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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09
1. 세책방 (낮)
황가 : 왜 기억 안 나시오? 성균관 입학때 드렸던 선금 50냥!!
윤희 : 좌상댁 아들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2. 선준 집 / 선준 방 앞 후원 (낮)
뒤돌아선 갓 도포 차림의 윤희를 돌려세우는 선준.
선준 : 어쩐 일이오?
효은 : (돌아서며 생긋) 도련님
3. 장터 거리 일각 (낮)
사람들이 부딪혀 오는 것도 피하지 않는 넋나간 듯 걸어오는 윤희.
4. 선준 집 / 선준 방 앞 후원 (낮)
효은 까치발로 선준 뺨에 쪽 입을 맞춘다.
효은 : 이런 도련님을 저더러.. 어떻게..포기하란 말씀이십니까.
5. 선준 집 앞 (낮)
선준의 집을 향해 오던 윤희. 다정해 보이는 선준과 효은을 봤다. 차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돌아서는데.
그때 순돌이, 윤희를 봤다.
순돌 : 어라? 되련님, 저기 저 냥반.. 꽃도령 선비님 아니어라?
선준 보면, 윤희 저도 모르게 뒤돌아 다른 길로 막 걸어가기 시작한다.
6. 도성일각 (낮)
성큼 성큼 걸어가고 있는 윤희를 따라와 와락 돌려 세우는 선준.
선준 : 날 .. 찾아온게 아니었소?
윤희, 그저 돌아서 가려는데 윤희 어깨를 잡는 선준.
선준 : 김윤식!!
윤희 : (돌아서 선준을 보다가.. 흔들리는 눈빛) 그동안... 재미 있었소?
선준 : (본다, 무슨 일이지?)
윤희 : (화가 났다기 보다는 스스로가 한심한 감정이 더 큰.. 촉촉하게.. 젖어드는) 아무것도 모르고 성균관 유생입네
신나서 다니는 꼴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냐..그 말이오.
선준 : 그게..무슨 말이오?
윤희 : (단호한) 50냥!! 세책방 황가에게 다 듣고 오는 길이오.
선준 : (굳어진다. 당혹 그자체!!)
윤희 : (눈가에 고인 눈물, 삼키며 선준 매섭게 쏘아본다) 다신... 그 얼굴 안 보고 싶소.
원망과 분노의 감정으로 선준을 쏘아보던 윤희.
휙 돌아서 가려는 윤희. 그 손목을 잡는 선준.
선준 : (단호한!!) 내 말부터 들어!!
윤희 : (위악적인) 그렇게 큰 빚을 지고.. 은혜를 입었는데-- 미리 알았으면 고분고분 말이라도 잘 들었을텐데..
(자조적인) 이거 어쩌나.
선준 : (그런 위악적인 윤희 보다가) 어린 애 처럼 굴지 마!!!
윤희 : --
선준 : 넌 그때 돈이 필요했고 나한텐 있었어. 지금부터 차곡차곡 갚으면 돼. 뭐가 문제지?
윤희 : 말했어야지. 나한테 ..말..했어야지.
선준 : (OL, 강한!!) 말 했으면... (안 받았을거다.. 는 의미)
윤희 : (OL) 안 받았겠지. 또 다시 고리채를 쓰든 장리 빚을 지든. (흔들리는 일렁이는 눈빛) ..안 받았겠지.
선준 : 그게 무슨 어리석은 짓이야.
윤희 :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사람들은--- 자존심이라고 불러. 알어?
선준 : (본다..)
윤희 : 넌 곧 죽어도 지키고 싶은 그 대단한 자존심이.. (눈물 삼키는..) 왜 나 같은 건-- 없어도 된다고 믿는거지?
선준 : (생각지 못한 윤희의 말.. 당혹스럽다)
윤희 : 그러니까-- 날 동정한건가?
선준 : --
윤희 : 지금까지 너한테 난... 그저 힘 없고 가난해서..늘 불쌍한 인간이었군..
(스스로가 한심해져 쓴 웃음) 그래서 누구든지 손만 내밀면 덥석... 감지덕지 받는게...당연한... 그렇지--?
선준 : ---
윤희 : 넌-- 장의, 하인술 비난할 자격이 없어. 아니 더 나빠. 최소한 그 인간은-- 지가 나쁜 놈인줄은 알거든.
선준 앞에서 싸늘하게 등을 돌리고 가는 윤희.
선준.. 답답하다.
7. 도성 거리 일각 (낮)
윤희, 애써 눈물을 삼키며 또박또박 걸어가고 있다.
8. 선준 집/ 선준 방 (낮)
서안 앞에 앉은 선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이마에 손을 짚은 채다.
그때 들어서는 순돌, 선준에게 뭔가 고하려하지만 차마 그런 선준에게 다가 서지 못하고 선준을 바라보는데..
미동도 하지 않는 선준이다.
9. 세책방 (낮)
죄인처럼 윤희 똑바로 못 보는 황가, 주섬주섬 두루마리 족자들이며 서책들 앞에 놔 주고 있다.
황가 : 이건 사주 단자 쓰는 일, 서푼. 이건 제사 축문 닷푼.. 그리고 이건 또 .. 연서 대필.. (윤희 눈치보며) 아쿠쿠.. 내 정신 좀 봐.
이건 우리 능력자 선비님께서도 못 하신다는 (종이첩 내려 놓는데)
윤희 : (그 종이첩 올려 놓는, 웃지 않는) 돈 되는 일에 못할 일이 어딨소-
황가 : 진작 이렇게 나오셨어야지. 그럼 내 그 비밀은 무덤까지..
황가.. 윤희 기색 살피는데 윤희 무표정하고 차갑게 굳어 있다.
황가 금새 기죽어.. 윤희 눈치 보며 일감 챙겨준다.
10. 윤희 집 마당 (황혼)
이젠 약첩에 음식 보따리에 일감까지 무겁게 든 윤희가 마당으로 들어선다..
마당에선 조씨가 빨래감을 툭툭 털어 널고 있다. 늙은 어머니의 뒷모습이 유난히도 작게 보인다.
투룩.. 짐을 내려 놓는 윤희. 달려가 그런 어머니 조씨를 뒤에서 끌어 안는다.
윤희 눈가에 맺히는 눈물. 조씨도 눈빛이 흔들린다.
조씨 : (감정을 감추며.. 뚝뚝하게) 왔으면 들어가지.. 왜 이러구 있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윤희, 눈물은 주루룩 흘러 내리고
조씨도 그제야 천천히 윤희 손을 어루만지다 다친 윤희 손 보고 놀래서 윤희를 돌아보는데..
눈물 젖은 윤희 얼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조씨다.
조씨 : 너.. 무슨 일 있었니?
윤희 : 일은 무슨.. (미소) 좋아서.. 오랜만에 집에 오니까.. 너..무 좋아서.
조씨 품을 파고드는 윤희 눈물 젖고.
조씨 그런 윤희 등 가만히 다독거린다.
두 모녀의 등너머 붉게 물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11. 윤희 집/ 안방 (저녁)
어안이 벙벙한 듯 수저를 채 들지도 못하는 조씨와 윤식.
그 앞에는 밥상 위에 올라와 있는 진수성찬.
수저를 들려던 윤희 윤식과 조씨 본다. 마음이 짠해진다.
고기 반찬 하나 조씨 밥위에 얹어주는 윤희.
조씨 : 다음부턴.. 이런거 들고 나오느라 힘쓸 거 없다.
윤희 : (의외다. 조씨 보면)
조씨 : 밥이야 한끼 때우면 그만이지. 우리 때문에 아쉬운 소리 할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라.
윤희 : (부러 더 밝게) 아쉬운 소리는요.. 집에 온다니까 선진들이며 동기들 이 이것저것 어찌나 챙겨주시는지.... (하는데)
조씨 : (가만히 윤희 본다, 물끄러미 네 속 내가 다 안다..)
윤희 : (그런 어머니 시선 피해 밥술 드는데)
윤식 : (감 잡았다. 웃으며) 어머니 말씀이 맞네. 누이.. 괜히 기름진 음식 먹어봐야.. 탈 밖에 더 나?
윤식과 조씨를 바라보는 윤희..서로가 애틋하기 만 한 세 식구다.
12. 재신 집 / 재신 방 (밤)
재신, 상처 난 부위를 새로운 붕대로 감고 있다.
그때 드르륵 열리는 문. 재신 얼른 옷을 입고 보면.. 그 앞에 문근수다.
문근수 : 한심한 녀석, 상처를 쳐 매기만 해서야 어디 낫는다더냐.
문근수의 시선을 외면하는 재신, 문근수 재신 앞에 툭 약재와 면포를 내려준다.
문근수 : 의원에게 (재신 의식하며) 대사례때 좀 다친 것 같다 했더니 지어 주더구나.
재신 : (..옷깃을 여미는 손이 멈칫..아버지가 뭔가 아는걸까)
문근수 : 김윤식이란 아이..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게 좋겠다.
재신 : (피식.. 문근수 보지도 않고) 왜.. 출세에 도움 하나 될게 없는 남인이라섭니까?
문근수 : 언제까지 아비에게 엇나가기만 할 생각이냐?
재신 : (돌아보며) 언제까지!! 노론의 허수아비로 사실 생각입니까.
문근수 : --
재신 : 그날 전 -- 형과 함께 죽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형의 죽음을 침묵한 댓가로 노론들에게서 관직을 지켜 냈을 때---
아버진.... 두 아들을 모두 버리신 겁니다..
재신, 문근수를 지나쳐 방을 나서려는데,
문근수 : 그 힘으로... 아빈 널 지켜낼 생각이다.
재신 : (멈칫)
문근수 : 김윤식과 어울리는 건 너무 위험해.. 병판이 김윤식을 홍벽서라 .. 의심하고 있다.
재신 : (놀라지만 애써 태연하게..) 무슨 뜻입니까-
문근수 : (재신이 돌아보며) 김승헌. 네 형과 금등지사를 호송하다 희생된 그자가.. 바로 김윤식-- 그 아이의 아비다.
