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그라드부터 이스탄불까지의 거리 1,000km 중 가장 높은
지대에 올라왔다.
보통
낮기온이 35도를 가볍게 넘기 때문에 그늘이 보이면 쉬러 들어가게 된다.
이 지점이
최고의 고도 지점이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 우릴 기다린다.
내리막길이라
쉬운 길을 예상했는데..
누더기
도로가 다시 속도를 더디게 했다.
만약에 이번
유럽 여행 코스를 반대로 진행했었다면 불가리아의 느낌이 어땠을까..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이었을 테니,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호텔에서 불친절한 직원에게 커피 요금을 부당하게 청구 받아도 즐거웠을지
모른다.
그걸
생각한다면 여행을 하면서 불시에 생기는 불편함도, 또 그것을 가볍게 넘기는 여유도 모두 여행자의 몫인 것
같다.
사실 이
숙소는 많이 불편했다.
침대는 가운데가 내려앉아 있었고..
변기도 고장
나 있던 데다가, 체크인할 때 직원이 베리굿이라던 와이파이마저 거의 안 잡혔다.
서비스로 준
것 같았던 커피값을 달라고 했을 때만 해도 별로 개의치 않았는데 시설 상태를 속인건 좀 심했다.
숙박료도
비쌌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이 나중에 '편리함'과 '저렴함'을 만났을 때 그 기쁨을 더 높여 주는 과정이니 가급적 가볍게
넘겨야지..
이제 국경
도시까지 한 도시에서 하루씩만 쉬고 이동하기로 했다.
이정표에
처음으로 이스탄불이란 지명이 나왔다.
500km밖에 안 남았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실은 그
500km도 만만찮은 거리이긴 하다.
이젠 우린
진정한 라이더로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당일
목적지에 도착하면 대부분이 휴식과 영양 보충..
..그리고
이동이다.
불가리아
중부도시인 '플로브디프'를 지나고..
불볕더위를
지나..
'하스코보'란 도시에 들어왔다.
여기서도
하루만 쉬고 다시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기상청 공식
발표 낮기온이 38도이지만 아스팔트의 열기는 50도를 넘는 것 같다.
박대리의
눈빛에서 투지가 불타오른다..
그러나 이
때쯤부터 뚝심 있게 따라오던 박대리도 조금씩 뒤처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둔감한 편인 박대리가 힘들다고 하면 꽤 많이 힘든 것이다.
박대리를
격려해가며 불가리아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할 마을에 도착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국경 도시가 있었지만 그리 크지 않은데다가 바가지요금이 걱정되어서 조금 못 미친 곳의 한적한 마을로
들어왔다.
요 며칠의
강행군으로 이번엔 박대리가 더위를 먹었다.
이제
이스탄불까지의 거리가 안정권에 들어왔으니 여기서 며칠 좀 쉬기로 했다.
말 그대로
불볕더위다.
이 동네는
참 조용하다.
아이들도 안
보이고..
인적도 거의
없다.
창밖의
풍경도 조용하다.
물고기도
조용하고..
바베큐도..말이 없다..
(닭이
전부다)
우리도
조용히 쉬었다.
이 작은
마을에서 푹 쉬고 이제 터키로 떠나기 하루 전날..
몸 안에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저장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이 동네에
머무는 동안 우린 이곳 주민들에게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이
동네에 동양인이 방문한 건 우리가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릴 신기해하며 쳐다봤다.
우리가 많은
음식을 먹자 식당 주인이 그제야 경계의 시선을 거둬들인다.
자신들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한국이나 외국이나 비슷하다.
이제
불가리아를 떠나는 날이다.
국경도시인
안드레보에 들어왔다.
이 인상
좋은 상인은 우리를 보고 부르더니 수박 한 통을 준다.
자전거여행에서 오는 이런 기쁨 뒤엔..
언제나처럼
다가오는 숙명이 기다리고 있다.
텐트와
매트리스를 버리고 가벼워진 무게가 다시 채워졌다.
그러나 우린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좀 무겁지만
그 무게만큼 우리가 얻은 건 불가리아인의 따뜻한 마음이니 그 소중한 수박을 가방에 넣고 국경을
넘었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국경을 넘었다.
아직
이스탄불까지 270km 가 남았지만 기분이 최고다.
여기까지
무탈하게 잘 따라와 준 박대리에게도 새삼 고마웠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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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첫댓글 멋짐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여행이 되길 기원 합니다.
화이팅~♥~
감사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는 기분이란 과연 어떤걸까요???
겨울옷으로 시작된 사진이 잘 태닝된 팔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옷으로 바뀌는 동안의 패달질...
소중한 순간들을 많이 담으셨겠어요...
별탈없이 마지막 목적지가 가까워지니 안심이 되는 한편 이 재미난 여행기의 끝이 보일까 서운해져요 ^^
저도 행운의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감사합니다~
멋져요 두 분~아무나 할수없는 여행입니다.
자꾸 종착역이 가까와 오는듯하여 아쉬움이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