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기억될 이름 제70회
이헌 조미경
우진의 회사는 경기도에서 실적을 쌓으며 회사는 승승 장구 하고 있었다. 처음 경기도 광주에 사업부지를 시찰하러 갔을 때 만 해도 그곳은 띄엄띄엄 공장들과, 빌라들이 동네를 형성하고 있었고, 야트막한 야산이 많았다. 그런 곳을 찾아 땅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지주들을 만나, 사업할 땅을 계약하는 것은 우진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는 책상에 앉아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기 전에 늘 본인이 직접 몇 번을 검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통장에는 현금 보유량이 많아지면서, 서울 한복판에 사옥을 지을 땅을 확보하면서, 메이저급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한 가지 철칙을 고집했다. 지방의 경우에는 분양이 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지만, 자금 회수 면에 있어서, 고착이 되면 다른 진행 하는 사업에도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회사는 무엇보다 고급 두뇌를 가진 인재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머리가 좋은 젊은 사원을 선발해서 일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즈음 우진의 관심은 호텔에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회사 창립 기념일을 호텔 연회장을 빌려할 때면, 비용과 연회에 참석하는 귀빈들의 명단을 일일이 체크를 하면서 자연스레 관광호텔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우진은 늘 새로운 사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자신이 배우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분야에는 철저하게 외면을 했다.
늘 밖에서 사업에만 몰두하다 보니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우진에게도, 올해 고3이 되는 아들의 진로 문제가 신
경을 자극했다.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늘 아내의 의견과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세상 물정에 어두운 철부지 아들의 생각을 듣고,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무슨 말을 할지 염두에 두어야 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고, 늘 일에 쫓겨 사는 자신의 뒷모습에 반성을 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이 있었지만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려고 할 때면, 언제나 일은 어디서 터지는지 알 수 없게 사건이 터진다.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 무엇이 잘 못 되면 회사의 이미지에 커다란 치명상을 입히는 일도 다반사로 터지기 때문에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국세청 세무조사로 회사는 술렁거리고 일이 되지 않았다. 회사 전체 직원 책상에 있는 컴퓨터 자료와 서류를 몽땅 세무조사원이 가지고 간 후 직원들은 망연자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추징금을 우진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연우의 친구들은 술자리에 나오면 자식 걱정에 한숨을 쉰다. 자신들도 겪었던 입시 스트레스를 자식들에게만은 대물림되는 것을 싫어했지만, 한국의 부모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연우는 동기 들 보다 결혼을 늦게 했기 때문에
대학입시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의 아들들은 모두 캐나다에 있는 누나의 도움으로 한 가지는 확실하게 다른 또래의 학생들보다는 앞서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내는 대학은 국내에 있는 대학에 입학시키고 싶어 했다. 그런 이유로 부쩍 부부간의 대화가 많아진 요즘이었다. 소주잔을 기울이던 친구들이 대학 입시를 앞둔 자식들 이야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때, 며칠 전 화상 전화를 하면서 방학에 다니러 온다는 소식에 금방이라도 만날 것 같은 예감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자신을 전혀 닮지 않은 성실한 면이 좋은 두 아들들이 방학에 다니러 오면 아내는 한국식으로 고급 과외를 시키느라 바쁘다. 그런 것을 모두 지켜보면서도, 왜 돈을 많이 들여서 고급 과외를 시키느냐 묻지 않은 연우는 오늘도 친구들의 취중진담에 혼자 슬며시 웃었다.
친구들은 외국어 특히 영어에 대한 갈망에 대해 앞다투어 이야기했다. 영어가 대학 입시에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고, 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는 토로를 했다. 그럴 때마다 연우는 혼자 큭큭 대며 웃었다. 아들의 영어를 위해, 필리핀 가사 도우미를 쓰는 동창생의 이야기를 들어도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사실에 괜히 우쭐하기도 했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첫댓글 수필인지,
연재 소설 같아서요..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
농사와 무관한 장년층들의 생활이지만.
읽어 갈수록 현 장년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것 같군요.
나의 자식들도 이미 십수년전에 겪었을 생활이
이랬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농촌에 사업투기
어찌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우진의 앞날을 약속하는 부동산 투기는
어찌 하면 부푼 꿈을 담아내는 것 같습니다
연재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 우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