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폭설의 무개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은 팔 하나가 애처러운....
서족하늘 빨갛게 한 뼘 남은 석양을 바라보며
어느 산 비탈, 의연한 노송을 보라.
허리는 굽어도 가지는 꺾여도
늠늠한 모습 외로워하지도 않는다.
생의 골짜기 불안하고 허무하다 해도
언제나 당당하고 푸르러다.
기댈 곳 없는 허허창공이라 해도
소용돌이 거센 폭설은 시련이라며
굳센 의지, 바위 깊은 곳 뿌리를 박고
고고한 삶의 모습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히려 비탈에 서 있기에
더욱 처연스럽게 아름운 것 아닌가.
인생의 황혼 비탈길
해는 서산에 걸려 곧 어둠인데
우리들 노년의 지친 육신
저 비탈의 노송을 닮을 수는 없는가.
늠늠하고 의연하게
맑고 밝은 모습일 수는 없는가.
겨울 한 번 지나니
웃던 얼굴 하나가 사라지고 없다.
며칠 못 만난 친구 하나는
쓰러져 병원에 누워 있다.
운명이고 숙명이라 해도
잊혀져 가야하는 이별이 너무 허무하지 않는가.
꺾이고 부러지긴 해도
스스로 쓰러지지는 않아야 하는데....
저 비탈에 우뚝 선 노송처럼
우리들의 인생 황혼,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인가.
남은 시간, 비바람도 즐기고
지나는 구름도 동무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마음을 열고
나와 인연이 된 모든 사람, 모든 것들과
-조은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