문근수를 천천히 돌아보는 재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 믿기지 않는 표정의 재신.
13. 윤희 집 / 안방 (밤)
경대 앞에 앉은 조씨, 장터에서 사온 은비녀를 꽂아주는 윤희.
조씨와 윤희 모녀의 다정한 한때.
윤희 : 아버지..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조씨 : (본다)
윤희 : 은비녀 하나 사주지도 않았던 아버지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외갓집하고도 등지고.. .
조씨 : .. 실 없긴..
윤희 : 가족들 대신 아버지를 선택한걸.. 후회..한 적 한번도 없으세요?
조씨 : ....후회한다.. 매일같이.
윤희 : --
조씨 : 널 성균관에 보내 놓고.. 매일 같이 후회해.. 그때 외가와 등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못난 어미로.. 살진 않았을텐데.. 후회.. 해.
윤희.. 복잡해진다.
선준E : 혼인이라 하셨습니까?
14. 선준 집 / 사랑 (밤)
서안 앞에 마주 앉은 선준과 이정무.
선준 : 아버님 전 아직.
이정무 : 그럼.. 장부가 돼서 오늘 그 같은 행동을 하고도.. 책무를 마다할 생각이었더냐..
선준 : (차마..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정무 : 잘 된 일이다. 대과는 혼인한 다음 성균관을 나와 준비하는게 좋겠다.
선준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답답한 표정이다.
15. 병판 집/ 효은 방 (밤)
열려 있는 창문 창가에 턱을 괴고 앉은 효은. 배시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효은 : (달을 바라보며 꿈꾸듯) 버들아,
버들이 : 예? 애기씨
효은 : 달 말이야.. 원래 저렇게 예쁘게 생긴거였니?
버들이.. 효은 뜨악해서 보지만.. 효은.. 행복하기만 하다. 밝은 달.
16. 윤희집 / 마당 (밤)
달빛 아래 윤희 약탕기 약을 달이고 있다.
성균관 약첩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윤희. 그때 윤희 옆에 다가오는 윤식.
윤식 : 정말.. 지낼 만은.. 한 거지?
윤희 : (부러.. 더 기운차게.. 약탕기 부채질) 그러엄.. (하다가. 결심한듯) 윤식아.. 누나.. 앞으론.. 더 열심히 살꺼다..
(윤식이 보며 웃는) 니 말처럼.. 이름 값 해야지. 김윤식.
F.O
17. 성균관 일각 (낮)
봇짐에.. 손에 꾸러미 꾸러미를 들고 들어오는 성균관 유생들.
윤희 다짐한 듯.. 다부진 얼굴로 발걸음을 옮긴다.
18. 진사식당 (낮)
집에서 가져 온 듯 한 찬합들 내려놓고.
떡이며 전이며 주전부리 하는 유생들, 우탁 해원 도현 남명식.. 그리고 용하.
해원 : (청화 연적을 자랑하며) 아, 우리 노친네.. 글쎄 내가 나오는데... 이걸 꼭 쥐어 주는 거야.. 보석이 박혔다나 어쨌다나..
도현 : (연적 보면서) 이..이건.. 금상께서 사치품으로 금하셨다는 그 귀한 청화 연적..
해원 : (음.. 뽐내는)
우탁 : (해원 툭치면서) 공자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네. 貧而樂빈이락이라.. 가난하면서도 즐거워 할 줄 알라고 말이지.
(하면서 연신 보석박힌 안경줄..--이번에 새로 해 들어온--을 보란듯이 만진다)
도현 : (알아채고) 아니 자넨 그... 연수정 안경줄이 생겼구만..
우탁 : 우리 모친께서.. 이 비싼 안경을.. 혹여 잃어버릴까봐.. 어찌나 걱정을 하시는지.. 좀.. 달았습니다. 형님.
한 켠에서 뭘 만지작 거리고 있는 용하.
도현 : 헌데..용하 자넨 뭐..들고 온거 없나?
용하 : 나야.. 뭐.. 작년 여름에 주문했던.. 장난감 하나가 이제야 들어와서 그걸.. 가져 온 것 밖엔...뭐..
해원/우탁 : (피식..깔보는) 장난감?
용하 : 작년 여름에..내가 말야 연암 박지원 선생과 청국 연경에 갔을때.. 황제의 성을 구경했었거든..
하나하나.. 수공으로 만드느라..좀 걸렸지.
해원 우탁 앞에 턱 내려 놓는 용하.. 유생들 기겁한다.
정교한 자금성 모형 보석들이 알알이 박힌.. 모양새.
얼른 연적을 감추는 해원. 안경줄을 귀밑에 꽂는 우탁.
용하 웃는데 그때 식당으로 들어오는 재신.
재신 : 어이.. 거기 대물 못 봤어?
유생들.. 고개 설레설레.. 갸웃하며 식당 밖으로 나가는 재신.
그때 식당 안에 스며드는 검은 그림자.
유생들은 여전히 물건 자랑 들에.. 검은 그림자를 알지 못한다.
19. 중이방 앞 (낮)
중이방 문을 벌컥 여는 재신. 아무도 없다. 닫는다.
재신 : 대체 어딜 간거야. 이 자식.
의아한듯 갸웃 돌아서는 재신.
그 뒤 중이방 툇마루 앞에 길게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에서 방 문 앞에 서는 버선코.
20. 성균관 일각 (낮)
윤희 붓통과 종이장을 들고 가는데 맞은 편에서 오던 선준.
지나쳐 가려는 윤희, 턱 그 팔을 잡는 선준이다.
선준 : 할 말이 있소. 들을 말도 있고.
윤희 : (이젠 안되겠다 싶은지.. 밝은 얼굴로 돌아선다) 그날은.. 내가.. 좀 과했소..
선준 : ---
윤희 : 이젠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난 괜찮으니까... 돈은.. 천천히.. 하지만 꼭...다 갚겠소.
선준 : 그런 말이 아니란 걸 잘 알잖소.
윤희 : (부러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 정신 좀 봐.. 인사를 잊었소.. 지금껏.. 고마웠소..
꾸벅 인사하고 가는 윤희.
그때 다가오는 하인수. 그 옆에는 임병춘 설고봉 강무.
하인수 : (선준에게) 어이, 매제.. 여기 있었나--
윤희, 그 말이 콕 박히지만.. 그대로 가 버린다.
선준 그대로 가는 윤희 신경 쓰이는데.
선준 앞으로 다가와 서는 하인수.
병춘, 매제라니, 하인수 돌아보고.
임병춘 : (어안이 벙벙) 매..매제라니요, 장의.
하인수 : (병춘 무시한 채 선준만 보며) 혼담이 오간다구?
선준 : 오해가 좀 있었을 뿐입니다. 바로 잡을 것이니 장의께선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하인수 : 오해? (비꼬는) 이러언.. 아들인 자네가 어찌 나보다 좌상 대감을 더 모르는가.
선준 : --
하인수 : (선준 어깨 툭툭 치며) 잊지 말게. 자네 아버님께서 뜻하신 일은.. (선준 눈 똑바로 보며) 금상도 못 꺾는다는 걸.
야릇한 미소를 보이며 가는 하인수, 선준 복잡해진다.
21. 성균관 일각 (낮)
하인수 눈치 보며 그러나 조바심에 안달 난 임병춘..
임병춘 : 자.장의 그러니까.. 이선준 저 자식이 효..효은 아씨랑 정말.. 혼인-
하인수 : (그제야 임병춘을 돌아보는 싸늘한 눈) 오르지 못할 나무를 넘보는 놈들에겐--- 그저 매가 약이지.
꼭 반병신이 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거든.
임병춘 : --
하인수 : (임병춘 뒷 목덜미 턱턱.. 치며) 난 내 수하를 그렇게 잃고 싶진 않다. 그래도 아직은 네놈이 꽤 쓸만한 수하니까--
그러니.. 시키는 일이나 잘해!! 난 두 번 실수는 봐주질 않지!!
임병춘을 보며.. 웃는 하인수..
임병춘.. 마주 보며 웃지만 울고싶다.
22. 명륜당 (낮)
햇살이 부서지는 빈 강의실.
연분홍 편지. 련모 도련님. 붓을 들고 있는 윤희 생각에 빠진 듯 편지지 위로 먹물이 번져간다.
쓸쓸한 윤희의 뒷모습.
23. 성균관 일각 (황혼)
지나가던 유생들에게 윤희의 행방을 물으며 오는 재신.
재신 : 어이 거기, 대물 못 봤어?
유생들 도리 도리 젓는데 그때 재신 시선에.. 명륜당 쪽 길에서 내려오는 윤희가 보인다.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윤희 앞에 다가서는 재신. 막상 윤희 앞에 서자 그만 말문이 막히는 재신.
재신 : (결심한 듯, 윤희 똑바로 보며 단호히) 너!! (그러나 차마 말 잇지 못하고 답답한데)
윤희 : (그런 재신을 빤히 보며 갸웃) 사형..
재신 : 그러니까..너!! (흔들리는 눈빛)
윤희 : (물끄러미.. 왜 이러지?)
재신 : (미치겠다..그러나 애써 마음 다잡으며..) 너.. 여기 있는 이유--
윤희 : (갑자기.. 무슨 .. 의아한데)
재신 :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한) 그래서냐? 너... 다 알고 있었던거냐--
그때다. 바쁘게 뛰어가는 함춘호와 서리들.
함춘호, 재신과 윤희 보며.
함춘호 : 큰일 났습니다. 큰일.
재신/윤희 : (무슨 일인가 싶어 보면)
24. 청재마당 (저녁)
버선발로 뛰어 나오기 시작하는 유생들 해원 우탁 도현 남명식.
해원 : 도둑이다. 도둑.. 도둑이 내 청화백자 연적을 들고 튀었다구.
우탁 : 잠깐 벗어 놓은 내.. 애체도 내 애체..줄..도.. 없어졌네..
