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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을 마치고 | | | ♤ 고강사랑방 |
2008.11.16 23:33 |
감사합니다.
이 날, 백조가 화려한 유영을 위해 수면 아래서 쉴새없이 발놀림을 하듯, ‘허생전’, 그 명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들 출연자는 무대 뒤 비좁은 골방에서 처절하게 시간과 싸웠습니다. 아마추어들의 첫 무대란 한계야 있겠지만, 그래도 두 달여 우리가 쏟은 눈물겨운 열정을 흠집없이 무대로 옮겨야 한다는 비장함이 분장실에 가득했고, 우린 숨을 죽였었지요.
이제,우릴 그렇게 긴장으로 몰았던 시간들은 흘러 갔고, 대단원의 막은 내렸습니다.
최연식 회장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습니까? 연습이 지지부진할 때면 우리가 처음부터 말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지요. 개인사정들로 이탈자가 나오고, 주요 배역인 맥결 선배의 부친 위독, 제작진행의 중심에 있어야 할 동기 황대순이 쓰러지고, 큰 힘이 될 안영훈 선배의 부상 등 악재의 연속이었습니다. 놀랍게 극복하시고 고강 25년사에 빛나는 금자탑을 세우셨습니다. 위로와 축하를 드립니다.
이번 공연의 성공은 우리들 모두가 함께 일궈낸 쾌거입니다. 특히 일인다역을 맡았던 후배들의 눈물겨운 연습과 놀라운 집중은 감동이었습니다. 두고두고 잊지 못할 애틋한 추억으로 자리합니다. 어느 날, 문득문득 모두가 무척 보고 싶고 그리울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출연자 모두님, 스탭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일상으로 가셔서도 이 같이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건강으로 행복하십시오!!!
공연이 끝난 후 많은 참관자들이 한결 같이 음향시설이 노래가사를 잡아주지 못한 아쉬움을 전해 왔다. ‘부부’, ‘허생 부인’ 등 안무없이 한 것은 괜찮았으나 대부분의 가사는 전달 되질 못했다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이 기막히게 멋진 가사들을 전달 함으로써, 작품의 이해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서툰 타자 솜씨로 아래를 친다. 다시 한번 작사자 신광철 동기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 장면 1
허생의 책 읽는 소리에 오버랩 되어 허생댁의 애절한 노래와 처절한 절규에 가슴이 뭉클하다. 조명이 켜지고 변씨네의 마루, 음악과 함께 한 현란한 율동에 객석이 환호한다. 그 노랫말은 이러하다.
“이쁜 여자들 곰보되거라 그래야 분을 팔고
돈 많은 사람 감기 걸려라 그래야 약을 팔지
욕심 많은 사람 종기 생겨라 그래야 고약 팔고
힘 쓰는 놈들 허리 뼈라 그래야 등쳐 먹지
공짜로 부자된 놈들 모두 사기나 당해라
아~ 그래야 나도 돈을 벌지
그래야 돈을 벌지 그래야 돈을 벌지
많고 많은 사람들 울고 웃는 사람들
배고픈 사람들 욕심 많은 사람들“
위를 한 번 더 반복한다.
* 7기 안면희, 16기 윤제창, 20기 김진섭, 21기 허문정 정재원, 23기 최미호, 24기 이양수 남희숙이 출연했다.
# 장면 2
안성읍내 장터다. 연암의 사상이 가장 잘 배여 있다. 허생이 팔도 과일을 시셋 말로 싹쓸이를 하는데, 억쇠와 상인들의 흥정이 압권이다.
소박한 상인들이 허생에게 말려든 노랫말은 이러하다.
