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소개 3부-- "형이나 누나라고 하면 안 돼."

[주원(周遠)]

                      (부친이 신학대학을 졸업하며. 아마도 50년대말)

                                                                  (신혼시절의 부모님)

                 (부친에겐 세째 딸내미며 나에겐 제일 큰 친누나와 함께)

    (부모님들 내 윗 두 누이와 함께 기념사진.  이때 아직 안동에 살고 있었고 난 아직 태어나지 않음) 

               (돌사진. 이때 무척 아파서 간신히 달래어 기념사진 찍었다 함)

         (나와 내 위의 누이 둘과 함께. 부친 목회지에서 찍었는데 아마 안동 (시) 풍양면 지역이었던 것 같다)

                         (난 어렸을때부터 자전거 타기를 무척 좋아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유치원을 졸업하며) 

         (귀엽고 예쁜 내 여동생이 모친과 함께 초등학교 입학 기념사진을 찍다)

                       (부모님과 2남5녀 총집합하여 대가족 가족기념사진을 찍다. 앞줄 오른쪽 끝이 필자이다)

                (모친과 누이들)

   (부친이 목회학 석사학위 수여식 마치고 사택에 돌아와 먼저 부임지에서 축하해주기 위해 서울까지 먼 길 올라온 원로 장로님과 함께 서재에서 기념사진 찍다)

     (유치원 교사들 학생들과 함께 해태제과를 방문한 부모님)

                                                           (신교회건물 건축 희망의 첫삽을 뜨다) 

                     (산업단지시찰 여행중에 우리 부모님이 들리신 곳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고택인지는 잘 모르겠음)

              (산업단지시찰 여행중.  장소가 어디인지는 불분명함)

서울서 유치원 시절인 ‘73년과 중3이였던 ‘83년까지 만 10년을 사는 동안에 나는  초등학교 시절 우리 부친께서 시무하시던 교회건물의 유리창이랑 유리창은 다 깨 부셔 버리고 군데군데 있던 교회 장독들도 다 박살을 내 버린 만천하의 개구장이였다. 당회실에서 회의를 소집해 중요한 사안을 논의중인데 서리집사가 우리 부친께 조용히 다가와 건네는 말을 상상해 보라; "저어 목사님. 지금 주원이가 밖에서 돌맹이 가지고 야구 한다고 애들 몇명 하고 놀다 그만 유리창을 하나 깼는데요.  좀 큽니다...그때 그 먼저번 유리창 갈아줬던 곳에 내일 연락해 수리하도록 할까요? " 당황한 우리 부친의 얼굴 표정이 머리속에 역력히 떠 오른다..

우리 부친 책서저에는 책들이 항상 넘쳐났는데 보통 성경이나 종교 특히 기독교와  관련된 책들이 태반이였다.  눈치를 이리저리 보다 부친서재에 몰래 들어가보면 어쩌다 한 번씩 내 관심을 끄는 비종교서적같은 책들이 눈에 들어오곤 했다.  마크 트왜인의 수필집이 그중에 하나이겠거니 하고 꺼내서 읽곤 했는데, “아담의 일기”, “이브의 일기”, “에녹의 일기” 등의 제목들이였다.  계속 읽어 내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 역시 성경주제로 이뤄진 수필집이였던 기억이다. 그런데 해학적이고  실린 내용이 무척 재치가 넘치고 재미 또한 있었다. 

가끔씩은 부친 서재 커피테이블 위에 한가히 놓여 있는 <한산이씨 대종보>도 볼 수 있었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전집도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두 금은보화같은 보물단지를 열어 보지 않고 그냥 껍데기만 보고 속은 그때 당시는 영영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책들만큼은 왠지 나에겐 접근하기 힘든 완전 딴세계, 별천지처럼 느겨졌었다.

난 천방지축 개구장이였던 반면에 또 한편으론  집에 있던  내 책들이 모자라 동네 친구집들에 있는 책들이란 책들은 다 빌려서 읽은 문학적인 면도 있었는데, 나중엔 이를 보다 못한 부친께서 용돈을 주면 그 길로 책방에 쪼르로 바로 달려가 벼르고 벼르던 책을 구해 2-3일만에 완독을 해 버리는 책벌레이기도 하였다. 