남명식 : 내.. 용채도 몽땅 들고 갔지 뭔가..
25. 용하방 (저녁)
뒤집혀 있는 물건들 도둑이 들어왔다 나간듯 어수선한 방.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훌렁훌렁 널부러져 있다.
용하 : (저고리짝 바지짝 들어보며, 너그러운) 이런.. 촌스러운 양상군자 같으니라고.. 옷을 들고 갈꺼면.. 깔별로 맞춰서 가져가든지..
그런 용하, 갑자기 후다다닥 달려가 문갑 위를 손으로 더듬는다.
귀한 물건이 없어진 듯..허둥지둥 문갑 열고 닫고..난리다.
용하 : 내..자금성.. 일년이나 기다려 받은 수공예 명품을.. 가져가? (아까의 너그러움은 간데 없고) 이..이런 도둑놈의 새끼!!
26. 성균관 일각 / 청재마당으로 오는 길 (저녁)
대사성 황망한 듯 빠른 걸음으로 오고 그 뒤를 따르는 유창익. 정약용.
대사성 : 도.도둑이라니..다른 성균관의 비품은.. 이상 없습니까?
정약용 : 제 부주읩니다. 약방에서 약첩들이.. 없어졌습니다.
대사성 : 이..이런 고얀지고. 대체 누구랍니까.. 그 간 큰 도둑놈이..
유창익 : 지금 장터에 서리 고장복이 다니러 갔습니다.
대사성 : (보면)
유창익 : 성균관 약첩을 팔러온 유생이 있었다 해서 보냈습니다.
대사성 : 오늘 밤 안에 잡으세요. 내일은 전하의 순두전강입니다.
정약용 : --
대사성 : 전하께서 오실 때.. 이 성균관은 순결무구한.. 진리의 전당이어야 합니다.. 내말.. 아시겠습니까?
대사성의 눈이 매섭게 반짝인다.
27. 존경각 앞 (밤)
모여 있는 유생들. 유창익, 함춘호. 정약용과 대사성 앞에서 한명한 명 알리바이를 대는 중이다.
해원 : 전 그때 존경각에서 순두전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우탁이랑.
우탁 : (끄덕인다)
남명식 : 식당에서 간식을 먹던 중이었습니다. 식당 비복들이 확인해줄겁니다.
하나 하나 적고 있는 함춘호. 이제 윤희 차례다.
윤희 : 명륜당에 있었습니다.
유창익 : 뭘 하고 있었지?
윤희 : 그..그건.. (차마 연서라 말 못하고 둘러대는) 저도.. 내일 있을 순두전강 시험을... 준비중이었습니다.
유창익 : (그런 윤희가 의심스럽다) 누가.. 봤나?
윤희 : 그..그건..
임병춘 : (작전시작이라는 듯) 이상하다.. 아까.. 걸오가.. 김윤식을 여기저기.. 찾고 다녔는데..
윤희 : ---
임병춘 : 그때... 어디에도 없다 하지 않았나? (유생들 돌아보며) 안 그래들?
재신 : (나서며) ..그..그건.. 제가 명륜당엔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창익 : (의혹의 눈으로 윤희 바라본다) 사실인가-
윤희 : 저..정말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유창익, 윤희를 지나쳐 가려는데 그때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고장복.
고장복 : 찾았습니다.. 범인..
휙 돌아보는 대사성. 유창익..정약용..
윤희 의혹을 넘긴건가 싶은데.
대사성 : 그게 무슨 말인가..
고장복 : (숨을 헐떡이며)... 시전 약방에.. 약첩을 팔러 온 자가.. 성균관 내부의 물건들도..함께 내다 팔았다고 합니다.
유창익 : 뭐야?
고장복 : 여기.. (호패 내밀며) 이 호패를.. 떨어뜨리고 갔답니다.
유창익 : (호패 받는다) 김.... (고개 들면)
긴장한듯.. 유창익을 바라보는 모든 유생들.
윤희도 긴장하고.. 저마다 호패를 찾는 듯..뒤적이기도 하는데..
유창익 :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 차갑게 윤희보며) 김.. 윤식..
정약용 : (윤희 본다.. 이게 어찌된 일인지.. 묻는 듯 한 시선)
윤희 : (경악!!) 아..아닙니다.. 저.. (호패 뒤적여 보는데..없다.. 절망적이다) (마치 정약용에게 대답하는 듯) 전.. 아닙니다..스승님.
웅성웅성 웅성이는 유생들.. 윤식인가.. 대물인가봐..
재신.. 선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기막히다.
그 앞으로 뚜벅뚜벅 나와 서는 하인수.
하인수 : (모든 유생과 대사성 들으라는듯) 성균관 유생으로.. 부끄럽지도 않나? 비단..도둑질만이 잘못이 아니다.
윤희 : --
하인수 : 성균관의 약첩은 혜민서에서 온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 터. 이는 곧 백성의 혈세라는 말이요,
또한 가난한 백성들에게 돌아갈 몫이라는 말이다.
윤희 : --
하인수 : 헌데 넌 감히...그 약첩을 팔아 돈을 벌 생각을 했단 말이냐--
윤희 : (뭐라 말하려는데)
선준 : (나서며) 함부로 단죄하지 마십시오.
윤희 : (선준 본다)
하인수 : (선준 보고) 선준 김윤식에겐.. 아픈 동생이 있습니다. 약첩은 분명 그를 위해 썼을 것 입니다.
지금이라도 인편을 보내 그를 확인해 보시는게 어떻습니까.
선준 윤희 보는데.. 유생들 끄덕끄덕 웅성거린다.
그러나 윤희. 당혹스럽다.
하인수 : (선준 못마땅한 듯 보며) 김윤식의 호패만큼..더 큰 물증이 있단 말인가?
유창익 : 잠깐.. 그는 이선준의 말이 옳다. 김윤식, 집에 인편을 보내 확인케 하면 되겠나..
정약용 : (윤희보고)
재신 : (긴장한 듯 윤희 본다)
윤희 : (당황하는) 그..그건... 좀.. (결심한 듯) 그건 안됩니다.
유생들 : (놀랍다는 듯.. 혹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웅성웅성)
선준 : (믿기지 않는 듯 윤희 본다)
재신 : (혼자 궁시렁) 드럽게 꼬이는군.
용하 : (그런 윤희를 유심히 보며 혼잣말) 이 와중에도 집을 공개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는 말인데----
정약용 : (굳어진다)
하인수 : (윤희 보며) 성균관 유생을 처벌하는 일입니다. 금부를 불러 도둑을 잡을 수는 없는 일.. 재회에 맡겨 주시겠습니까?
대사성 : 재회?
하인수 : 유생 김윤식의 죄를 치죄하고..엄정히 처벌하여 성균관 유생의 명예를 지키겠습니다. 영감.
정조E : 허면 그 의장은 과인이 하지.
대사성, 정약용, 유창익, 놀라 돌아본다.
그 앞에 서 있는 정조. 그 뒤로 채제공과 조금 떨어진 곳에 상선과 내관 장용영, 호위무사 두엇..
모두 갓도포 차림에 단촐한 의전. 공식행차가 아닌 암행을 다녀온 정조다.
대사성 : (경악하는) 저..전하!!
정조 : 이를-- (유생들 보며) 과인의 순두전강으로 삼겠다.
기함하는 대사성.
놀라는 선준 재신 용하.. 유생들.. 그리고 윤희.
그런 윤희를 바라보는 정조.
28. 좌상 집무실 (밤)
병판과 이정무 차를 앞에 두고 있다.
병판 : 순두전강이라니!! 아니 성균관 좀도둑 하나 잡는 일로 군왕의 친시인 순두전강을 삼다니요... (쯔쯔 혀 차는)
이정무 : ---
병판 : 이거야 원.. 이렇게 즉흥적이고 이렇게 개념이라곤 없는데다
법도라면 밥 먹듯 어기니 일국의 군왕이 권위가 없는겝니다. 권위가!!
이정무 : 즉흥..적이다--? 세손시절부터.. 금상은 아무런 계산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던 위인이예요. 잊었습니까?
병판 : (생각하니 열받네) 아!! 그걸 어찌 잊겠습니까. (머리 굴리는데)
이정무 : (찻잔 들며 설핏 웃는) 아무래도 이번 순두전강은 유생들보다 우리에게 더 큰 시험문제가 될 듯 싶군요.
병판 : (머리 굴리다..갸웃) 허면.. 혹..
이정무 : (본다)
병판 : 김윤식을... 비호하기 위해 금상이 직접 나섰다는 말입니까?
이정무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져간다.
29. 존경각 앞 (밤)
윤희 앞으로 천천히 다가와 서는 정조.
정조 : 김윤식. 넌 .... 출재다.
윤희 : (본다, 당혹스럽다)
하인수 :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는 웃음)
임병춘 : (하인수에게 속닥속닥) 뜻을 이루셨습니다. 장의.
정조 : (유생들 보며) 김윤식이 도난 사건의 진범이라면 말이다.
윤희 : (본다. 의외다)
하인수 : (뜻 밖이다. 정조 본다)
선준/ 재신/ 용하 : --
정조 : 약첩을 판 자가 성균관의 물건을 내다 팔았다 했다. 그리고 그 약방에선 김윤식의 호패가 발견됐다 했나--.
허나 김윤식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군.
윤희 : --
정조 : 김윤식이 무죄라 여기는 유생들과 유죄라 여기는 유생들은 각자 접을 이루어 과인에게 그를 증명하도록..
이것이 과인이 내리는 이번 순두전강의 시제다.
윤희 놀랍고 하인수, 그런 정조가 마뜩찮은데..
유생들 소곤소곤--
대사성 : 하..하오나 전하. 순두전강은 본디..경전에 대한 강경과 제술로 치러지는 것이 오랜 법돕니다. 어찌-- (하는데)
정조 : (버럭) 지금 (유생들 바라보며) 이 자리 유생들이 공맹의 가르침을 논할 자격이 있다 보는가--?
