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의 한 주택단지.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인 그곳에 시간의 흔적이 밴 목조주택 한 채가 서 있다. 이곳에서 세 번째 여름을 나는 중인 네 식구의 집이다.
우리의 집을 짓기까지
“어릴 적 나무 그늘 아래서 잠을 청하고 집 안 곳곳에 나만의 은신처를 만들며 즐거워했던 집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그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아파트에 살면서도 늘 집을 짓고 싶었죠.”
집을 향한 점점 더 커지는 관심에 차재군, 임경미 씨 부부는 관련 책을 찾아보고 설계도도 그려가며 꿈으로만 여겼던 집을 어쩌면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블록형 단독주택 부지에 관한 광고를 접했다. 당시 주생활지와 가깝고 주변으로 학교와 공원 등 여러 부대시설이 들어서 있는, 가족이 생각했던 조건에 딱 맞는 곳이었다. 그렇게 바로 땅을 분양받고 매일 산책 삼아 집터를 둘러보는 것이 가족의 낙이 될 만큼 하루하루를 설렘으로 보냈다. 그늘이 지는 곳은 없는지, 계절마다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서두르지 않고 대지를 꼼꼼히 살폈다.
“첫 집이다 보니 생각이 많았어요. 그 결정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조차 어려웠으니까요. 단지 내, 먼저 집을 지은 이웃의 조언을 들으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갔죠.”
설계를 이미 끝낸 상태에서 집을 지어줄 시공자만큼은 직접 선택하고 싶었다는 부부. 수소문 끝에 뉴질랜드 목조주택 경력 25년의 이정형 마스터 빌더를 만났다. 설계에 관한 조언으로 시작된 첫 만남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고, ‘집짓기’라는 큰일을 이루기 위해 함께 손을 맞잡았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인천광역시 서구 대지면적 ▶ 291.8㎡(88.27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36.64㎡(41.33평) | 연면적 ▶ 206.41㎡(62.44평) 건폐율 ▶ 46.83% | 용적률 ▶ 70.74%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8.93m 구조 ▶ 기초 – PC블럭(크롤스페이스) / 지상 – 뉴질랜드 목구조 단열재 ▶ 벽산 미네랄울(루즈울) 120~150K 외부마감재 ▶세라믹사이딩(토레이), 컬러강판 창호재 ▶ PLY GEM 철물하드웨어 ▶ 심슨스트롱타이, 메가타이 에너지원 ▶ 도시가스, 태양광 조경 ▶ 성원조경 | 전기·기계 ▶ 미래전기 설비 ▶ 평화설비 | 토목·구조설계 ▶ 뉴질랜드 목조주택 시공 ▶ 건축주 직영 총공사비 ▶ 5억원(설계비, 인테리어, 조경, 외부 데크 포함) 설계 ▶ 홈플랜 / 뉴질랜드 목조주택 이정형 마스터빌더 010-8899-1222
POINT 1 - 수작업으로 채운 내부 시공뿐 아니라 마감, 인테리어까지 친환경을 염두에 두고 지은 집이다. 따라서 내부는 인공적인 마감재를 제외한 문틀, 방문, 아트월, 테이블, 조명, 선반, 하나하나의 소품까지도 수작업한 부분이 많다. 원목 그 자체의 느낌으로 따뜻한 집을 꾸미려 한 노력 덕분에 집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POINT 2 - 힐링의 공간, 포치 업체에서 받은 샘플 루버 하나하나까지 다 모양을 잡아가며 바닥부터 천장까지 원목으로 마감해 힘들게 완성한 공간이다. 지금은 폴딩도어를 활짝 열고 음악을 들으며 커피도 즐기는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고생한 만큼 가족에게는 아직까지도 많은 힐링이 되어 준다. POINT 3 - 열린 구조의 집 열린 설계와 구조로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의 대화가 많아졌다. 덕분에 아이들의 표정이 살아나고 밖에 나가기보다는 집 안에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두 아들의 침실은 되도록 작게 만들고, 공부와 컴퓨터 등은 오픈된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누어 구상했다.
주택에서 보낸 3년의 시간, 그 후일담
이 집의 시공 기간은 다른 집들보다 2배 가까이 걸렸다. 직영공사를 하며 수시로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고, 더 나은 방안을 찾으려 매일 밤늦도록 서로 토론하고 반영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본에 충실한 정통 주택 공법을 따르다 보니 나무 하나를 연결할 때도 틀어지지 않게 클램프로 고정하고 모든 연결 부위를 목공 풀로 접착하는 것은 물론, 블록 역시 못이 아닌 망치로 일일이 두들기며 끼워 넣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건축주를 위해 제대로 된 단열재를 찾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생활 속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3년을 지내고 있지만 겨울의 바람 한 치도, 한 방울의 결로도, 그 흔한 벌레 한 마리도 허락하지 않는 기밀함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완벽한 시공이 긴 기다림에 대한 보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웃음).”
튼튼하고 따뜻한 집을 위한 시공 포인트
대다수 사람들이 목조주택이 콘크리트주택에 비해 시공 기간이 짧다고 생각하며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뉴질랜드에서는 적어도 집 한 채에 8~10개월의 시공 기간을 둘 만큼 목조주택은 공정별 엄격한 관리가 필수이다. 각 블록과 못의 간격, 기밀성을 높이기 위한 시공법, 틀어지는 목조를 잡아주는 다양한 장치와 자재, 몇 겹에 걸친 단열 및 레인스크린 시공 등 공정상 많은 사람의 품을 필요로 한다. 특히 이 집은 무엇보다도 건강한 집을 우선으로 하였기 때문에 콘크리트 미장이 꼭 필요한 욕실을 제외하고는 건식 시공으로 이루어졌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벤자민무어 친환경 페인트 / 바닥 – 원목마루(떼카코리아) 욕실 및 주방 타일 ▶ 상아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이케아 조명 ▶ 제작 조명, 이케아 계단재·난간 ▶ 애쉬 집성목(물푸레 나무) 현관문·중문 ▶ 캡스톤 | 방문 ▶ 자작 원목 제작 붙박이장 ▶ 제작 | 데크재 ▶ 라치(낙엽송)
부부는 집을 짓기 전부터 무엇을 가장 중요시할지 생각하며 설계자에게 여러 차례 원하는 바를 언급했고, 이후 땅을 수십 번 둘러보며 필요한 사항들을 체크했다. 집 안 설계부터 마감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감리가 함께 이루어졌기에 불만 없는 지금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부부는 입을 모아 말한다.
“누구는 집짓기가 고생이었다고 하지만, 수고로운 노동과 밤늦게 벌어지는 열띤 토론도 즐거웠을 만큼 저희는 그 과정 모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집짓기를 통해 우리가 들인 많은 시간만큼 늘 도전하는 에너지를 주는 것이 집이라 여기면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어요.”
이사 후, 가족은 하나라는 의미의 단어 ‘그루’와 네 식구의 생일을 조합해 만든 ‘1763’을 더해 ‘GRU 1763’이라는 집의 이름도 지어주었다. 앞으로 식구가 늘면 이 숫자는 또다시 바뀌겠지만,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가족의 소중한 일상을 담아 내줄 것이다. 3년이 아닌 30년 그 너머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