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교육의 궤변과 거짓

[악어]

다음 글은 전국 한글전용 실천 추진회에서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나타난 궤변과 거짓을 밝힙니다.'라는 글입니다. 궤변과 거짓을 밝혀 아직도 한자 타령으로 겨레 문화의 발전을 방해하거나 붙잡아 매려는 음모를 막아야 하겠습니다.

1. 한국어의 특수성 문제

1.1. "우리말의 구조가 중국이나 미국과 달라서, 표의문자와 표음문자를 병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한글과 더불어 한자를 교육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하여：―

세종 대왕께서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우리말이 중국말과 달라서 중국 글자로써는 우리말을 적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 글자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말의 구조는 표음문자를 쓰도록 되어 있음을 말한 것입니다. 세종 대왕께서 우리말의 고유한 특성을 연구하여 우리말의 음소 단위와 꼭 일치되게 만들어 낸 것이 훈민정음 곧 한글이며, 한글이 우리말을 적는 데에 가장 적합한 글자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자의 본질적인 기능이 말을 대신하여 의사 전달을 하는 것이므로, 간단하고도 쉽게,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음성언어를 적을 수 있다면, 글자로서의 임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말의 구조가 어떻기에 한글·한자를 병용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1.2. "세종 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은 한자 사용을 전제한 상태에서 그 장단점을 보완하여 문자 생활을 하도록 하는 데에 근본 목적이 있었다."고 한 데 대하여：―

이와 같은 글귀는 훈민정음 서문 가운데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으며, 바로 이 같은 생각, '한자-한문으로 문자 생활을 하되, 한글은 그 보조 글자(토씨 등을 적기 위한)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의식 때문에, 우리는 보석처럼 빛나는 글자를 발명해 놓고도 550년 동안이나 잠결에 빠져 있어야 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사대 사상과 자기 비하의 정신이야말로 세종 대왕의 자주·민주 정신을 올바로 살려내지 못하고 나라를 오랫 동안 외세에 짓눌려 오게 만든 근본 까닭이었던 것입니다. 이 치욕적인 유산을 다음 세대에게까지 물려주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한글만 써도 조금도 불편함이 없는 점을 보더라도 그들의 주장이 거짓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자 사용을 전제로 했다니, 이 무슨 잠꼬대입니까?

1.3. "한글과 한자의 장점만을 취하여 잘 활용하면, 세계에서 문자 여건의 최고 이상국이 될 수 있다."고 한 데 대하여：―

한글의 뛰어난 가치와 문자로서의 기능은 이미 전세계 언어학자들이 '가장 우수한 글자'로 공인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적 글자인 한자는 종주국인 중국에서조차 버림받고, 대신 간소한 글자로 바뀌어 가고 있는 낡은 유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 나라에서도 버림받은 글자를 주워다 써야 우리 나라가 '최고 이상국'이 된다는 말입니까? 이것은 지성인의 말이라고는 볼 수 없는 지나친 억설입니다.

1.4. "학술 용어나 전문 용어가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한글로 적으면 올바른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하여：―

아직까지 한자 투성이로 적힌 전문 서적이나 학술 서적이 있다면 이는 일본 서적을 직역하고서도 마치 자기 저서인 양 하는 이들의 죄과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필요에 의해 한자를 따로 공부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를 구실로 온 국민에게 한자 익히기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말로써도 얼마든지 학술 용어를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지금 배출되고 있는 젊은 학자들은 대개 한글로 학술 논문을 쓰고 있으며, 이를 아무런 불편 없이 읽을 수 있음이 실증된 지 오래입니다.

