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꽃대는 더디 올라왔다 - 강수경
상사화 꽃대는 더디 올라왔다 하루에도 몇 통씩 불안을 안고 메시지가 왔다 입하 지나서는 댓바람에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이 아침을 흔들었고 오보로 끝났지만 우리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안전안내문자가 양치기 소년을 연상시켰다
대책 없고 책임 없는 난발은 폭우와 폭염이 예상될 때마다 무성했고 장마철 수많은 문자가 곳곳에서 공수표로 날아들었다 예방할 수 있었던 오송지하차도는 삽시간에 불어난 물로 침수되어 사지로 변했고 예천에서는 안전장비도 없이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해병대원이 주검으로 돌아왔다
상사화 꽃대는 더디 올라왔고 꽃이 피고 질 무렵 4만 명이 참석했다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대원들은 새만금에서 생존게임을 하다 태풍 카눈으로 탈출했고 상암 월드컵경기장 뽑혀 나간 잔디처럼 스카우트 정신은 훼손된 채 급조된 K팝 공연이 폐영식을 대체했다
2023년 여름, 꽃은 희망 없이 지고
ㅡ시집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문학의 전당, 2024) *************************************************************************************** 상사화는 잎이 먼저 세상 구경을 마쳐야 비로소 꽃대가 올라옵니다 꽃길만 걸으라는 기도가 영험한지 아닌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정권은 국리민복을 우선시하여 공약합니다만 천재지변이나 인재에 위해 좌초하고 페닉에 빠지게 되므로 야당이 기세를 올립니다 이번 정권은 유독 실패한 정책이 이어져서 허둥지둥 갈팡질팡입니다 야당의 주장대로 행정부의 무능력 때문만은 아닌 것이 국가주체는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상사화 꽃대는 푸른 잎이 시들고 난 뒤에야 솟구치고 길어야 한 보름 정도 아름답습니다 어제 재난문자가 알려준 지진 발생은 천재상황일 뿐이고, 유비무환만이 답입니다 여러 특검으로 책임자가 가려지고 탄핵된다고 해도 '희망'의 상사화는 필 것 같지 않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