내 책을 갖는 다는 것은 당시에 나에게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었다. 나를 부자로 만드는 것이 바로 책이였다.  맘이 살찌고 왠지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 책을 사서 읽는 순간 만큼은 부친이 소장한 제목도 생소하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기독교 서적/)책들이 아닌 바로 내가  쉽게 이해하고 동경하며 내 관심이 온통 끌리는 나의 책이 되는 - 나의 모든 내면의 깊숙한 것들조차도  이해해주는  그런 반가운 막역지우를 오랜 헤어짐끝에 드뎌 만나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격적인 순간이였다.  

              (이 누님은 이젠 할머니가 되어 있고 미국의 서부지역에서 살고 있다)

2남5녀중의 둘째며 제일 큰 누이 한 명이 여섯째며 차남이였던 나에게 당시에 사랑스레 붙여 분 별명이 “애늙은이” 였었다.  아마 초등학교 5학년때 첨 이 별명을 얻은 기억이다.  나는 그 누나 방에 몰래 들어가 헤르만 헤세가 집필한 책들도 몰래 읽었고, 누나가 아끼던 세계명가요들을 담은 엘피판들을 몰래 전축에 올려 칙칙~하며 판을 긁어데는 전축 바늘 돌아가는 소리를,  고요히 울려 퍼지는 낯설은 선율의 외국음악과 함께 들으며  멍하니 딴 세계를 동경하고 한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였었다.

(우리 부친은 젊은 나이에 어린 3남매를 안고 상처를 했는데, 나중에 처녀이고 미인이셨던 우리 모친에게 새장가 드셔서 밑으로 나와 누이 셋을 두셨다)

한참 장난치고 놀 초등학교 시절이였는데,  학교 수업 파하고 집에 와 숙제 마치면 난 쏜살같이 밖에 나가 동네 형들하고 같이 잘 어울려 놀았던 세상걱정 아무것도 없던 그 천지난만한 시절이였다.   

이 시기에 너무 노는데 정신이 빠져 가끔은 저녁시간을 못맞춰 집에 못들어가는 때가 좀 있었다.  그럼 꼭  누나 한 명이 나를 찾으로 동네방네 다니며, “주원아! 주원아! 그만 놀고 저녁 먹으러 와야지!! “ 하고 새끼잃은 어미 사자처럼 막 온 사방을 울부 짖으며 찾아 다녔었다.

당시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때였던 것 같다. 나의 장난기가 최고조에 이르른 한참 철부지 그 시절그때에 그렇게  늦게까지 놀다가 누나손에 이끌려 저녁먹으로 집에 반강제적으로 들어간 한 날이 있었다. 저녁상에서 한참 식사를 하시던 부친이 나를 보시곤 이내 왜 이렇게 또 늦게 집에 들어왔느냐고  조용한 어조로 물으셨다.  난 아무 생각없이 또렷한 말투로, “아무개 형,  또 아무개 형, 아무개 누나하고 같이 노느라 그랬죠 뭐 아부지.” 라고 말씀드렸다. 이 말을 들으신 우리 부친께선 잠시 생각하시더니 곧 있어  약간은 흥분한 어조로 나에게,  “아무나 보고 형이라 그러고 아무나  보고 누나라 부르는게 아니야. 앞으론 걔네들보고 형이나 누나라고 부르지 말거라. 일가친척한테만 형이나 누나라 그러는 법이지…그리고 앞으론 두 번 다시 이렇게 밖에 나가 늦게 놀다 들어 오지 말거라. 명심해.” 라고 말씀하셨다.

난 당시에 우리 부친의 말뜻을 잘 이해 못하였었다.  왜 그들을 형이라 부르면 안되고 누나라 부르면 안 된다는 말인가. 열살배기 내 짧은 머리로는 도저히 풀려지지 않는 수수께끼였었다. 