그들은 또한, 한자어를 한글로 적으면 올바른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쓴 문장인 "科學的 실험 분석 결과에 의하면 表意文字는 頭腦의 發達을 촉진하므로 어려서부터 교육할수록 우수한 頭腦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를 예로 들어 보더라도, '과학적, 표의문자, 두뇌, 발달'은 한자로 적고, '실험, 분석, 결과, 촉진, 교육, 우수, 개발'은 한글로 적어 놓았습니다. '과학적, 두뇌, 발달' 들은 한자로 적어야 뜻이 통하고, '분석, 촉진, 개발'은 한글로 써도 뜻이 통한다는 것입니까? 혹시 그들이 주장하는 2천여 자의 상용 한자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상용 한자 밖의 글자는 모두 한글로 써도 뜻이 통한다는 말입니까? 우리말에서 사용 빈도가 잦은 글자를 상용 한자로 정해 놓았으므로 상용 한자어야말로 한글로 써도 뜻이 통할 것이며, 상용 한자 밖의 글자가 오히려 한자로 적혀야 할 것이 아닙니까? 한자를 한글로 적으면 뜻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상용 한자만이라도 한자로 쓰자는 그들의 주장에는, 이처럼 크나큰 모순이 들어 있습니다.

1.5. "우리말의 어휘는 70% 이상이 한자 어휘로 되어 있고, 동음 이의어가 많아서 한자로 쓰지 않으면 도저히 의미 구별을 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하여：―

동음 이의어는 어느 나라, 어느 시기의 말에서나 있는 일이며, 문맥이나 말이 쓰이는 상황에 의해서 뜻이 분별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말에는 쓸데없는 한자말이 많아서 그로 말미암아 동음 이의어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2. 전통 문화 계승 발전 문제

2.1. "전통 문화 유산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한자를 써야 한다."고 한 데 대하여：―

한문으로 씌어진 옛날 기록들은 한문을 전공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번역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며, 일반 국민들은 번역을 통해 그 내용을 알면 족합니다. 전통 문화의 섭취가 반드시 한문 원전에 의해야만 한다면, 우리 교육은 과거 '서당'식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 아닙니까? 한글 전용 정책을 펴 온 50년 동안 우리 문화가 눈부시게 발전한 사실만 보아도 그들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거짓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2.2. "한자도 우리 조상이 만들었다."고 한 데 대하여：―

한자에 대한 맹신이 지나쳐 내 것과 남의 것까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이성이 마비된 느낌이 듭니다. 한자가 우리 글자가 아니라는 것은 훈민정음 머리말에서도 밝혀 놓았습니다. 한자는 본시 우리 글이 없었던 신라 시대부터 빌어 썼던 중국 글자입니다. 세종 임금이 우리말을 적기 위해 창제한 우리 글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한자는 중국말을 적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만일 이 글자를 우리 조상이 만들었다면, 그러면 우리 조상은 중국말을 쓰고 있었다는 것입니까?

2.3. "인격 함양과 인성 교육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서예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 데 대하여：―

서예는 반드시 한자 붓글씨로만 발전된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우리 것은 안중에도 없는 자기 비하의 결과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궁서체로 계승된 아름다운 한글 붓글씨가 요즘 더욱 다양하게 폭을 넓혀 깊은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자 붓글씨든 한글 붓글씨든 서예는 예술의 한 분야인데 이를 한자 교육의 필요성으로 몰고가는 것은 억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3. 교육적 효과 문제

3.1. "한자는 두뇌의 발달을 촉진하므로 어려서부터 교육할수록 우수한 두뇌 개발을 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하여：―

이야말로 터무니없는 궤변입니다. 그렇다면 어려서부터 한자를 나랏글자로 배우는 중국사람들의 두뇌가 세계에서 가장 잘 개발되어 있어야 할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중국사람 자신이 한자를 애써 버리려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3.2. "한자는 어떠한 문자보다도 압축성과 조어성을 가지고 있어서 컴퓨터용 문자로서 적합하다."고 한 데 대하여：―

글자는 말소리를 시각적인 기호로 옮겨 적는 연모입니다. 그 자체에 무슨 신기한 조화가 들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복잡한 획으로 이루어진 한자는 지금과 같은 속도 시대에는 아무런 이용 가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를 가지고 정보화 사회의 가장 발전된 연모인 컴퓨터에 적합하다고 떼를 쓰는 것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웃을 노릇입니다. 이것은 컴퓨터를 써 보지도 못한 사람의 잠꼬대입니다.

