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보여준 '언론노조가 지배하는 공영방송'의 몰골
양승동을 KBS사장 연임시키면서 공영방송을 외친다면 그것은 위선과 허위
언론노조원들은 양심이 있다면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이런 패악질이 몇 년이나 더 가겠는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와 그들이 지배하는 KBS 등 소위 공영방송의 요즘 행태는 몰상식을 넘어 거의 황당함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끝없는 얘깃거리와 웃음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요번 국회 국정감사에서의 이들의 행태를 한번 살펴보자.
먼저, KBS의 앙승동 사장. 청문회에서 만신창이가 됐는데도 정권은 임명을 강행했었다. 10월 19일의 KBS 국정감사는 청문회의 복사판이었다. ”세월호팔이“하던 사람이 막상 세월호 침몰 당일 노래방에 간 것이 확실함에도 끝까지 부인했고, 그 증거가 나왔는데도 계속 말 돌리기와 딴소리를 했던 장면의 데자뷰(deja vu)가 국감장에서 펼쳐졌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위원의 질문에 “거기서 법인카드가 사용된 것은 맞는데, 간 기억이 없다” “거기 참석자들이 내가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증언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뻔뻔한 횡설수설을 했다. 최 의원의 날카로운 추궁에 마지막에 가서야 “제가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시인했다. 그것도 명확한 답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런 양승동 사장이 KBS사장 연임에 도전하고 정권과 언론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데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대체 양심이 있는 집단들인가? 요번에도 양승동씨를 사장으로 선출한다면 이들은 물론 KBS 이사회(이사장 김상근)도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이들을 묶어서 “양승동아리”라는 신조어가 KBS내에 유행어가 된 것은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양승동을 연임시키면서 공정방송을 기대할 수 있는가.
두 번째, 부사장 정필모. 불법으로 부사장에 취임한 정필모 부사장이 “진실과미래위원회”라는 그 이름도 휘황찬란한 숙청위원회의 위원장이 돼서 무소불위의 활동을 하다가 직원들 이메일 불법사찰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마침 경찰은 10월 23일 이 건으로 정필모가 위원장으로 있는 진미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 언론노조원들이 저지하자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그냥 철수했다. 대명천지 법치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국정감사에서는 정필모 부사장에 대한 집중포화가 쏟아지는 데도 적절한 답변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대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외부에서의 허락받지 않은 행사 참여로 고액을 받아 징계절차 중이었고, 현직기자 신분일 때 업무시간인 주간 대학원에 다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것도 단기간에. 도저히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을 저질렀다. 이런 꼼수와 편법이 난무하고 철저한 학사관리가 안 되기에 많은 한국 대학들의 학위가 날림이고 엉터리라는 비판이 있는 것이다.
과거 KBS2노조(언론노조)와 청부언론들은 당시 길환영 사장이 팽목항에서 기념사진 찍었다고 길 사장을 격하게 비난하며 난리를 쳤다. 방송장악을 위해 야권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성재호 당시 위원장이 이끄는 2노조는 온갖 시비를 다 걸고 패악질을 해댔다. 정작 법인카드가 금지된 장소에서 쓴 사람은 단란주점에서 쓴 친(親)언론노조인 여권의 전영일 이사(전 KBS노조위원장) 혼자였는데도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는 양승동 사장은 물론 정필모 부사장에 대해 발광을 하고 비판을 했어야 한다. 언론노조의 기관지같은 청부언론·유사언론·사이비 언론도 마찬가지로 광분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반대로 이들은 한결같이 침묵을 지키거나 대놓고 양 사장, 정 부사장을 막아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내로남불”도 이 정도면 예술의 경지다.
이것은 위선과 허위의 극치이다. 자신들 행위의 최소한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의례적인 제스처도 없었다. 그러기에 그들은 벌거벗은 자기 이익을 위해 발악을 한 집단들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행동을 한 노조는 더 이상 노조로서 기능해서는 안 된다. 이런 짓을 한 소위 언론들은 자신들을 언론사나 언론인으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
MBC도 KBS 못지않은 추태를 보였다. KBS보다 빨리 장악되는 바람에 해직자들을 양산하고 직원들을 괴롭혀 회사를 떠나게 하는 야비한 방법이 동원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MBC를 관리 감독하는 김상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박대출 :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 언론은 죽은 언론이다. 독재자를 미화해서도 안된다.
김상균 : 동의합니다.
박: 남북대화는 긍정 보도도 좋고, 또 잘못된 부분도 있으면 냉정히 보도해야겠죠.
김: 동의합니다.