대사성 : (허걱!) 예? 그 무슨--
정조 : (엄한) 만일 김윤식이 진범이라면 이 성균관에서 도둑을 길러낸 셈이니
대사성 이하 모든 (정약용과 유창익보며) 학관들 그리고 유생 모두는 예와 법도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대사성 : (허리 숙이는) 주..죽여 주십시오. 전하!!
정약용/유창익 : ---
유생들 : ---
정조 : 허나 만일 김윤식이 진범이 아니라면 무고의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니
(하인수 보며) 그런 유생들에게 역시 성현의 가르침은 과분할 뿐.
하인수 : --
정조 : 이것이 과인이.. 이번 일을 순두전강의 시제로 삼는 이유다,
유생들 : --
정조 : (힘찬) 장의!!
하인수 : (예를 갖추며) 예 전하.
정조 : 도성의 치안을 담당하는 곳이 어딘가-
하인수 : (왜 묻는지 의아하지만 대답하는) 한성붑니다.
정조 : 그대들 모두에게 이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시제를 내린 뒤 이틀의 기한을 주는 순두전강의 전례에 따라--
과인은 성균관 유생 모두를 이틀 동안 한성부 권지에 명한다!!
하인수와 윤희 그리고 선준 재신 용하 유생들.. 모두 의외다.
30. 정록청 (밤)
초조한 듯 맴도는 대사성. 그 옆에 유창익, 고장복, 함춘호.
대사성 : 한성부 권지라니요.. 일개 유생들이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고장복 : 헌데 전하께선.. 왜?
대사성 : 직접 뽑아 올리신 김윤식이 불명예 출재를 당하는 게 싫으신게지!!
아.. 넌지시 귀띔만 하셨어도, 내가 누굽니까. 바로 해결해 드렸을 것을...
함춘호 : 근데.. 진짜.. 김윤식 유생이 도둑이 아닐 수도 있는겁니까?
유창익 : 설령 김윤식이 무죄라 한들... 진범을 밝혀내긴 힘들겠지. 이미 물건들은 다 팔고 놈들은 꼬리를 감췄을 테니까.
31. 존경각 앞 (밤)
하인수, 천천히 윤희 앞으로 다가와 선다.
하인수 : 달라질건 없다. 넌 그저 출재까지 이틀의 시간을 더 벌었을 뿐이다.
윤희 : --
하인수 : (유생들을 압도하는 눈빛으로 보며) 나는 김윤식의 명명백백한 유죄를 입증하여..
금상 앞에 실추된 우리 성균관 유생들의 명예를 되찾을 생각이다. 나와 뜻을 함께 하겠는가-
임병춘/설고봉 : 옳소..
웅성웅성이는 유생들. 하인수 앞으로 하나둘 몰려든다.
남명식과 소론 유생들도 눈치보다 하인수 앞으로 간다.
하인수, 윤희 보며 싸늘하게 미소 짓는데 윤희의 손을 덥석 잡는 손, 도현이다.
도현 : 윤식이 난. 자네의 결백을 믿네. 허나 어쩌겠나.. 마음은 마음.. 성적은 성적인 것을..
윤희 : --
우탁 : 이 완벽한 정황에서 무죄를 증명하겠다는 건 불통을 받겠다는건데
(고개 설레설레) 성적 지상주의인 이 조선 사회를 원망하게나.
윤희 : ---
해원 : (긁적이며) 난 뭐 -- 평생 시험이라면 찍기만 해 와서 말이야.. 쪽수 많은 쪽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나 --
도현/우탁/해원 : (지들이 해놓고도 미안하다.. 마주 보는 세사람. 윤희의 등 토닥이며, 모자란 놈들의 진심을 담아!!) 힘내!! 윤식이.
해원 우탁 도현,, 하인수 앞으로 간다.
덩그라니 남아 있는 윤희, 어쩐지 쓸쓸해지는데 그 앞으로 선준 다가와 선다.
윤희, 선준을 바라보는 눈빛이 흔들린다. 내편이 되어주나 싶어서.
선준 : 묻고 싶은게 있소.
윤희 : (본다)
선준 : 낮 시간 동안 ... 명륜당에 있었던 걸 본 이가 있소?
윤희 : 없소.
선준 : (건조한) 호패는 어찌 된거요?
윤희 : (모멸감.. 기막힌. 옷자락 꼭 쥐는) 지금.. 날.. 의심한다는 말이오?
선준 : (눈 하나 깜짝 않고) 집에는 왜 인편을 보내지 않았지? 결백하다면 그 편이 가장 손쉬운 해결이란 걸... (차가운 눈빛) 몰랐소?
그때 와락 선준의 어깨를 돌려 세우는 재신. 선준과 재신의 팽팽한 눈빛.
재신 : 뭐하는 거야. 너..
선준 : (재신 팔 담담히 떼어내며, 응시하는 눈빛) 확인.. 해야겠습니다.
재신 : 확인 안 하면... 몰라? 이 자식, 함정에 빠진거야.
선준 : (차분하고 냉정한) 그래서.. 사형의 그 굳센 믿음으로 뭐가 바뀝니까? 여전히 김윤식은 성균관 물건을 내다 판 파렴치범에--
그 자리에 호패를 떨어뜨린 부주의한 인사일 뿐입니다.
윤희 : (상처가 된다)
재신 : (선준 비웃듯 보며) 왜? 이것도 임금의 친시니까... 불확실한 김윤식을 믿었다가 불통을 받을 순 없다 이거냐?
선준 : 물론입니다.
재신 : 뭐야? 이 재수 없는 뼛속까지 노론새끼!!
선준을 향해 주먹을 날리려는 재신.
그 손목을 덥석 잡는 손. 재신 보면.. 싱긋 웃는 용하다.
재신 : 넌 빠져!!
용하 : (깐족) 왜 빠져.. 어떻게 빠져!!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인데--
(텅 빈.. 주변 둘러보며..애들 달래듯) 그나마 김윤식을 믿어주는 건 우리 뿐인데.. 살살들 하라구.. 살살.
윤희 : 다들 그만 두십시오!! 전 훔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선준 : (윤희 보며 차갑게 다그치는) 알아서 뭘, 어떻게 할 생각이지?
윤희 : (.. 말문 막힌다)
선준 : (재신에게) 함정에 빠졌다 하셨습니까? 절 믿게 만드시려면 말보단 물증이 필요하실 겁니다.
차갑게 등을 돌려 가는 선준. 윤희... 상처 입었다.
그런 윤희 얼굴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 보는 재신. 분한 듯 돌아서 간다.
용하 : (윤희 한번 보고 재신 한번 보고) 이봐 걸오. 어디 가?
재신 : (주먹 움켜쥐며) 만들어야지! 물증!!
32. 장의 방 앞 (밤)
막 방으로 들어서려는 하인수.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돌맹이, 방문 앞 기둥에 맞아 떨어진다.
휙 돌아보는 하인수. 재신이다.
하인수 곁으로 임병춘, 설고봉, 강무있다.
임병춘 : 너 이 자식, 뭐하는 짓이야?
재신 : 잊었나 싶어서.
하인수 : (보면)
재신 : 내가-- (주먹.. 풀며) 말보다 주먹이 빠른 놈이란 걸..
하인수 : (피식 웃는) 그래..그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재신 : 넌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다. 그래서 그날 선심쓰는 척.. 대물녀석 한테 약첩을 쥐어준 것두.. 다 네놈 함정이었어. 그렇지?
하인수 : 상상력이 풍부한데 걸오?
재신 : --
하인수 : (씨익 웃는) 내.. 이래서 없는 놈들한텐 마음껏 베풀지를 못해. 선심으로 베푼 일이 꼭 뒷통수를 치거든..
어쩌겠나.. 은혤 원수로 갚는 건.. 그 천박한 품성 탓인걸..
재신 : (주먹.. 부르르)
하인수 : 그 천박한 품성.. 청금단령을 주어 입는다고 고쳐지는 게 아니더군..
그러니 걸오, (낮고 은밀하게 일러준다는 듯) 자네도 조심하라구!!
재신, 하인수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려는데 씨익 웃는 하인수.
하인수 : 왜 징벌방이라도 갈 생각인가?
재신 : 얼마든지!!
하인수 : 나쁠 것 없지. 네놈이 징벌방에서 나올 때 쯤이면.. 김윤식은 출재 당한 다음일테니까.
재신... 그럴 순 없다.. 서서히 주먹에서 힘이 빠지고 씩 웃는 하인수.
재신 : 기다려라!! 내가 꼭 밝혀낼테니까. 출잰.. 니놈들이 준비하는게 좋을거다.
돌아서 가는 재신..
하인수 그런 재신의 뒷모습을 보면서..여유로운 미소 짓는데..
그 옆으로 살짝쿵 다가오는 임병춘.
임병춘 : (칭찬 바라듯) 걱정 마십시오. 이번엔 제가 말끔하게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다들 김윤식이 범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헤헤)
하인수 : (주위 의식하는) 그 입... 조심하는 게 좋겠다.
설고봉 : (갸웃) 헌데.. 장의 (조심스럽게) 이 도난사건의 진범은 대체.. 누구랍니까?
하인수 : 그 따위가 왜 궁금하지? 우린 김윤식을 진범으로 만들면 그뿐이다.
하인수, 매섭게 빛나는 눈빛.
33. 존경각 (밤)
경국대전 대명률 등의 책을 꺼내 돌아서는 윤희, 그 앞에 선준이 책을 꺼내 읽고 있다.
망설이다 결심한 듯 선준에게 다가서는 윤희.
윤희 :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날 동정해서라면 ...그렇게 애쓸 필요 없소.
선준 : (본다..) 무슨 뜻이지?
윤희 : 날 무죄라 여기는 유생이 아무도 없어서.. 그런 내가 불쌍해서.. 돕겠다 마음 먹었다면
(담담한) 난-- 이선준 유생이 필요 없단 말이오.
선준 : (보면)
윤희 : 그러니.. 혹 불통을 받을까 불안해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선준 : (자르며) 내가.. 불통을 받을까봐 불안해 한다 했소?