3.3. "문장에 한자를 섞어 써야 독서 능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 데 대하여：―

한자에 중독된 이들에게는 한글만으로 쓰인 글이 잘 읽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국어의 낱말 뜻을 한자의 모습을 빌어서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學校'라고 써야 그곳이 무엇 하는 곳인 줄을 아는 모양이지만, 한글 세대의 모든 이들은 '학교'라고 적어 놓아야 그 뜻을 잘 압니다. 한자가 군데군데 까맣게 박힌 문장을 더 쉽게 읽는 젊은이는 없습니다.

3.4. "날로 늘어 가고 있는 새 말을 한글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하여：―

한자를 쓰지 않으면 새 말을 만들어 낼 방법이 없는 줄 아는 것은 잘못입니다. 지난 봉건 시대나 일제 시대에 한자의 침식으로 순 우리말의 조어법이 쇠퇴하고 그 대신 한자에 의한 조어가 성행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요즈음에는 한자를 거의 쓰지 않게 되자 우리말의 조어법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여러 구청에서는 관내 골목 이름들을 부르기 쉽고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짓고 있는데, 이것은 전국적으로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은 차츰 예쁘고 뜻도 좋은 우리말 이름을 갖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3.5. "한자는 초등 교육과정에서부터 조기에 교육해야 그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한 데 대하여：―

가뜩이나 영어 조기 교육이니 과외니 해서 시달리고 있는 초등학생에게 그 어려운 한자 조기교육까지 시키려 하는 것은, 자라나는 어린이를 학대하면서까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 하는 것으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6년 동안이나 한자를 가르쳐도 효과가 없다면, 교수 방법에 문제가 있거나 한자가 배우기에 너무 어렵거나 한자 학습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음껏 뛰놀며 창의적으로 자라나야 할 우리 어린이들에게 끝내 한자 교육을 강요한다면, 이는 초등학교 교육을 뒤로 잡아당겨 다시 서당식 교육으로 되돌리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3.6. "높은 수준의 지적 문장에서는 한자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한 데 대하여：―

이것은 낡은 시대의 권위주의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주장입니다. 이 같은 주장의 밑바닥에는 귀족들만이 한자를 즐겨 쓰던 봉건 사회에 대한 향수가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그들의 사고의 밑바닥에는, 옛날 우리말을 '방언'이라 하고 우리 글을 '언문'이라고 하던, 한국 사람 아닌 한국 사람의 사고 방식이 그대로 깔려 있는 것입니다.

3.7. "지식 용어를 한자로 배우지 않고 한글만으로 표음하여 학습을 하면 정확한 어의를 파악하지 못하여, 말을 하여도 자신이 없고, 글을 써도 정확성을 기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하여：―

자기가 말하는 낱말의 한자를 몰라서 '말을 하여도 자신이 없다'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그렇다면 한자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었던 옛 봉건 시대 민중들은 아무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말입니까? 한자를 잘 모르는 지금의 한글 세대는 자신있게 말하고 정확하게 쓸 수 없다는 말인지요? 굳이 남이 잘 모르는 어려운 한자말을 골라 쓰려는 현학적인 태도만 버린다면, 한자말의 뜻을 알기 위해 그 한자를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탄'이나 '궤변' 같은 말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말이지만, 그것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를 모두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자말은 한자로 써야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은, 한글만으로 적은 글은 자주 읽어 보지 못하고 한자를 섞어 쓴 글만 주로 읽어 온 기성 세대의 습관에서 비롯된 잘못된 편견입니다.

