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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전의 첫 날이 밝았다.
오늘은 복잡하고 많은 의식들이 있다. 그 중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볼거리들이 다 끝난 뒤 시작되는 파티이다. 이 파티는 오늘
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연장된다. 말하자면 체력이 받쳐주면 일주일 내내 자지도 않고 먹고 놀 수 있는 것이다.
보통은 피곤하면 방으로 돌아가 쉬다가 다시 나오지만 가끔 해괴한 정신세계를 가진 몇몇 젊은이들은 누가 오래 버티나 내기를 해
쓸데없는 우열을 가리기도 한다. 일명 롱파티라고 불리는 이 형식의 파티는 이 나라의 전통적인 문화여서 매해 우리 마을에서도
열렸다. 물론 해괴한 정신의 보유자들이 우리 마을에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단연 돋보이는 부동의 1위는 넬리 베커. 아…떠올
리기 싫다.
뭔가 이야기가 새어버린 것 같은데, 어쨌든 그 파티에서 난 공주님과 친해져야 한다. 그것도 매우.
“말이 쉽지.”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를 모르겠단 말이다! 얼굴도 모르는데!
“마닐드! 준비 다 됐지?”
그때 카뷔 언니가 옷을 다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오늘 시행되는 의식들 중에서 왕실 마법사들이 참가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언
니는 평소의 제복이 아닌 다른 제복을 입었다. 이 옷은 의식이 있을 때만 입기 때문에 기능성보다는 위엄과 화려함을 목적으로 만
들어졌다.
“우와~ 언니 이 옷 진짜 예쁘다!”
“그렇지? 근데 움직이는 건 조금 불편하네….”
언니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중얼거렸다.
“오~ 괜찮은데?”
언제 왔는지 아젠타가 현관문 앞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녀도 카뷔 언니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느낌은 아주 달랐다.
카뷔 언니가 똘똘한 모범생 마법사로 보인다면 아젠타 쪽은 호쾌한 검사로 보였다. 170cm를 넘는 키에 힐까지 신고 있어서 뒤에
따라 들어오는 오즈와 키가 거의 비슷해져 버렸다.
“오~ 역시! 아젠타 이 옷은 저런 느낌이 나는 게 정상이거든? 넌 허리에 칼만 안 찼지 이건 완전히 용벼,컥”
아젠타는 오즈의 말 따위 들리지 않는다는 미소를 지으며 지그시 발을 밟았다. 힐의 뒤축으로. 아. 그러고 보니 하이힐도 생활 무
기 중에 하나였지. 망치 급이랬는데…. 물론 손에 들고 내리치면. 흠. 그러면 드래곤도 죽을까?
“어? 아즈반도 왔네?”
마침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던 코시가 오즈 뒤로 막 들어오는 아즈반을 발견했다. 나는 그 순간 미묘하게 일그러지는 오즈의
표정을 포착했다. 드래곤에겐 동족애라는 게 없다는 게 절실히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응? 근데 오늘은 뭔가 다른데? 엊그제만 해
도 오즈가 노려보고 아즈반이 무시하는 상황이었는데, 오늘은 정반대였다. 게다가 오즈의 찡그린 표정 뒤에 떠오르는 저 의미심장
한 미소는 무엇인가. 뭔가 냄새가나….
아즈반은 언제나처럼 딱딱한 목소리로 카뷔 언니에게 말했다.
“현자께서 베커양을 보고 싶어 한다.”
아즈반의 말에 언니는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살짝 내려다봤다.
“아…. 그래? 그럼 가야지.”
“아. 마닐드 베커양을 보고 싶어 한다.”
카뷔 언니가 주섬주섬 외투를 입으려하자, 아즈반이 재빨리 덧붙였다.
“마닐드를?”
평소답지 않게 카뷔 언니의 목소리가 커졌다. 다들 이상한 눈으로 언니를 쳐다봤지만 본인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벌써? 빠른데…. 그래도….”
“저기 언니?”
“어.응?”
“그럼 나 갔다 올게.”
“어…아…. 저기 현자께서 마닐드만 데리고 오라 하셨어?”
아즈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는 다시 심각해지더니 이내 마음을 정한 듯 끄덕였다.
“그래. 잘 갔다와. 아즈반, 기다리다가 다 끝나면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어?”
“뭐…. 그러지. 의식 전에는 이야기가 끝날 테니 왕실 마법사 대기실로 가면 되겠지?”
“응. 부탁할게.”
나는 아즈반을 따라 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기 전 우연히 오즈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생긋 웃었다. 흠…. 뭔가 있어.
나와 아즈반은 어색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었다. 다들 파티 준비 때문인지 여기저기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어…. 저…. 드래곤님? 현자라는 분은 누구신가요? 카뷔 언니도 아는 것 같던데.”