윤희 : (본다, 냉정한) 꼬치꼬치 날 의심했던건 그 때문이잖소.
선준 : (차갑고 단호한) 정말- 그렇게 생각해?
윤희 : --
선준 : 그래서였나? 내 도움 같은 건 받을 수 없다는 이유..
윤희 : (본다)
선준 : 김윤식 너한테 난-- 지금껏... 고작 성적에나 연연하는 노론의 아들이었나--?
윤희 : (그런 아니지만..)
선준 : (차갑게 몰아치듯) 처음부터... 의심 같은 건 하지도 않았어!! 니 말처럼 난---- 불통 받을 일 따윈..... 시작하지도 않으니까...
윤희 : (본다)
선준 : 고작... 내 몇 마디 질문에 이렇게 상처 입을꺼라면--- 앞으로 한성부에서.. 또 전하 앞에선
혼자 힘으로 뭘 어떻게 할 생각이지?
윤희 : (다..맞는 말.. 약 오른다..)
선준 : 똑똑히 잘 들어라 김윤식. 한성부에 간다 해도-- 니 편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면... 단단히 각오해 두는게 좋겠다.
책 놓고.. 존경각 밖으로 나가는 선준, 그런 선준을 향해 뭔가 더 말하려다 마는 윤희..
왜 점점 이렇게 되가는 걸까..답답하다.
34. 존경각 앞 (밤)
나와 서는 선준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
35. 약방 (밤)
찻잔에 차를 따르는 손, 정약용이다.
정약용 :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다 보십니까?
약방의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던 정조 돌아서며.
정조 : 이런 변변치 못한 스승을 봤나. 제자들을 믿지 못하는겐가--
(천천히 다가와 자리에 앉으며) 한성부 권지로 고작 이틀 일하는걸 못한대서야 출사할 자격이 없지.
정약용 : (맞서듯 강한) 전하께옵서 원하시는 건-- 성균관의 도둑을 잡는 일이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정조 : (찻잔을 들다 정약용 본다. 엷은 미소) 들켰군.
정약용 : 운종가에서 오시는 길이십니까?
정조 : (너털웃음 크게 웃으며) 자넨.. 못 당하겠어.. 어찌 알았나?
정약용 : 암행 차림이십니다. 조보에 보니 운종가 주변으로 도둑들이 들끓고 있다 하기에.. 저 또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정조 : 작은 도둑의 뒤를 쫓다보면 반드시 큰 도둑의 실체와 만나게 돼 있다.. 나는 그리 믿네.
정약용 : (본다)
정조 : 그를 알아볼 만큼 눈이 밝은 자라면.. 그와 마주설 용기가 있는 자라면..
과인은 그자에게.. 금등지사를 찾는 과업을 맡길 생각이다.
찻잔을 드는 정조, 굳은 그러나 희망찬 표정.
역시 찻잔을 드는 정약용은 다소 무거운 표정이다. 걱정스러운 기분.
36. 운종가 (낮)
운종가, 흥성스러운 장터로 들어서는 관복차림의 선준, 윤희, 재신.
머리는 불량스럽게 여전히 묶은 채에 관복도 어설프게 걸치듯 입은 재신. 한 손가락으로 관모를 빙글빙글 돌리며 들어선다.
지나가는 사람들, 윤희 선준 재신을 향해.. 관원인줄 알고 인사하면 윤희도 놀라 엉거주춤 인사하는데..
용하E : 이봐, 거기 한성부 권지들, 나 좀 보지.
윤희, 선준, 재신 돌아보면.. 그 앞에 화려한 갓 도포 차림의 용하.
윤희 : 사형... (용하 위 아래 보며) 그.. 차림은..
용하 : 아.. 이거? (싱긋 웃으며) 이 나라 조선이 왜 이모양 이꼴인줄 아나?
윤희 : --
용하 : 나랏일을 하는 관원들에게 (세 사람 둘러보며) 죄 똑 같은 옷들을 입혀 놓고 있으니..
개성이 존중되길 하나 취향이 반영되길하나.. 그 딱딱한 머리에서 무슨 훌륭한 정책들이 나오겠어?
재신 : 미친 놈.. 말이나 못하면.
윤희 : (쿡 웃으며) 참.. 사형 다우십니다.
용하 : 그래서 우리 동네에선 이런 말이 있다네.. 한성부 관원을 믿느니.. 뒷집 멍첨지를 믿어라. 멍멍!!
선준 : 허나 사형. 한성부 권지일을 하시려면.. 아무래도 관복을 입는 편이.
용하 : (선준 가슴팍 툭툭 치며) 자네들이 있지 않나?
선준/윤희/재신 : (보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용하 : 아.. 나 이런.. 내가 꼭 전문 용어를 써야 겠나? (선준과 윤희에게 다가와 은밀하게) 대, 출!! 대리 출석 말일세.
찡긋, 눈짓하곤 돌아서 가는 용하,
윤희 : 사형!! 한성부 권지는.. 순두전강..전하의 어명입니다.
용하 : (돌아보며) 염려 마시게.. 진범은 나도 꼭 잡을 생각이니까..
자네의 결백을 위해서가 아니라... (굳은 결심) 내.. 자금성을 위해서.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가는 용하.
윤희 걱정스럽다. 그런 윤희를 놓치지 않는 재신.
재신 : 걱정 마라. 구용하다. 운종가에서 나고 자란 놈이니 믿어보자구.
선준 : (용하 쪽 돌아본다)
윤희 : 한성부에 가면 먼저 제 호패를 주웠다는 시전 약방부터 수색을 할 생각입니다. 약첩을 판 자가 다른 물건들도. (하는데)
윤희 시선에 분주한 인파 속에서 장바구니 물건들, 소금이며 짚신 생선토막 훔치는 손이 보인다.
열여섯,일곱 또래의 떠꺼머리, 복동의 형. 복수다.
놀란듯 걸음을 멈춘 윤희. 복수도 윤희를 봤다..
침 퉤 뱉는 복수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려는데 시장바구니 아낙, ‘도둑이야! 도둑!’ 소리치기 시작한다.
복수, 젠장.. 싶은데... 시전 곳곳 순찰 돌던 육모방망이 포교들, 후다다닥 달려 나와 전과 전을 엎으며 복수를 향해 돌진한다.
뒷걸음질 치던 복수. 윤희 선준 재신쪽을 향해 달려 오고
그 뒤를 쫓아오는 관군들 행인들을 마구 밀치며 위험 천만하게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윤희네 일행 앞으로 다가온 복수와 뒤를 쫓는 관군들. 위기일발의 상황.
윤희는 복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선준 그런 윤희가 위험해 보인다.
선준의 손, 윤희 팔 잡아 끌려는 순간인데..
바로 그때다!! 와락 윤희를 안아 돌려 세운 재신.
재신의 기일 팍에 안긴 모양새의 윤희. 그 뒤로 파파파팍 지나 가는 복수와 포교 일당.
선준 그런 윤희와 재신을 본다. 윤희는 안전해 보인다.
재신 저도 모르게 안게 된 윤희를 바로 쳐다 보지도 못하는데 어김 없이 나오는 딸꾹질..
그제야 재신.. 윤희 얼른 떼어 놓는다..
윤희는 여전히 넋이 나간듯 놀란 듯한 표정. 머쓱한 재신.
윤희 : 봤습니다. 저.
재신 : (윤희 보면)
윤희 : 아까 그 아이... 그 아이 목에..
FLASH > 우탁이 애체줄 DIS 복수 목에 걸린 애체줄 그 위로
윤희E : 김우탁 유생이 쓰던 애체 줄이 걸려 있었습니다
윤희 : (재신 보며)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재신 : (놀라) 뭐?
재신 다급히 돌아보면 저만치 가고 있는 복수. 관군들은 이미 퍼지기 시작한 듯 보인다.
재신 관모를 툭 선준에게 던진다. 얼결에 관모 받는 선준.
재신 : 너!! (윤희 보며) 이 녀석 흘리지 말고 잘 챙겨서 들어가라.
선준 : (의아한데)
윤희 : 사형!! 어디 가십니까..
재신 : 그놈 잡으러!!
어느새 벗어 버린 관복 휙 윤희에게 던지곤 바람처럼 달려가는 재신.
관복을 받은 윤희.. 기막히다.
남겨진 선준과 윤희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37. 존경각 (낮)
손으로 한 줄 한 줄 조보를 짚어 가며 읽는 손.. 정약용이다..
서가에 책을 정리하던 대사성. 그런 정약용을 살피듯 본다.
대사성 : (책을 꽂으며) 정박사 간밤에 전하께 무슨 언질이라도 받았소?
정약용 : (대사성 보면)
대사성 : 그 조보-- 조정으로 돌아갈 날만 손 꼽으며 조정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닌가.. 해서요.
정약용 : (씨익 웃으며 너스레다) 저러언.. 간밤에 운종가에서만 도난 사건이 여덟건.. 무뢰배들의 폭력 사태만 네건,
어이쿠-- 이런 몹쓸!! 살인사건도 일어났답니다..
대사성 : 사람.. 싱겁긴.. 운종가 주변에 좀도둑이 창궐한 것이 뭐 어제 오늘 일이랍니까?
정약용 : (맞장구)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어째서.. 운종가 주변엔.. 늘 그렇게 도난사건이 많이 일어나는지..
영감께선.. 혹.. 아십니까?
대사성 : (말문 막힌다) 그야..내가 한성부 관원도 아니고..
정약용 : 권지를 나간 아이들이 물어온다면..어찌 답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품계야.. 미관말직이라 하나.. 이 자리.. 스승의 자리가 아닙니까.
38. 한성부 일실 앞 복도 (낮)
문 앞에 선 윤희와 선준. 저도 모르게 문을 열다 손이 부딪힌다.
주춤, 물러서는 윤희 어색한 두 사람. 그 위로...
선준E : 성균관에서 온 한성부 권지들입니다.