3.8. "한글 전용 교육으로 인하여 고등 교육을 받고도 반문맹을 면치 못하는 오늘의 교육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한자를 교육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하여：―

한문글자를 많이 아는 것만이 지식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시대가 아닌 지금, 한자를 모른다고 무식하다는 것이야 말로 무식한 말입니다. 이미 나라 안의 거의 모든 출판물은 한글로만 씌어져 나오고 있으며, 국민들은 아무런 불편 없이 이들을 통하여 지식과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대학생들을 '고등 교육을 받고도 반문맹을 면치 못하는' 세대로 몰아부치는 유일한 근거가 바로 신문 때문인 모양입니다만, 고등 교육까지 받은 사람이 제 나라 신문을 제대로 못 읽는다면 그 책임은 신문 제작자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요즘 신문들은 앞다투어 가로쓰기-한글 전용 쪽으로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고 있습니다.

3.9. "한글 세대의 인문 지식 저하로 인하여 윤리 부재, 철학 부재, 사상 부재, 도덕 부재가 초래한 오늘의 정치 혼란, 경제 위기를 바로잡고 되살리기 위해서도 한자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하여：―

한글 전용은 글장님을 없애고 수많은 정보와의 접촉을 가능하게 하여 전체 국민의 지식 수준을 높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지식의 저하와 윤리·철학 등의 부재를 가져왔다고 하니, 그들은 한자를 아는 것만이 바로 '지성'인 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한자만 알면 정치도 바로잡히고 경제도 되살아나리라 여기는 것 같습니다. 옛날 우리 나라 지식인들은 한문 공부만 하면 족했던 것인데, 그들의 사고의 밑바닥에는 이 시기의 봉건적 잔재가 그대로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글 세대에게는 철학도 도덕도 없다고 잘라 말하는 그들 스스로는 얼마나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도덕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되묻고 싶습니다.

3.10. "서양의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국어 순화 정책을 위해서도 조어력과 응용력이 높은 한자 교육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한 데 대하여：―

한자는 조어력이 강하다고 하지만, 조어력이란 어떤 말에든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 토박이말에도 풍부한 조어력과 응용력이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옛 땅이름 등을 살펴보면 우리말 조어가 훨씬 자연스럽게 사물의 뜻을 잘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한자어나 서양 외래말을 어렵지 않게 우리말로 바꾸어 쓰고 있으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사람 이름, 가게 이름, 제품 이름 들을 비롯하여 날씨, 자연 현상, 운동 경기 등 각 분야의 전문 용어에 우리말 조어가 널리 퍼져 쓰이고 있습니다. 한자에 길들여져 있는 기성 세대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리말의 조어력과 응용력은 뛰어납니다.

3.11. "연음 현상으로 발음이 구별되지 않는 한글 철자법을 정확히 쓰기 위해서 한자 교육은 불가피하다."고 한 데 대하여：―

아마도 '국어'를 발음나는 대로 '구거'로 쓰지 않으려면 그 어원인 '國語'를 알아야 한다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자 모르는 초등학생이 '국어'를 '구거'로 적는 것을 보았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많은 낱말을 부려 쓰고 있지만 반드시 그 낱말의 어원을 알고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음 구별이 어려운 낱말의 적기는 국어 교육을 통하여 습득되는 것이지 그 낱말의 어원을 통해서 알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旋律'을 한자음 그대로 적으면 '선률'이 되지만 국어의 표준말은 '선율'입니다. 서양 외래말 '초콜릿'도 본디말은 'chocolate'[처(차)컬리트]입니다. 어원은 다만 필요할 때에 따로 연구하는 국어학의 한 분야일 뿐, 한글을 철자법에 따라 정확히 쓰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3.12. "학부모와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한 결과, 초등학교 한자 조기 교육을 찬성하는 쪽이 더 많다."고 한 데 대하여：―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 학부모들이 한자든 영어든 일찍부터 자기 자녀에게 가르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도둑질이나 나쁜 짓이 아닌 이상, 다른 아이가 배우는 것은 무엇이든 가르쳐 뒤처지지 않게 하려는 학부모에게, '배우는 것이 좋으냐, 배우지 않는 것이 좋으냐?'는 식의 질문을 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한자 조기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 조사를, 정작 초등학교 현직 교사들은 배제한 채 엉뚱하게도 한자 향유 계층인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삼은 저의가 의심스럽습니다.