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날 흘끗 보더니 재미있다는 듯이 입고리가 살짝 올라갔다.
“드래곤님? 성별 차이라는 것이 꽤 크군.”
뭔소리여? 갑자기 웬 성별?
“내 외삼촌이다.”
“아~”
끄덕이며 아즈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싸늘한 무표정이었다. 흐음…. 하긴 한 사람이 태어나려면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어야
하니까 저런 무자비한 사람도 가족이 있겠구나. 자기 혼자서 이 세상에 반짝! 하고 갑자기 나타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근데 외삼촌과 조카가 모두 왕궁에서 일을 하다니. 완전 엘리트 집안이네…. 우리 마을에서는 가족 중 한명만 구청에 들어가도 온
동네가 떠들썩한데… 왕궁이라니. 그것도 두 명씩이나!
근데 현자면 똑똑한 사람인건가? 아까 언니가 존댓말도 썼으니까 꽤 높은 사람이겠구나…. 언니가 아는 사람이면 마법사겠네. 오
~ 그럼 혹시 대 마법사? 그럼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구나! 우와~ 신기하다. 나이 지긋한 교수님이겠지? 살다
보니 이런 사람도 만나게 되는 구나~ 와~ 신나라~
문제. 위의 독백을 옳은 문장으로 고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누가 나 좀 구해줘……. 나…난 평범하게 살고 싶단 말이야!
비관적으로 흘러가는 마음을 다 잡으며 아즈반을 따라갔다. 마법사의 성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자 사람들도 적어졌다.
이윽고 한 문 앞에 섰다. 한 눈에 보기에도 크고 화려한 문. 카뷔 언니의 현관문 보다 더 치장이 많이 되어 있었다.
아즈반은 한걸음 앞으로 나가 노크했다.
“아즈반입니다. 베커양을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와라.”
그가 문을 밀자 커다란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틈으로 보이는 넓은 공간. 양 옆으로 늘어선 거대한 책장. 방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화려한 책상에 한 남자가 이쪽을 보며 앉아있었다. 잔뜩 긴장한 나를 향해 푸른 머리의 남자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또 뵙네요. 마닐드양.”
나는 그의 권유에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서 직접 차를 따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음. 드래곤님이 두 명이군.
근데 뭐라고 불러야 되지? 이름은 알지만 나 같은 후세의 한낱 인간이 부를 순 없잖아. 게다가 아즈반의 삼촌이니까 나이도 훨씬
많을 테고. 음…. 머리색을 보니 블루 드래곤인데. 그럼 파란 드래곤님, 까만 드래곤님이라고 부르면 될까? 아아아아악! 호칭 정리
가 전혀 안되잖아!
내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사이 그는 찻잔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로즈마리 허브티. 좋아하시죠?”
“네!”
연한 연두색의 차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향이 복잡한 내 머릿속을 정리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차를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로즈마리이다. 우리 집 뒷산에는 다양한 허브들이 많이 자라는데, 그 중 로즈마리가 절반 이상
을 차지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차로도 팔고 향기주머니나 빵에 넣어서 팔았다. 특히 로즈마리 허브 식빵은 좋은 향 덕분에 여자 손
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만든 지도 오래됐네. 한 달 동안 안 만들면 감 다 잃어버리는 거 아냐? 다시 저울 쓰는
건 싫은데.
“카신. 할 말이라도?”
카신?
내가 뒤를 돌아보자 아즈반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아즈반이 나간 후 그는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러곤 내 마음을 읽었는지 먼저 말을 꺼냈다.
“마닐드 베커양? 그냥 마닐드 양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죠? 앞으로 친해질 테니까.”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난…. 뭐 눈치 챈 것 같으니까. 그래도 정식으로 소개하자면 전 블루 드래곤입니다.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그냥 하프아센
이라고 부르면 되요.”
“네.”
그게 마음대로 됐으면 나도 좋겠습니다.
그 이후 그는 푸른 눈으로 말없이 날 쳐다봤다. 어색한 침묵 속에 나는 찻잔만 내려다봤다.
“당신이라면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도 될 것 같네요.”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져있었다.
“치유의 불꽃. 가지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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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는 이번주 금요일에 올릴 예정입니다!
그럼 여러분 씨유 레이러~~(콩글리쉬)
=====================================수정 완료. 이지만 고친게 없네요…
첫댓글 ㅋㅋㅋ>_<올만에 댓글 다는데 역시 잼써요 담편 빨리 나와랏!!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악!!2빠..흑...잼잇네요!!빨리 금여일이 오길 기달리며 바아이!(저 캐나다 삼.)
캐...캐나다! 영어...흑흑ㅜㅜ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