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어느, 어떤’에 대한 의미 고찰 및 중국어와의 대응 표현
1. 들어가는 말
일상생활에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항상 질문을 제기하며, 그러한 의 문문에는 의문사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연구에는 의 문사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한.중 의문사에 대한 대조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1) 최현배(1929/2004)에서 대명사를 사람 대이름씨와 몬 대이름 씨로 가르고, 대이름씨는 다시 그 가리키는 대상을 따라 ‘일몬-곳-쪽’의 세 갈래를 세우며 ‘어느 것, 어디, 어느 쪽, 어떤 것, 어떤 쪽’으로 예를 들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 ‘어디’는 대명사로 기술하며 ‘어 느’와 어떤’은 관형사로 기술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중국어표현은 ‘哪’라고 할 수 있는데, 中韓大辭典(1995)에서 ‘哪’는 대명사이며 ‘어느, 어떤, 어디’의 뜻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한.중 사전에서 ‘어디’는 중국어 ‘哪兒, 哪裡, 哪’로 번역하며, ‘어느’는 ‘哪, 哪個’로 번역하고, ‘어 떤’은 중국어 ‘哪樣’로 번역하고 있다. 사전만 보면 한국어 ‘어디, 어느, 어떤’은 간단하게 중국어 ‘哪’계 의문사와 대응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 제 언어 사용에는 그나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중국어 의문사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학자에 따라 의문사의 분류 체계가 다양하다. 邢福義(2002)에서는 의문사를 ‘誰’류, ‘什麽’류, ‘哪’류, ‘幾’류, ‘多’류, ‘怎’류로 분류한다. 朱德熙(1982)에서는 의문사를 ‘誰, 什麽’류, ‘哪, 哪兒, 哪裡’류, ‘怎麼, 怎麼樣’류로 분류한다. 現代漢語(2007)에서 중 국어 의문사는 의문대명사, 의문술어, 의문부사로 분류하며 ‘哪, 哪兒, 哪 裡’는 의문대명사로 분류되어 있다.2)
한국어에서 ‘어디’와 ‘어느, 어떤’은 서로의 품사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로 해석할 때 서로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보이는 것이다.3) 본 연 구에서는 한국어 의문사 ‘어디, 어느, 어떤’을 사전에서 제시한 의미 기 준에 따라 구체적인 예문들을 고찰하며 이 세 단어가 중국어에서의 대응 된 표현을 검토함으로써 서로의 대응관계를 밝혀 보고자 한다. 이는 한 국어를 배우는 중국인과 중국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이 상대 언어를 더 잘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2. ‘어디’
‘어디’의 사용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사전의 뜻풀이를 살펴보고 자 한다.4) ‘어디’에 대한 기술은 아래와 같다. 첫째, 의문문에 쓰여 잘 모 르는 어느 곳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둘째, 가리키는 곳을 굳이 밝혀서 말하지 아니할 때 쓰는 지시 대명사; 셋째,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아니하거나 꼭 집어 댈 수 없는 곳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넷째, 주로 ‘어딘 가’, ‘어딘지’ 꼴로 쓰여 무엇이라 말하기 어려운 점을 가리키는 지시 대 명사; 다섯째, 반어적 의문문에 쓰여 수량, 범위, 장소 따위가 아주 대단 함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여섯째, ‘어디까지나’ 꼴로 쓰여 조금의 여 지도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2.1. 의문(疑問)용법
‘어디’가 의문문에 쓰여 잘 모르는 장소를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인 경
우에 대하여 살펴보겠다.5)
(1) 학교가 어디냐? 學校在哪兒/哪裡?
(2) 돈을 어디다 숨겼지? 把錢藏哪兒/哪裡了?
예문(1)은 학교가 있는 장소를 물어보며 예문(2)는 돈을 숨긴 장소를 물어본다. 한국어 의문사 ‘어디’가 잘 모르는 장소나 위치를 가리켜 물어 볼 때, 중국어로는 ‘哪兒’나 ‘哪裡’를 쓴다. 현대중국어에서 ‘哪裡’는 주 로 글말에서 사용하며 ‘哪兒’는 주로 입말에서 사용한다.