단지 워낙에 우리 부친을 하늘처럼 무서워했던 어린 시절 나였기에 그 이후론 절대 밖에 나가 동네 “형”들이나 “누나”들하고 늦게까지 논 일이 없었다는것이다. 사실은 나의 진정한 독서세계가 펼쳐진 것도 이 에피소드 직후였는데, 난 밖에 나가 동네 개구장이들하고 만화읽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등으로 오후시간을 소요하는 대신에 집에 틀어박혀 세계명작책들을 하나 둘씩 내 친구로 삼아 그녀를 점점 내 것으로 만들며 차츰 섭렵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부친의 가치관도 그 이후로 변하였을지도 모른다.  실은 자세하게  이런 저런 얘기들을 그후로 수십년 동안 나누지 않았었다.

(한결 더 의젓해진 초등학교 5학년때의 모습)

초등학교 5학년 넘어서쯤부터 철 좀 들어 한산이씨에 대해 부친께 어쩌다 질문을 하면 당신도  자세힌 잘 모르는 눈치였었다. 단지 큰 아들 집안 혹은 큰 댁 (문양공파),  안동 소호리파 (안동 소호문중),  소호리파 중에서도 소산파 (사실은 대산파)이고 우린 학자 집안이며,  한산이씨가 귀해서 일가를 만나기 어렵다고만 짧게 말씀을 해 주시곤 하셨다.  어쩌다 가물에 콩나듯 한산이씨를 만나면 한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조차 우리 부친은 무척 반가워하셨고,  한산이씨 같은 분만 밖에서 만나고 오셔도, “...오늘 사람 한 명을 만났는데 꼭 한산이씨 같긴 했는데 자세하겐 안 물어봤다....” 하시며 흥분이 아직 덜 가라 앉지 않은 말투로 말씀해 주시곤 하셨다.   

지금 우리 부친이 나에게  초등학교 3학년 그때 하신 말씀에 의미를 부여하라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랑스런 내 아들 주원아. 넌 걔네들보다 그래도 더 유익하게 할 일이 있지 않니. 내가 보기에 넌 걔네들 보다는 영민하니 제발 정신차리고 이제는 니 이름값을 하거라.” 지금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살아왔던 지난 생애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또 한편으론 내 자신이 현재 진정으로 봉건주의 사상에서 완전 해방된 21세기 글로벌시대의 현대인인가 아님 아직도 18세기의 옛관습에 얽매여 사는 고리타분한 조선인인가 하는 자문도 가져본다. 

(참고로 내가 태어나자 우리 부친께선 대구의 유명한 한 작명소에 손수 나가셔서 “두루 주”자를 받아 오셨단다.)

안으론 부모의 기대와 사랑속, 밖으론 학교 선생님들의 관심과 배려안에서  다복한 유년기를 보낸 나는 사랑하고 존경하던 우리 부친과 생이별을 하게 되는데 이때가 ‘81년 가을무렵이다. 우리 부친과 재결합한 '83년 5월까지의 1년 반되는 기간동안 미국에서 홀로 생활하는 우리 부친은 부친데로,  한국에서 남편과 잠시 헤어진 모친과 아버지를 잠시 잃은 나와 형제들은 우리들데로  각각 불편하고 불안한 생활을 감수하며 보단 나은 미래를 기약하고 기다려야만 했었다. 

그 이전에도 외국으로 이민을 갈 기회는 있었지만 자녀들이, 특히 내가 좀 더 성장하기를 우리 부모님께서는 기다리셨다  하셨는데 그러다 마침내 절호의 기회가 오게된다. 

그러나 처음엔 미국에 주저 앉아 영주할 계획은 아니셨다.  그때 '81년 10월말경에 미국 엘에이의 UCLA 대학교에서 열렸던 모 세미나 참석차 미국으로 떠나셨던 부친은 그 자유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UCLA 캠퍼스에 반하셨단다.  당시 서울에서도 귀하던 바나나 맛도 얼마나 좋았던지 엘에이 호텔에서 하룻밤에 무려 바나나를 스무개 가까이 까 드셔서 이틑날 배설사로 좀 고생하셨었다는 기억이다. 그리고 우리 부친은 결정하셨다, “우리 애들도 이렇게 넓고 자유스럽고 풍요로운 곳에 데리고 와서 교육시켜야 겠다,” 라고.  자식들에게 단지 더 넓은 세계, 더 좋은 환경, 더 나은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부성애 하나 그 일념으로  우리 부친은 일가친척 한 명 없는 미국에 무작정 불법체류자로 남기로 결정하셨다. 근데 이게 왠 일, 서울에서 오랜 세월동안 우리 부친을 도와 목회일을 돕던 전도사님 한 분이 미리 미국에 이민와 계셨는데 수소문 해보니 캘러포니아 인근 와싱톤 주에 사신다는 것이다.  드뎌 그 전도사님과 우리 부친과 연락이 닿게 되었다.  