39. 한성부 일실 (낮)
한 켠에서 선준과 윤희, 뻘쭘하다.
선준 : 저흰--
하는데 보지도 않고 입 닫으라는 듯 손짓하는 윤참군.
늙수그레한 한성부 하급관원과 포교들 모두 응접셋트에 앉아.. 작전지도를 앞에 두고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작전 숙의중이다.
그중 제일 고참 윤참군.
윤참군 : (눈빛 번득이며) 그러니까 자넨 여기 여길 맡고 자넨 이 길목에서 지키고 서 있으란 말일세.
이번 작전에 난-- 내 전부를 걸었네.
다른 관원과 포교들 모두 의미심장하게 끄덕인다.
선준과 윤희도 어쩐지 긴장하고 윤참군 쪽 보는데...
윤참군 : (엄숙하다) 그럼.. 가지!!
벌떡 일어나는 윤참군과 우루루 따라 일어나는 관원, 포교들
윤희 선준 자세를 가다듬고 그들 보는데
윤참군, 휙 몸을 돌려 문쪽이 아닌 벽쪽에 턱하니!! 작전도 붙인다. 우루루 달려드는 윤참군과 관원들.
윤참군 : (큰 소리) 어허.. (경악) 이..이이런..
관원들 : (환호하는) 와!!
윤희 선준 의아한 듯 보면 윤참군과 포교들 사다리를 타고 있다.
윤참군의 붓이 따라 내려간 곳에 가장 많은 액수, 닷푼 써 있다.
기가 막힌 선준과 윤희.
그 뒤로 펼쳐진 한성부 일실의 풍경. 한 켠에 아무렇게나 집어 던져진 책과 육모방망이며 집기들.. 어수 선하다.
복지부동과 태만의 현장이다.
윤희 : 우린 성균관 도난사건의 범인을 찾으라는 어명을 받고 왔습니다. 협조해주십시오.
그러자 마뜩찮은 듯 윤희를 꼬놔보며 다가와 서는 윤참군.
윤참군 : 거 조선 팔도에 도둑놈 드나든 데가 어디 성균관 하나냐? 유난 떨기는..
(애송이들 놀리는) 왜.. 네놈들 거시기라도 떼갈까봐 무서웠어? (윤희 엉덩이 토닥토닥)
윤희 : (얼굴 붉어지고 당혹스러운데)
관원,포교들 : (우하하하)
선준 : (둘러보며 압도하는 눈빛) 비록 임시직인 권지라 하나 우린 한성부 관원입니다.
지금 이 시각부턴 동료의 예를 갖춰 주시겠습니까.
윤참군 : 예예..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선준 약올리 듯) 나으리.
윤참군 조롱조의 말에 다른 포교들, 키득대고 선준과 윤희 답답해진다.
임병춘E : 이선준.. 김윤식.. 그놈들 말입니다.
40. 운종가 거리 일각 (낮)
시전 통을 걸으며 이야기 하는 하인수 임병춘 설고봉. 모두 한성부 권지 관복을 입고 있다.
임병춘 : 혹.. 한성부 권지랍시고.. 약방 주인을 막.. 취조 하고 그러면.. 어쩝니까. 즈이가 김윤식 지 호패를-- (하는데)
하인수 : (쓱 보면)
임병춘 : (얼른 입 틀어 막고 주위 살피는)
하인수 : 한성부에 조치해 뒀다. 약방은 커녕.. 김윤식은- 결백을 증명할 어떤 노력도 할 수 없을게다. 아주(~~웃는) 바빠질테니까..
임병춘 의아한데.
뒤에서 설고봉은.. 인사하는 백성들에게 거드름 피우느라 바쁘기만 하다. 장사 잘 돼? 정도. 그 위로...
E 요란한 사이렌 소리 같은 벨...
41. 한성부 일실 (낮)
한성부 벽에 붙어 있는 종이 뎅뎅뎅 울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기지개 하며 몸을 푸는 윤참군 포교들.
윤참군 : 어디.. 우리 나리들 솜씨 한번 볼까요? (씨익 웃는)
의아한 듯 보는 선준 윤희.
42. 수다박수 (낮) (42씬부터 44씬 몽타쥬 느낌으로)
서양식 파이프를 물고 귀걸이를 한 용하를 버금가는 패션리더.
화려한 반지 낀 새끼 손가락 하나 꼿꼿하게 들고 차를 마시는 사내.
용하 그 찻잔 내려 놓고.
용하 : (반지 가르키며) 뒷골목에서 장물 사들이는 버릇은 여전해. 골라두 어디서 십년이나 묵은걸---
사내 : 아니거든.. 이거 삼년 밖에 안 구른거라.. 비싸게 줬거든.
용하 : (걸려들었다는 듯 싱긋) 어디서 샀는데?
사내 : (못 당하겠다는 얼굴)
상인E : 영업기밀이야.
43. 운종가 사치품 매장 (낮)
서양식 손목시계, 화려한 여자 가체, 가방, 물담배. 아랍쪽 냄새가 나는 도자기, 크리스탈 잔과
세계 유명 성들의 모형등 오늘날 수입 악세사리 멀티샵 분위기.
용하 : (크리스탈 잔.. 하늘 높이 던져 올렸다 받으면서) 정말? 말 못해?
상인 : (불안 불안) 어..어..
용하 : (던졌다가 못 받을 뻔 했다가.. 다시 받는) 알지? 나 구용하야. 가게.. 뺄래?
상인 : (크리스탈 잔 뺏으며.. 하는 수 없다는 듯) 있어. 꼬맹이 녀석.
44. 다리 밑 (낮)
손으로 까딱까닥 오라고 손짓하는 떠꺼머리 십대 불량 청소년들.
으스스스한 분위기.. 용하 쫄았다.. 주위살피며 가는데.
용하 : (혼잣말) 이 인간, 가게 빼야지.. 저게 꼬맹이야?
청소년 : 빨리 안 튀어와?
용하 : (다다다다 달려간다)
청소년 : 뭐 살래?
소매춤에서 돈 다발 꺼내 흔드는 용하.. 헉 놀라는 청소년들.
용하 : 니들한테 물건 넘기는 놈.. 누구야?
45. 난전가 (낮)
도성 변두리 외곽 골목에 차려진 빈민들의 난전 행상.
물건들의 양과 질이 시전과는 천양지차의 노점상.
주루룩 수레 위에 올려진 장신구도 있고 과일이며 먹을거리도 보인다..
두리번거리며 들어서는 용하.. 발걸음이 뚝 멈춘다.
저 멀리 용하의 자금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용하.
그때 골목길에서 훅 뛰어 나오는 복수.
용하 보면 그 뒤를 따라 헉헉 대며 달려온 재신이다. 용하 반가워 재신의 소매자락을 잡는.
용하 : (뜻밖이다, 반색) 이보게 걸오.
재신, 용하 보다가 고개 돌려 복수 찾으면 이미 사라지고 없는 복수 놓쳐 버렸다. 낭패다..
용하 : (재신 와락 끌어 안으며) 자넬 여기서 다 만나구 역시.. 우린 천생연분일세.
재신 : (그런 용하 등짝 팔꿈치로 쿡 찌르며) 이 왠수!!
용하 : (헉!! 아프다, 서운한 듯 울상 재신 보면)
재신 : 네놈 때문에 놓쳤단 말이다. 젠장.. 진범일 수도 있었는데.
용하 : (윽 아프지만) 아직 우리에겐 기회가 있어.
용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엔 자금성과 해원의 청화연적이다.
재신과 용하 반색으로 얼굴 마주보는데.
그때, 우르르 쾅쾅 와지끈 소리 들려온다. 놀란 듯 휙 뒤돌아보는 재신과 용하.
거칠게 난전을 깨부수며 들어오는 장정 무뢰배들이다.
손에 잡히는대로 물건을 내던지고 말리는 상인들을 마구잡이로 두들겨 패는 한마디로.. 용역 깡패들.
아낙들을 밀쳐내는 무뢰배들의 팔목을 잡는 재신..
재신 : 함부로 주먹질하는거, 자꾸하면 습관될텐데.
무뢰배 : (들은 척도 안 하고 주먹 빼려는데) 저리 안 꺼져?
재신, 무뢰배 퍽-- 주먹으로 날려버린다.
재신 : 나쁜 버르장머린. 매 밖에 약이 없어서--
용하 : (재신과 무뢰배 사이로 끼어들며) 그만 됐네.. 걸오. 관군들일세.
재신 보면 반대편 골목입구에서 십 여명의 관군들, 들이닥친다.
무뢰배의 손을 놓는 재신,
그때다.. 관군들 무뢰배 보다 더 거칠게 난전을 깨부수고 상인들을 굴비두릅 엮듯 줄줄이 잡아간다.
재신도 용화도 갑작스런 이 상황에 놀랍기만 한데
그때 관군을 따라 들어와 골목의 맞은편에 서 있는 윤희와 선준.
어처구니없는 이 현실에 마주한 네 사람.
놀란 눈으로 관군의 행태를 보던 윤희. 아낙을 밀치는 관군의 앞을 막아선다.
윤희 : 지금 뭐하는 겁니까.. 힘없는 백성을 보호하는게.. 관군의 임무 아닙니까..
윤참군 : (돌아서 윤희 앞에 와 서며) 나랏법을 지키는 것도 관군의 임무라서 말입니다요.. (힘주어 조롱하듯) 나으리.
윤참군, 아낙을 잡아 가려는 듯 윤희 밀치는데.. 다시 그 아낙을 막아서는 윤희.
윤희 : 함부로 백성을 짓밟아도 된다는 나랏법이 세상에 어딨소?
윤참군 : (윤희 확 밀치며,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냉정하고 무서운 얼굴) 금난전권..모르나?
시전 상인이 아닌 그 누구도 도성안에선.. 물건을 팔 수 없다!! (아낙 끌고 가 버린다)
윤희 : 말도 안돼!!
나서려는 윤희 어깨를 잡는 선준.