4. 국제적 유대 관계 문제

4.1. "한.중.일의 한자 문화권에서 고립되거나 낙후되지 않으려면 한자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하여：―

일본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이런 소리가 높아 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동양 3국 너른 줄만 알고 세계 너른 줄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쓰고 있는 간체자와 일본이 쓰고 있는 약자가 우리 나라 안에서 쓰이고 있는 한자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한자 수천 자를 익힌 사람도 정작 중국 시내에 들어서면 그 흔한 거리의 간판조차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요? 종주국에서도 낡고 불편하여 내다버리고 있는 고전 정자를 우리만이 신줏단지 모시듯 끌어안고 쓴다면, 우리 나라는 그야말로 국제 사회에서 낙후되고 말 것입니다.

4.2. "북한에서도 인민 중학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3,000자의 한자를 교육하고 있으니, 남북 통일 후에 문자 언어의 이질성을 막기 위해서도 한자를 교육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하여：―

북한에서는 광복 바로 뒤부터 한글 전용 정책을 확고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한자 교육은 '한문'과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자료로 제시한 한자 섞인 교과서는 북한의 외국어 과목으로서의 '한문' 교과서입니다.

4.3. "한자 문화권 이외의 타 문화권에서 한자를 적극 학습하려는 오늘의 추세에 맞추어 한자를 세계로 보급하고, 그들을 포섭하기 위해서도 우리 스스로 한자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하여：―

한자 문화권 운운이 잘 먹혀들지 않으니, 한자를 마치 전세계인이 배우는 것처럼 거짓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나라도 제 나라 말글을 놓아두고 이 원시적인 구시대의 문자를 언어 표현의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곳은 없습니다. 또한, 남의 나라 문자인 한자를 우리가 '세계로 보급하고 그들을 포섭'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니, 이 어려운 시기에도 그처럼 한가하고 여유로울 수 있음에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4.4. "한자 문화권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무역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도 한자 교육은 절대로 필요하다."고 한 데 대하여：―

전세계 관광 대국 가운데 관광 수입을 위하여 온 국민에게 한자를 의무적으로 교육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스위스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관광 대국들이나 호주, 남미 등지에서는 한자로 된 간판이나 표지판 하나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이 곳들이야 말로 한자 문화권이라 일컫는 우리 나라 관광객과 중국, 일본의 관광객 들이 가장 선망하는 관광지가 아닙니까?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훌륭한 문화 유산의 보전과 빼어난 관광지의 개발, 최상의 휴식을 보장하는 갖가지 휴식 공간 개발 등에 좌우되는 것이며, 국가간의 무역을 촉진하는 것은 좋은 상품을 싼값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좌우되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관광객이나 상대국 상인들이 쓰는, 언어도 아닌 문자를 온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것은 언어 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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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사랑하는 분들께 드리는 글(초등학교 한자교육 반대)

나라를 사랑하는 분들께 드리는 글
－궤변과 거짓(2)－


4월 10일 어느 아침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전국 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가 전직 교육부 장관을 지낸 분 가운데 13 사람의 이름을 앞세워, 또다시 망국적인 '초등학교 한자 교육' 주장을 되풀이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제 지도층 인사들의 권위를 내세워, 현 정부가 자기들의 건의를 "즉각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땅의 여론 정치, 민주 정치는 실종되고 말 것"이라고, 난데없는 정치적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임 교육부 장관 가운데에서도 7 사람은 이들의 집요한 회유를 뿌리친 것처럼, '초등학교 한자 의무 교육'은 한자의 향수에 젖은 몇몇 사람들의 케케묵은 주장에 지나지 않을뿐더러 대다수 국민의 생각도 아닙니다. 이야말로 시대 역행의 대표적인 발상이며, 암기 위주의 교육을 심화시켜 어린이의 창의력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죄악입니다. 이에, 그들이 대통령께 '한자를 교육해야 하는 중요 사항'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얼마나 궤변과 거짓에 가득 차 있는지, 그 정체를 밝혀 드립니다.

