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사랑의 시간 / 임성구
풀잎처럼 순하디순한 긴 생머리 여자가
청사과 한 잎 베 물고 바람결에 흔들린다
만지면 시들 것만 같아 앙가슴만 부풀고
눈에서 눈빛으로 전송하는 이모티콘처럼
하늘거린 풀꽃 향기로 건너가 안고 싶다
눈물이 마를 때까지 통기타 노래 들려주며
슬픔이 천둥 같아 두려움에 떠는 날이면
더 세게 고함쳐서 당신으로 태어나리
별처럼 떠도는 시간 속에 피워 올린 연꽃처럼
자운영/ 임성구
친환경 녹비綠肥로 그대에게 가기 위해
오월이면 분홍 입술로 활짝 여는 교리입니다
세상에 거름 되라는 백비白碑 같은 비단 말씀
이미 떠나고 안 계신 야생의 들녘에서
찰진 밥 같은 자식은 정겹게 섬깁니다
단 한 번 해거리도 없이
꽃밥을 퍼 올립니다
당신의 아들과 손주, 증손주 고손주가
단번에 갈아엎어도 눈물 없는 축문입니다
대대로 이어 가는 말씀
경청하러 또 오겠습니다
세 시에 술을 깐다는 것/ 임성구
시 쓴다는 핑계로 죽을 짓을 하고 있다
한 병 두 병 세 병까지 건너가는 몽롱함이
깡으로
써 내려가는
이 정신없는
여행길
ㅡ 시집 『고함쳐서 당신으로 태어나리』 시작 2024
카페 게시글
시조 감상
맑은 사랑의 시간/ 자운영/ 세 시에 술을 깐다는 것/ 임성구
정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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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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