의 배설물인 산소와 함께
다른 영양분을 섭취하고 똥을 배출한다.
이 똥은 거름이 되어 식물에 섭취된다.
사람과 똥과 지구는 한몸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새까만 똥을 누고,
죽기 전에도 새까만 똥을 눈다’고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누는 태변은 까맣고
끈적끈적 해 배내똥이라고 한다.
며칠 지나면 노란색 똥이 나옵니다.
그러다 황색 똥으로 바뀌어요.”
“신생아도 성인처럼 변 색깔이 몸 상태를 나타낸다”고 한다.
“신생아의 똥에 코 같은 것이 섞여 있다면
장염일 가능성이 크고
피가 섞여 있다면 세균성 장염이나
장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또 순두부처럼 흰 망울이 섞여 나오는 걸
생똥 혹은 산똥이라고 하는데
분유의 유지방이 응고된 탓입니다.
염소 똥같이 딱딱한 똥을 누면
먹은 양이 부족하거나 섬유질이 부족하다는 신호.
옛날엔 쌀뜨물처럼 뿌연 똥을 누기도 했는데,
이는 콜레라에 걸릴 경우 나오는 똥이다.
흰색 똥을 누면 담도가 막힌 경우이고,
잘 비워야 오래 산다.
“우리 몸에 백혈구가 적어지면 균 때문에 죽고,
‘똥에 균이 많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입 속에 균이 많다는 건 잘 모른다.
인간이 가장 쾌락을 느끼는 순간이
배설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오줌 눌 때,
똥 눌 때,
거시기 사정할 때...ㅎ
솔직히 얼마나 시원합니까.
다 같은 원리이께...
참다 배출하면 행복하기까지 하잖아요.
먹는 것만큼이나 비우는 것도 중요하니,
잘 비워서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삽시당.”
허 허 허~~~ㅎ
-옮긴글-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