선준 돌아보는 윤희.. 선준 가만히 제지 하는 눈빛이다.
윤참군, 선준과 윤희 똑바로 보며.. 보란 듯이..
윤참군 : 끌고 가!! 백성이 아니라.. 법을 어긴 죄인들이다.. 다 처 넣어!!
윤참군과 관군들이 빈민 상인들을 끌고 간 자리..
깨진 물건들이며 폐허가 된 골목 안에 남아 있는 선준, 윤희, 재신, 용하.
성균관 밖을 벗어나 처음으로 자신들의 무기력함과 마주친 네 사람의 허탈한 표정.
46. 도성 거리 다른 일각 (낮)
암행차림의 옷을 입고 그런 잘금 4인방을 지켜보는 정조와 정약용.
정약용 : 뜻하신 대로 아이들은.. 큰 도둑의 실체에 다가서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전하.
정조 : (보다가, 미소 지으며) 과인이 과민한 탓인가-- 어쩐지 그대는 원치 않았다는 얼굴이로군.
정약용 : 결국 지금의 저 아이들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들이 무엇을 배우리라 보십니까..
정조 : 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 부정한 세상에서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스스로에 대한 분노.
정약용 보면 정조의 얼굴에 깊은 고뇌가 스쳐간다.
47. 송행수 집 안방 (낮)
한상 잘 차려진 술상 앞에 마주 앉은 송행수와 병판 그리고 하인수.
송행수 : 아니, 금상께서는 그렇게 포기가 안 되신답니까?
병판 : (술잔을 드는)
송행수 : 암행감찰인지 뭔지를 다니면서 물가를 잡겠다느니 자유로운 상거래를 허용할 방도를 찾겠다느니..
잔뜩 바람을 넣고 갔다지 뭡니까.
하인수 : (피식.. 웃으며) 말로야 이 조선 땅에 극락인들 못 만들겠나.
송행수 : 뻑하면.... 금난전권을 폐지하느니 마느니.. 왜 우리 시전상인들만 못살게 구느냐 말입니다.
불안해서 장사가 안 됩니다. 장사가!!
병판 : 거 사람.. 죽는 소리하기는.. 자네들 뒤에는 우리 노론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지 않나--
송행수 : (돈궤 올려놓는) 지금 그 말씀 즈이 모두 앞에서 해 주시겠습니까.
병판 : (보면)
송행수 : 오늘 밤 저희 시전 상인들이 조촐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병판 앞으로 돈 궤 밀어 넣는 송행수. 미소 짓는 병판.
윤희E : 금난전권이라니!! 무슨 그 따위 법이 다 있습니까?
48. 주점 (낮)
술잔을 탕 내려놓는 관복차림의 윤희. 그 앞자리에 앉은 선준과 재신.
윤희 : 왜 갑자기 도성 안에 도둑이 들끓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재신 : (보면)
윤희 : 시전 상인들만 장사를 하게 두니까.. 물건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배고픈 백성들은.. 훔쳐서라도 먹고 살 수 밖에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씩씩 대는 윤희, 술잔 들이키곤 탕 내려놓는데...
무거운 얼굴로 앉아 있던 선준 술잔 들려하자.. 탁 그 손을 막는 윤희.
선준 보면. 윤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개 돌린다.
윤희 : (재신 보며) 말씀 좀 해보십시오. 사형. 관원들이 혼내 줘야하는건 백성들이 아니라.. 그 시전 상인들 아니냐구요..
윤희 또 술잔 들이키려는데 그 술잔을 뺏는 손 용하다.
들어와 그 자리에 합석하는 용하.
용하 : 왠 줄 아나?
윤희 : (보면)
용하 : 그 관원들 돈줄이... 바로 시전 상인들이거든.. 즈이 밥그릇에 밥술 부어주는 사람한테 짖는 개 봤어?
윤희 : --
선준 : --
재신 : (술만 마신다)
용하 : 시전 상인들 뒷배를 봐주고 벌어들이는 돈이... 고스란히... (선준 보며) 노론 벌열들의 정치자금이 되고 있다는거지.
선준 답답한 듯 술잔 들이키려는데 또 그 술잔을 막는 윤희.
선준과 윤희 눈빛이 챙 부딪힌다.
선준 : 왜 자꾸 이러시오.
윤희 : (밉다. 이 앙다물고..)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묻는게요?
날선 선준과 윤희 팽팽하게 맞서는데...
윤참군E : 주모 여기 술 더 가져와!! 술.
선준 윤희 동시에 돌아보면..
주점 조금 떨어진 뒤편에 이미 취할대로 취한 윤참군과 관원 포졸들 헤롱거리고 있다.
놀란 듯 마주 보는 선준과 윤희. 재신, 용하.
그때.. 술상 앞으로 퍽 꼬꾸라지는 윤참군.
네 사람, 의미심장한 눈빛을 나눈다.
CUT TO
윤참군과 포교들 상투와 상투끼리 묶어 놓고 발과 손 모두 줄줄이 엮어 놓은 상태. 옷은 옷고름끼리 묶어 놓았다.
한데 돌돌 묶인 윤참군과 포교들.
한켠에 선준보면 못마땅한 얼굴의 선준.
선준 : 이는 글을 아는 선비가 할 짓이 아니오.
용하 재신 윤희 휙 마뜩찮게 선준 보는데..
CUT TO
붓을 내려 놓는 선준.
윤참군과 포교들의 얼굴 위에 적혀 있는 盜賊 그 위로
윤희E : 도적--?
윤희 쿡 웃다가 선준과 눈이 마주치자 겸연쩍은 듯 시선 피하고..
용하 : (큰소리, 윤참 귀에 대고) 불이야!!
기함하고 일어서는 윤참군. 한데 묶인 채 날뛰는 포교들.
용하 : 튀어!!
용하, 제일 앞서 달려가기 시작하고 재신 윤희 선준.. 모두 달려가기 시작한다.
49. 운종가 장터 거리 (낮)
인파 속을 앞 다퉈 달려가는 네 사람.
조금은 통쾌한 듯 웃으며 달려가는 용하와 윤희.
재신도 그런 윤희 보면서 씩 웃는데, 선준도 엷은 미소 짓는다.
현실은 답답하고 미래는 채 보이지 않아도 청춘이 싱그러운 젊은 벗들의 해사한 한때다.
장터 거리에 사람들 그런 잘금 4인방, 눈부신 듯 바라본다.
그때 섬섬이와 앵앵이 장신구전에서 나오며.
섬섬 : 어, 잘금 4인방이다.
앵앵 : 잘금 4인방?
여전히 관군을 피해 힘차게 달려가는 선준 윤희 재신 용하.
장터 사람들.. 잘금 4인방... 잘금 4인방..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가고.
세책방 황가, 톡 나오면서..
황가 : 영감이 떠올랐다!! 신작 패설집의 이름!! 잘금 4인방의 은밀한 외출.
엉망이 된 옷차림으로 뒤를 쫓는 관군들.
걸음아 날 살려라.. 달려가는 잘금 4인방의 환한 얼굴.
50. 세책방 밀실 (저녁)
좌라락 펼쳐지는 지도. 시전 상인 송행수의 객주집 평면도.
은밀하게 모의하듯 머리를 맞댄 선준, 윤희, 재신, 용하.
용하 : 여기. 이번 사건의 진범이 숨어 있다.
윤희 : 진범이요? (의아한듯 지도 보는) 여기가 어딥니까?
용하 : 시전 행수, 송용태의 집.
재신 : 진범이.. 시전 행수의 집에 숨어 있단 말이냐? (당장 뛰쳐나갈듯)
용하 : 관원들이 깨부신 난전의 물건들, 어디로 갈꺼 같애?
재신 : (돌아보며)
윤희 : ...그야.. 한성부.. 아닙니까?
선준 : 시전상인의 수장고군요.
윤희 : (본다)
선준 : 난전은 걷어내고.. 그 물건들은-- 다시 시전을 통해 백성들에게 비싼 값으로 되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겁니다.
용하 : 정답!! (지도 탁 짚으며) 지금 이 수장고 안에 있다구.
INST > 45씬 감춰진 내용
난전 깨질 때.. 관원들 용하 자금성을 챙겨 간다.
용하가 펴보던 종이 표지 장부를 관원이 뺏어가는 장면. 그 위로.
용하E : 내 자금성도.. 난전의 거래내역이 담긴 장부도 같이.
윤희 : 장부요?
용하 : 그래.. 성균관에서 내 자금성을 훔쳐다 팔아치운 놈의 이름이 적힌... 거래장부.
재신 : 그럼.. 그 장부만 찾으면 진범.. 찾는건가?
용하 : 물론.
선준 : 허나... 시전 상인들에겐 필요치 않은 물건입니다... 이미 버렸을 수도 있고.. 이 수장고에 있다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용하 : 아직은 있어. 송행수가 보지 않은 물건은 내다 버릴 수 가 없고 그 인간은 여기에 신경 쓸 여가가 없었지. 왜냐?
윤희 : --
용하 : (회심의 미소) 아주 큰 연회가 열리거든.. 바로 오늘 밤에!!
톡톡, 송행수 집의 지도를 치는 용하의 손.
51. 송행수 집 (저녁)
송행수집 지도에서 집안 곳곳에 걸리는 등등등.
송행수 상인들을 맞아 들이며 웃고 인사하고 있다.
병판과 하인수. 송행수와 반갑게 인사 나눈다. 그 집 실사 화면에서--
52. 세책방 밀실 (저녁)
세책방 지도로..
용하 : 시전행수 집 수장고는 모두 8개. 분명 이 중 어딘가엔 장부가 있다. 오늘 밤. 우리 중 누군가. 그 장부를 가져오기만 하면 돼.
윤희 : (단호한) 제가 가겠습니다.
선준 : 그건 안됩니다.
윤희 : (못 마땅한) 왜 이것도 예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라 이거요? 그 법이 얼마나 우스운건지 아직도 모르겠소?
시전상인들이 힘으로
선준 : (그런 윤희 보며) 그래서 하는 말이오... 거긴 너무 위험해.