박: (중략)... 그런데 지금 최근에 MBC에서 남북관계나 남북대화 문제와 관련해서 혹시 그것을 비판하거나 냉정하게 보도한 사례가 있습니까?
김: 제가 그렇게 면밀히 보지 않았습니다.
박: 방문진 이사장도 안보니 시청률이 뭐가 오르겠습니까?
방문진 이사장도 제대로 MBC 뉴스를 안보니 현재 끝없이 추락 중인 MBC의 시청률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는 조소이기도 하고, 현재 MBC가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거의 안 한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질의/응답이기도 했다 이것은 물론 KBS 등 언론노조에 장악된 다른 모든 방송들에 공통된 사안이다. 참고로 여권 인사인 전임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조차 압력에 의해 이사장 직을 사임하면서 “방문진 이사의 인선은 실질적으로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주도했고 임명권자인 방통위는 요식행위만 했다”고 얘기하고 방문진 이사장도 청와대 낙점이라고 폭로했다. 그 후임에 “낙점”된 이사장이 바로 현 김상균 이사장이다. 이런 맥락을 보면 위 국감장에서의 질의응답이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다.
KBS와 MBC 등의 공영매체는 이제는 정권의 선전선동 방송매체로 전락했다. 가끔은 JTBC같은 종편들도 여기에 가세한다. 5공화국 전두환 정권 시절의 방송 양태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전두환 시절 하니 당시 MBC 소속 정동영 기자가 방송에서 전두환 대통령을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던 멘트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는 현재 민주당의 자매당 격인 평화당의 당 대표이다. 거기다가 요즘은 전에 없던 김정은과 역사상 최악의 전체주의 사이비 세습 종교집단인 북한체제 빨아주기까지 더해져서 두 눈 뜨고 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가끔은 북한의 조선중앙TV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북한 전체주의 체제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성의 마비 현상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러한 작태에 반발해서 여러 시민단체들이 10월 24일 KBS 본관 앞에 모여 “KBS의 거짓 왜곡 보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언론노조원들은 이런 엉터리 방송들 만들기 위해 그토록 난리를 쳤는지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말이다. 군중 속 혹은 집단 속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이성과 양심이 마비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게다가 본인들이 “정의”를 행한다는 최면에 걸려있으면 이런 집단적 양심 마비 현상은 증폭되고 파괴적으로 흐른다. 그 생생한 예를 우리는 표면적으로는 성재호가 위원장으로 완장질을 하고, 뒤로는 네 명의 숨은 실세가 이끌던 KBS언론노조의 행태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최근 KBS언론노조는 KBS공영노조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그동안 공영노조가 열악한 환경에서 언론노조와 권력의 전횡을 비판한 여러 성명서 들을 걸고넘어졌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필자는 최근 영등포 경찰서에서 또 연락을 받았다. 민노총 산하 KBS언론노조의 친위대 역할을 하고, 양승동 사장 지명자의 인수위원을 하시고, 화룡점정(畫龍點睛)으로 숙청위원회인 “진실과미래위원회”의 “무시무시한” 조사역을 하시는 이진성 기자가 여러 이유로 필자를 고소했다는 통보였다.
설명을 들으면서 필자는 폭소를 참지 못했다, 고소 내용 중 하나는 필자의 펜앤드마이크 칼럼 내용이 이진성 기자의 외모를 비하한 모욕이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여기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겠다. “크고 뚱뚱한 체구를 갖고 있고, 넓적하고 큰 얼굴에 대머리인 이 사람의 얼굴이 낯이 익은듯하고 준비단 구성원들 중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있을듯한 예감이 들어 핸드폰으로 그들의 사진을 찍었다. ...(중략)... 그런데 진짜 재밌는 해프닝은 바로 다음에 일어났다. 가져온 자료를 검토하던 나는 “악마를 보았다”라는 제목의 집단린치 상황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 대문 사진을 캡처한 프린트물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악마의 웃음을 지으며 필자를 린치하는 언론노조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이미 여러 번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그 사진 왼쪽의 가장 사악한 얼굴을 짓는 얼굴 넓적한 대머리 남자가 바로 이진성 기자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인상착의를 얘기한 것이다. 만약 필자가 그를 ”키가 작고 마르고 갸름한 얼굴에 숱이 많은 이 사람이 이진성 기자였다“라고 썼으면 허위사실이 됐을 것이다.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마구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언론노조의 행태를 보면 한때 KBS에서 인기가 있었던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들의 패악질이 도대체 몇 년이나 끈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짓들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일까. 요즘 공영방송은 권력을 비판하지 않고 독재자를 미화하는 죽은 언론에 불과하다.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명지대 교수, 전 KBS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