○ "반세기 동안 문자 정책이 실패하여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반문맹이 되었다."는 데 대하여:
한자를 모른다고 '문맹' 운운하는 이들은 현실 인식조차 없는, 참으로 시대 착오적인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미 나라 안의 거의 모든 출판물은 한글로만 씌어져 나오고 있으며, 국민들은 아무런 불편 없이 이들을 통하여 지식과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젊은이들을 '반문맹자'로 몰아부치는 유일한 근거가 바로 신문 때문인 모양입니다만, 고등 교육까지 받은 사람이 제 나라 신문을 제대로 못 읽는다면 그 책임은 신문 제작자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요즘 신문들은 앞다투어 가로쓰기-한글 전용 쪽으로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고 있습니다.

○ "학생들이 한자로 표기된 문헌과 책들을 읽지 못하여 전국 도서관의 수많은 책들이 사장되어 있으며, 강의를 진행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 데 대하여:
'전국 도서관의 수많은 책들'이 한자 혼용이라는 것은 그들의 착각일 뿐, 그 수는 점점 줄어들어 이제 거의 모든 출판물은 한글로만 쓰여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한자 투성이로 적힌 전문 서적이나 학술 서적이 있다면 이는 일본 서적을 직역하고서도 마치 자기 저서인 양 하는 이들의 죄과입니다. 또한, 한문 강의가 아닌 이상, 한글 세대의 학생들에게 '강의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한자를 섞어 강의하는 것은 교수 내용보다 권위를 앞세운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 "한자를 모르는 학생들이 사회에 배출되면 고급 지식을 요하는 지식 산업 시대에 그 능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다."는 데 대하여:
이것은 낡은 시대의 권위주의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주장입니다. 이 같은 주장의 밑바닥에는 귀족들만이 한자를 즐겨 쓰던 봉건 사회에 대한 향수가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그들의 사고의 밑바닥에는, 옛날 우리말을 '방언'이라 하고 우리 글을 '언문'이라고 하던 한국 사람 아닌 한국 사람의 사고 방식, 일제 시대에 일본말을 '국어'라 하고 우리말을 '조선어'라 하던 그 사고 방식이 그대로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한자를 아는 것만이 바로 '지성'인 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한글 전용은 글장님을 없애고 수많은 정보와의 접촉을 가능하게 하여 전체 국민의 지식 수준을 높여 주었습니다.

○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말로 되어 있어 한글로만 적어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불확실한 어의로 국어 생활을 하고 있다."는 데 대하여:
우리말 낱말의 상당수가 한자말이라는 사실은, 우리말이 한자의 위세에 짓눌려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기를 펴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 컴퓨터가 필기 도구를 대신하는 첨단 정보화 시대를 맞아 한글은 최고의 가치를 지닌 문자로 떠올랐으며, 비로소 우리말이 되살아날 여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자를 몰라서 낱말의 뜻을 잘 모른다는 것은, 한자에 익어 버린 머리로써 생각해 낸 착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많은 낱말을 부려 쓰고 있지만 반드시 그 낱말의 어원을 알고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원을 알아야만 뜻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은, '텔레비전'의 뜻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television'을 정확히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억지와도 같습니다.

○ "한자를 섞어 쓰지 않아서 현대적인 학술 용어, 신조어 등을 스스로 만들어 쓰지 못했다."는 데 대하여:
한자를 쓰지 않으면 새 말을 만들어 낼 방법이 없는 줄 아는 것은 잘못입니다. 지난 봉건 시대나 일제 시대에 한자의 침식으로 순 우리말의 조어법이 쇠퇴하고 그 대신 한자에 의한 조어가 성행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요즈음에는 한자를 거의 쓰지 않게 되자 우리말의 조어법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도시의 길이름들이 차츰 부르기 쉽고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지어지고 있으며, 젊은 학자들은 한글만으로도 훌륭한 논문을 써 내고 있습니다. 한자에 길들여져 있는 기성 세대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리말의 조어력과 응용력은 뛰어납니다.