“조선과일은 내게로 몽땅 가져와 보소
내가 조선과일을 몽땅 사버리겠소
우리과일을 사시오 제일 맛 좋은 과일
조선팔도 어디에도 이런 과일은 없소
갑 만 잘 쳐준다면은 몽땅 팔아버리지
과일 파시오 과일을 몽땅 파시오 과일을
값은 달라는 데로 모두 잘 쳐드리다
과일을 쉽게 팔려 거든 빨리 이리 오소
강선달네 집앞으로 몽땅 가지고 오시오
강선달네 집앞으로 몽땅 가지고 오시오“
* 16기 윤제창, 20기 오송례 김진섭, 21기 허문정 정재원, 24기 이양수, 25기 박지원 이선자 정혜정 황금재가 출연했다.
# 장면 3
문중제사 날이다. 허생의 매점매석으로 제삿상에 과일을 올리지 못해 문중이 발칵 뒤집힌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꼬장꼬장한 문장 땜에 자손들만 애꿎다. 문중들의 하소연이 실린 노랫말은 이러하다.
“하늘아래 나무있고 나무마다 과일인데
감은 어디 사라졌나 어디로
하늘아래 나무 있고 나무마다 과일인데
배는 어디 사라졌나 어디로
대추는 어디가고 밤은 어디로 갔나
어디로 살아졌나
이 하늘 아래 있던 대추 밤은 어디로 어디로 도망갔나
아~ 아 하늘 아래 있던 대추 밤이 날개 달려 날아갔나
두 발 달렸거든 대추 밤님 돌아오소서 오소서
조상 무서우면 감님 배님 돌아오소서 오소서“
* 20기 이우길 김진섭, 21기 허문정 23기 최미호, 24기 남희숙이 출연했다.
# 장면 4
과일 매점매석으로 돈을 왕창 모은 허생이 다음 표적으로 제주도의 말총을 찍었고, 적중하여 엄청난 재화를 모았다. 연암의 양반들에 대한 해학이 묻어 난 노랫말은 이러하다.
“사람 낳으면 한양으로 보내야지 사람되고
말을 낳으면 재주도로 보내야지 말이 되지
푸른바람 푸른초원 말 달리던 힘찬 말총으로
양반님네 갓을 만든다네 양반님네
어쩌면 좋을까 제주도 어디에도 말총이 사라졌네
허생이 다 사두었네“
윌 한번 더 반복한다.
* 16기 윤제창, 23기 이양수가 출연했다.
# 장면 5
변산 도적 소굴이다. 허생이 돈을 실어 포구로 오게하고, 도적소굴로 찾아가 두목을 만난다. 소굴이 발칵 뒤집힌다. 도적들을 설득하여 이상국을 건설하려 한다. 여기서 양반들의 부패로 빚어진 밑바닥 인생 도적때들의 절규를 들어보자.
“내 청춘 다 바쳐서 사랑도 하고
내 청춘 다 바쳐서 일을 해서
사나이답게 살고 싶었다
대장부처럼 살고 싶었다
세상은 내 앞길을 막아서더니
양반네들 내 앞길을 막아 서서
착한 나는 어찌 살란 말이냐
어진 난 어찌 살란 말인가
-착한 나는 어찌 살란 말이냐
어진 난 어찌 살란 말이냐
굶어 죽지 않으려 도둑질 했다
살아 남으려 강도짓 했다
내 인생길에 내 죄도 크지만
이 세상 양반님네 탐욕이 나를 내몰았다
나를 도적의 길로 내몰았다-
좋은 세상 오면은 나도 책보고
좋은 세상 오면은 쟁기 들고
여우같은 마누라 얻어서
토끼같은 자식들과 살고파
평범한 삶을 살고파“
* 19기 이영희, 20기 오송례, 21기 허문정 정재원, 23기 최미호, 25기 박지영 이선자 정혜정 황금재가 출연했다.