윤희 : (그런 마음인줄은 몰랐다)
선준 : (용하재신보며)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재신 : 시끄러 둘다. 내가 간다.
윤희 : (앞 다퉈) 아니오. 제가 해요 제가 하게 해 주세요
용하 : (고개 설레설레) 다들 뭘 착각하는 거 아니야? 연희라고 해도 우린.. 가서 술 한잔 기녀 손목 한번 잡아볼 수 없다고.
운수가.. 사나와서.. 걸리기라도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수도 있어..
윤희 : 그러니.. 제가 한다구요.
선준 : (본다)
윤희 : 저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제가 끝맺고 싶어요. 이해해주십시오.
재신 : (벌떡 일어나며) 안돼. 절대 안돼. 대물 넌 여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다녀올테니까.
선준 : (지나치게 윤희를 챙기는 재신을 의아한 듯 보는)
용하 : (귀찮다는 듯) 그래.. 아예 다 같이 가자. 손에 손 꼭 붙잡고..됐냐?
윤희 : ---
용하 : 해시에 여기서 다시 만나는 거다!!
고개 끄덕이는 윤희. 마뜩찮은 재신. 선준은 굳은 표정이다.
E 가야금 가락소리.
53. 송행수 집 안방 (밤)
초선이 가야금을 뜯고 있고 잔칫상을 앞에 즐거워하는 상인들.
병판, 하인수를 소개하며 환하게 웃고. 하인수는 냉정한 표정으로 인사한다.
초선을 돌아보는 하인수.
54. 세책방 밀실 (밤)
밀실의 문을 여는 윤희 아무도 없다.
의아한 듯 둘러보는 윤희 그 앞에 붙어 있는 편지.
용하E : 장부는 우리가 데려 오마. 아무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길.
윤희 놀라는데 그 편지를 거칠게 떼어내는 손 재신.
재신 : 이런!!
55. 송행수 집 마당 (밤)
용하와 선준 행수 집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용하 : 내 자네 말을 따르긴 했네만 여기서 살아 돌아간다 해도 대물과 걸오 그 인간들한테 살아남을 수 있을진 모르겠군.
선준 : 수장고엔 한명이 들어가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그러기엔 김윤식은 순발력이 떨어지고.
용하 : 냉정하군.
선준 : 걸오사형은--- 그 불같은 성미 때문에..
용하 : 우리 중에 제일 위험한 놈이지. 암.
56. 세책방 밀실 (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 책상을 쾅 치는 재신.
윤희 : 전 이대로 기다릴 수 만은 없습니다. 사형.
재신 : (본다)
윤희 : 저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이번에도.. 빚진 기분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돌아서 나가는 윤희.
재신 답답한 듯 머리 긁적이며 따라간다.
57. 송행수 집 마당 (밤)
밤바람을 쐬러 나온 듯 하인수. 마당으로 걸어 나온다.
마당에도 여기저기 술판이 벌어져 있다. 술에 취한 시전 상인들 기녀 품에 안고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데
하인수, 그런 시전 상인들 경멸하듯 본다.
그때 하인수 시선에 저 멀리 기둥 뒤로 삭 사라져 가는 선준이 보였다.
믿기지 않는 듯 갸웃하는 하인수. 다시 마당을 둘러보면..
이번엔.. 기녀를 품에 안고 술을 마시고 있는 용하가 보인다.
용하에게 다가가는 하인수.
하인수 : 여긴.. 어쩐 일이냐?
용하 : 술과 여자가 있는 곳에 이 여림 구용하가 있는 거야 당연한 게 아닌가.. 하하. (일부러 더 과장된.. 하인수 살피며)
하인수 : 시전상인들에게만 엄격히 출입을 통제한 걸로 아는데..
용하 : (상인들 둘러보며) 나야 시전 상인들에게 가겔 세논... 주인댁 도련님이시지만, 그러는 넌?
하인수 : --
용하 : 아, 그렇지.. 시전상인과 노론명문가 집안은 한 식구였지?
하인수 : (못마땅한 듯 보다가...떠보는..) 자네.... 혼잔가--?
용하 : 그럼 혼자지. 이런 구역질나는 연회를 좋아할 사람이.. 나 밖에 더 있어?
하인수, 뭔가.. 미심쩍은 비밀이 있다는 걸 직감하는 얼굴.
58. 송행수 집 안방 (밤)
술 마시며 즐거워 보이는 병판에게 은밀히 다가와 앉는 하인수.
하인수 : 은밀히.. 관군들을 불러 주시겠습니까?
병판 : (술잔 들이키다 본다)
하인수 : 사윗감.. 길 좀 들이셔야겠습니다.
병판 : (굳어진다)
59. 수장고 (밤)
수장고 안 여러 물품 품목들 난전 물건들 속 장부를 뒤적이며 찾고 있는 선준.
60. 송행수 집으로 가는 길 (밤)
윤희를 돌려 세우는 재신.
재신 : 고집 좀 그만 부려. 다들 너 걱정해서 이런다는 거 모르겠어? 이럴 땐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거다.
윤희 : 저도 걱정됩니다.
재신 : ---
윤희 : 사형들이 절 걱정하는 것 만큼.. 저도.. 사형들이 걱정된단 말입니다.
재신 : (그런 윤희.. 물끄러미 보다가) 가도 내가 가. 그러니까....
하다가.. 말을 멈추는 재신.
윤희 의아한듯 보면.. 관군대장이 이끄는 관군들.. 윤희와 재신 뒤로 지나가는 관군들.
관군1 : 모처럼 비번이라 좋아라 했더니.. 어떤 간 큰 놈 때문에.. 우리만 좋다 말았잖아.
관군2 : 간 큰놈? 하긴.. 어떤 미친놈이.. 시전 행수네 수장고를 털겠나..
놀란듯 시선 마주치는 재신과 윤희.
재신 : 안되겠다. 대물. 관군들은 내가 잡아두지. 넌 가서 알려줘야겠다.
(윤희 똑바로 보고, 걱정스러운) 잘 할 수 있지? ...조심하는거다.
윤희 끄덕이면.. 관군들 쪽을 향해 달려가는 재신.
걱정스러운 윤희.
61. 송행수 집 다른 거리 일각 (밤)
양 손 풀며 관군들 앞으로 다가서는 재신.
재신 : (혼잣말) 조금만 버텨 보자.. 문재신!
관군 앞에 다가서는 재신.
재신 : 어쩌지? 이 길로는 보내 줄 수가 없는데.
관군1 : (재신 위 아래 보며) 미친놈 아냐? (다른 관군에게) 야.. 저 자식 치워.
관군2 재신에게 주먹질하면 휙 피하면서 주먹질하는 재신.
관군2 한방에 나가 떨어진다. 관군들.. 놀란다.
관군1 턱짓하면.. 우루루 달려 나오는 관군들.
재신 : (불안하지만.. 씨익 웃으며) 천천히 하자.. 천천히!!
62. 송행수 집 앞 (밤)
윤희를 가로막는 손. 시전상인 집사.
시전상인 : 안됩니다. 이 자린.. 시전상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오.
윤희 : 안에 있는 분께.. 전할 말이 있소.. 그러니..
시전상인 : (윤희를 밀쳐내는) 썩 물러가시오...
윤희 난감한데..
그때 윤희 옆으로 꽃 삿갓을 쓴 기녀들의 행렬이.. 행수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섬섬이와 앵앵이 윤희를 스치듯 돌아 본다.
63. 수장고 안 선준 (밤)
장부를 찾던 선준.. 얼굴 환해진다.. 50씬 INST속 장부를 찾았다.
64. 송행수 집 마당 (밤)
마당으로 문 팍 열리며 들어오는 관군들..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 놀란 눈으로 관군 보는데.
용하 놀라는데..
관군1 : 수장고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상인들 : 도둑..? 아니.. 무슨 도둑..
웅성이고.. 용하 불안해지는데..
하인수E : 내가 불렀소.
용하 돌아보면.. 수장고쪽에서 걸어오는 하인수.
하인수 : (용하 보며) 집안에.. 도둑놈이 든 것 같아서, 저 쪽 수장고 쪽이던가--
용하 굳어진다.
65. 송행수집 근처 어느 일각 (밤)
관군들과 접전을 벌인 재신.. 터진 입가를 쓰윽 닦는다.
재신 : 문재신..이거.. 다 됐군,.. (피식 쓴 웃음 짓는데)
66. 송행수 안방 (밤)
초조한듯 손을 감싸쥐는 송행수.
송행수 : 꼭.. 잡아야 합니다. 그 도둑놈.. 대감.
병판 : (못 마땅) 병조의 관군들을 믿지 못하겠다는겐가-- 지금.
송행수 : 즈이 집 수장고는 단지 수장고가 아닙니다.
병판 : (본다. 뭐라--)
송행수 : 수장고가 털리면 다치는건 즈이 놈들이 아니라 대감들이실겝니다.
67. 수장고 (밤)
선준, 장부, 하나하나 짚어 내려가는데 그때 쿵쾅쿵쾅 요란하다.
불안해진 듯 문 쪽 돌아보는 선준.
68. 수장고 앞 (밤)
관군들 문을 하나씩 벌컥벌컥 열면서 들어온다. 하나하나.. 열면서 점점 선준의 수장고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69. 수장고 (밤)
선준, 장부를 덮는다. 굳은 얼굴,
그때 덜컹 문이 열리고 놀란 선준 반사적으로 각목 하나 집곤 휙 돌아보는데
눈 앞에는 꽃삿갓을 쓴 미색이 고운 기녀 하나, 선준을 향해 달려온다.
놀라는 선준.
선준을 향해 달려오는 기녀 선준 눈이 동그레진다. 기녀는 다름아닌 윤희다.
놀라는 선준.
쾅쾅 관군들 문을 차는 소리.
그 위기일발 긴장된 상황, 와락 선준을 끌어 안는 윤희.
놀란 선준의 얼굴에서-- - 9회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