[향산,이완복]

다큐멘타리,,, 연재작입니다,,,,
후편이 궁금해집니다^^,,ㅎ

[주원(周遠)]

자꾸 소설쪽으로 흐르는 느낌인데요 이거. 소설 한 편을 쓰고 싶네요 다큐멘타리보단. ^^ 얘길 자꾸 지어내면 안되는데 상황에 이끌려서...앞으론 사실만을 쓰도록 노력하겠나이다. 꾸벅~~어제 밤늦게 글올리느라 사진들 몇개가 빠졌는데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진원]

주원씨의 자서전이군요.

[주원(周遠)]

맞아요~ 제 자서전입니다. 제 책 좀 하나 출판해 주십쇼~ 절대 아니고요, 저희 가족사입니다, 한산이씨 가족얘기요. 지루하시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나이다. 꾸벅~~

[정암,이세복]

81년 가을에 부친과 생이별,,,? 이 대목이 잘 이해가 않되네,,그때 아버지 따라 미국은 같이 갔지,,

[주원(周遠)]

부친께서 '81년 가을에 미국 입국이셨고요, 모친을 비롯한 저희 6남매 (누님 한 분은 대구에 남았음)는 1년 6개월후인 '83년 봄에 미국에 입국하여 부친과 극적인 상봉을 하였습니다. 이 글을 편집을 한 번 해야됩니다. 그 글맥락상 약간 애매하고 전체적으로 한 번 흝어보며 오타도 고치고 해야되죠. ^^

[도희(구)]

출근관계로 요건 다음에 봐야겠어요.^^

[은곡 효원]

가슴이 뭉클합니다. 그 후 소식이 궁금합2니다. 충주 孝遠

[주원(周遠)]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몇군데 도사리고 있으니 쬐깐 기대해도 좋습니다요~~ ^^

[선공]

주원씨! 이거 기까운 친척 만나게 되었네. 나도 고향이 안동이고 해산공파 후손으로 소산파에 속한다오. 혹시 해산공파 족보가 있으면 이박규를 찾아 보세요. 제 가친입니다. 반갑소.

[주원(周遠)]

정말요? 우와~~ 여기에 어쩌다가 들리는 안동 후손 대원님이라고 있어요. 대원씨가 수은공파 후손은 지금 천여명정도가 될까 한다 그러더라구요. 정말 많지 않은 우리 수은공파 후손들인데 이렇게 알게되서 너무 반갑습니다~~ 앞으로 저를 잘 좀 가르쳐 주시고 이끌어 주십시요. 외국에서 넘 오래 살아서 배울게 너무너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말씀들을 카페에 올려주셔 분위기 업되게 해주시고요...^^

[선공]

지금 70대 이상이면 이박규씨를 기억하는 분들이 더러 있을 거예요 . 대산서원 원장을 역임 하기도 했고. 소호리 출신으로 진주시장도 지낸 분 이라 당시 일직 면 소호리에서는 꽤 알 려진 분이람니다.

[주원(周遠)]

대단하십니다!! 역시 부전자전이라고 훌륭한 아버님에 훌륭한 아드님이시로군요.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아는 안동후손들은 어디를 가서 뭘 하든 그래도 한 자리씩은 다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해산공-수은공으로 내려오는 은덕이겠죠...아쉽게 제 선친이 안계셔서 물어볼 수도 없고 서울의 숙부님은 혹 아실지도 모르나 연락이 잘 안되고...할배와 이제 눈 텃으니 저를 손주처럼 여기시고 마니마니 가르쳐 주세요~~

[정암,이세복]

이정도 가족 소개를 했으니,,주원씨에 대한 궁금증은 다 풀렸습니다. 이 사이버 공간의 위력이 대단하지요..
가까운 일가도 찾고, 세계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흐믓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