# 장면 6
선량해진 도적때들이 열심히 일하여 이상국을 이룬다. 노랫말로 살펴보면,
“일을 하세 일을 하세 밭을 가세 밭을 가세
씨뿌리고 김을 메세 풍년일세 풍년
풍년가에 쌀밥이요 풍년가에 고기일세 풍년이요
먹고 놀고 놀고 먹고 오~ 살고지고
배부르니 눕고 싶고 누워보니 자고싶네
지루하다 놀고 먹고 놀고 먹고 살기만 하니
지루하다 지루해 놀고 먹고 놀고 먹고 놀고오
사람살아 다 사니 너무나도 지루해“
허생이 이상국을 이룬 감회에 젖고, 그들 도적들의 희망과 행복이 노랫말에 실린다.
“천국이 꿈인 줄 알았더니 바로 여기가 천국일세
천국이 꿈인 줄 알았더니 바로 여기가 천국일세
욕심하나 버리고 밭을 가니 이랑마다 새싹이 돋네
한숨하나 버리고 손잡으니 마음마다 사랑일세
어화둥 두둥 애초부터 나는 도적이 아니라오
어화둥 두둥 살다보니 내가 도적이 돼 있었소
어화둥 두둥 씨뿌리고
어화둥 두둥 밭을 갈아
어화둥 두둥 남들처럼 살아보세 행복하게
어화둥 두둥 남드처럼 살아보세 행복하게“
이어 허생이 보람과 회의를 느끼며, 나라의 경제규모를 한탄하고 섬을 떠난다. 애잔한 음악이 흐른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나고
오고가는 사람들아 가고오는 사람들아
힘이들 때 등 내주고 배고플 때 쌀 내주고
허전할 때 가슴 내주던 그대들과 이별이네
그대들과 헤어지면 서산에 달 안 뜰지
그대들과 헤어지면 동산에 해 안 뜰지
그대들 잘 계시게 그대들 잘 계시게
그대들 잘 계시게 그대들 잘 계시게
그대들 잘 계시게 그대들 잘 계시게
그대들 잘 계시게 그대들 잘 계시게
그래도 잘 살게나 산 만큼 깊은 것이
그런게 우리네 인생 인생이라 하네
그래도 잘 살게나 산 만큼 아름다워 지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 하네 인생이라 하네“
* 16기 윤제창, 19기 이영희, 20기 오송례, 21기 허문정 정재원, 23기 최미호 25기 박지영 이선자 정헤정 황금재가 출연했다.
# 장면 7
허생이 육지로 나가 변씨네서 빈 돈을 열갑절로 갚고, 여기서 이완대장을 만나게 된다. 둘의 기싸움이 흥미롭다. 우리는 여기에 연암의 북학사상이 묻어 있음을 쉽게 발견 한다.
* 7기 안면희, 16기 윤제창, 24기 이양수가 출연했다.
# 장면 8
허생이 아내와 해후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난다. 모든 출연자들이 나와 이별을 함께 한다. 무대 중앙에 선 허생댁이 머금은 눈물이 조명에 영롱한 채 금방이라도 쏟을 것 같다. 우리들 출연자 모두는 그 눈물의 또 다른 의미를 안다. 두 달여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이 주마등 같이 흘렀으리라!!!
대미를 장식한 커튼 콜의 노랫말은 이러하다.
“산은 온 몸으로 일어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강은 물처럼 흐르면서 세상을 흘러가네
사람은 사람다이 살어리란다
사람은 사람다이 살어리란다
오늘은 의연한 산을 닮고 내일은 강을 닮아
산처럼 강물처럼 흐르며 도도히 살아가다
오늘은 산을 닮고 내일은 강을
오늘은 산을 닮고 내일은 강을
한 세상 살아보니 이제야 세상을 알게 됬네
길을 잃어보니 모두가 길이란 걸 알겠네
사는 거 힘이들지 그럼 그렇지
사는 거 외롭지 그럼 그렇지
사느 건 꿈이라네 그럼 그렇지
사는 게 꿈이라네 그럼 그렇지“
[출처] '허생전'을 마치고 (고전강독회) |작성자 이우길
첫댓글 출연진 여러분들 수고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