○ "동북아 한자 문화권 시대에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글 전용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대하여:
중국과 일본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이런 소리가 높아 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동양 3국 너른 줄만 알고 세계 너른 줄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쓰고 있는 간체자와 일본이 쓰고 있는 약자가 우리 나라 안에서 쓰이고 있는 한자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한자 수천 자를 익힌 사람도 정작 중국 시내에 들어서면 그 흔한 거리의 간판조차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요? 종주국에서도 낡고 불편하여 내다버리고 있는 고전 정자를 우리만이 신줏단지 모시듯 끌어안고 쓴다면, 우리 나라는 그야말로 국제 사회에서 낙후되고 말 것입니다.

초등학교에서의 한자 교육은 절대로 안 됩니다. 이제 와서 초등학생들에게 한자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키자는 것은 일제 때의 식민지 교육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글 전용의 추세는 봉건적 한자 세대가 물러나고 한글로써 정보와 지식의 민주화·평등화가 이루어졌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남북한 사이에도 정상 합의문을 비롯한 모든 합의문을 한글로만 작성함으로써 오직 한글만이 우리 민족의 글자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30년 전에 막을 내린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부활하자는 것은, 역사에 대한 중대한 반역 행위이며 어린이에 대한 가혹한 학대입니다. 영어와 컴퓨터까지 필수 교과목이 된 초등학교에서 또다시 한자까지 가르친다면, 어린이들의 정신적 창조 활동은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우리 나라 앞날의 창조적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첨단 정보화 시대의 현실에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고 낡은 한자 교육에만 집착하는 일부 봉건 세력의 주장에 나라의 어문 교육 정책이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궤변과 거짓으로 어린이들을 자신들의 이익에 이용하려는 무리들을 경계하여야 할 것입니다.
2002년 4월 10일

한글 문화단체 모두모임, 한글 재단

[한류! 휘날리며~]

한자를 사라지면 안될듯~ 기본적으로 한글과 천자문(한자)를 함께 배워야~ 의미가 있을듯해여~ 나중에 국사를 알려면 한자도 알아야됨

[악어]

님은 천자문이..... 중국과 한자권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문자라는 것을 아시나요????? 한국어가 변해가듯이 지금 한자도 옛날의 한자가 아닙니다.

[악어]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지 한자를 버리려고 몸부림치는 중입니다. 다만, 알량한 자존심이 그것을 방해하는 겁니다.

[악어]

한류! 휘날리며~ 님의 생각이 얼마나 우끼는 생각인지 아랫글에 풀어놨습니다 =>812

[악어]

그리고 이대로 한국어가 한자로 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지금 벌써 한국어는 변하고 있습니다) 30년 후쯤에는 한국어의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겁니다.

[니오]

한자는 '교육' 해야하는데는 이의가 없으나 실생활에 '표기'되어지는건 반대입니다. 영어의 80%가 라틴어에서 기원되었지만, 영어권에서 라틴어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어려운 단어도 더 쉬운말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문장에 한자가 사용되면, 아무리 한자를 잘알아도 독해속도가 현저히 떨어지죠.

[니오]

한글로도 충분히 표기에 무리가 없음에도 한자혼용론자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것은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의 정보습득을 불편하게 하여 자신들이 반사이익을 누릴려는 의도입니다. 교과서나 전공서적에 한자가 없어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음운표현이 떨어져 동음의의어가 많을수밖에 없는 일본관 사정이 다르죠

[악어]

니오님이 잘 보셨네요^^

[차칸아이☆]

한자 그걸 요즘 누가배워요... 학교시험에 포함되서 할수절수없이 울면서 외울뿐 ㅜ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글자가 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