2.2. 부정(不定)용법
남기심(2005:385)에서는 의문문에서 사용되는 의문대명사 ‘어디’가 의
문문이 아닌 평서문에 쓰이게 되면 부정대명사가 된다고 하였다.6) 다음은 ‘어디’가 평서문에서 쓰인 경우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3) 어디 가 볼 데가 있다. 有一个地方要去.
(4) 나 어디 좀 다녀올게. 我去去就回來.
위의 예문에서 ‘어디’는 어느 곳을 정했지만 굳이 가리키는 곳을 밝혀 서 말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에 대응되는 중국어표현을 보면 ‘어 디’를 ‘哪兒, 哪裡’로 쓸 수 없으며 예문에서처럼 생략하여 표현한다.
(5) 겨우 그녀의 집을 찾아갔지만 그녀는 어디 나가고 없었다. 好不容易才找到她家,她卻去哪兒(/哪裡)了,不在家.
(6) 우리 어디 가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출처 : 이병주, 행복어 사전) 我們去哪兒(/哪裡)喝一杯.
예문(5)는 화자가 그녀가 간 곳을 모르거나 다른 사람에게 듣자니 간 곳을 알았지만 밝혀서 말하고 싶지 아니한 경우이다. 예문(6) 역시 술을 마시는 장소를 정하지 않았거나 정했지만 밝혀서 말하고 싶지 아니한 경 우이다. 이에 대응되는 중국어 표현은 ‘哪兒’나 ‘哪裡’이다.
다음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아니하거나 꼭 집어 낼 수 없는 곳을 가 리키는 지시 대명사로 쓰이는 ‘어디’에 대해 살펴보겠다.
(7) 어디나 다 정들면 고향이다. 有了感情在哪兒(/哪裡)都是故鄉。
(8) 네가 원하면 어디든 가도 좋다.
如果你願意, 去哪兒(/哪裡)都好.
위의 예에서 ‘어디’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는 ‘아무 데나’, ‘아무 곳’의 의미를 나타낸다. 이에 대응되는 중국어 표현으로 ‘哪兒’, ‘哪裡’를 쓸 수 있다.
(9) 군중들의 모습은 처참하다기보다 마치 어디 공동묘지에서 귀신들이 끌려 나와 걷고 있는 것 같은 귀기가 풍겼다. (출처: 송기숙, 암태도) 這些群眾的面容,與其說淒慘,不如說就像從什麽公共墓地被拉出來遊 走的鬼似的帶著鬼氣.
(10) 용술이 놈이 어디 다른 곳에다 이미 감쪽같이 수습을 해다 숨겨 놓 고있는지도아직은잘짐작할수가없는일이었다. (출처: 이청준, 춤추는 사제) Youngsulee那傢伙在什么地方已經神不知鬼不覺被收拾了还是藏起 来了,无法揣测.
그러나 위의 예문에서와 같이 ‘어디’ 뒤에 장소를 나타내는 명사가 함 께 쓰여 꼭 집어댈 수 없는 장소를 가리키는 경우, 여기서 ‘어디’는 ‘어 느’와 같으므로, 중국어 표현에서 ‘什么’를 쓰지 ‘哪兒, 哪裡’를 쓰지 않 는다. 다시말해, 한국어‘어디’는뒤에명사와같이쓰일수있지만중국 어 ‘哪兒, 哪裡’는 처소를 가리켜 단독적으로 쓰이며 뒤에 명사와 같이 쓰이지 못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다음은 ‘어딘가’, ‘어딘지’꼴로 쓰여 무엇이라 말하기 어려운 점을 가 리키는 지시 대명사로 쓰인 ‘어디’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11) 그녀의 말은 나직했으나 어딘가 거절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 다. (출처: 윤후명, 별보다 멀리)她的話音雖低, 但不知哪兒(/哪裡)帶著讓人無法拒絕的力量.
(12) 깨끗한 양복을 차려입었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궁색하고 초조해 있
는 낯빛이다. (출처: 박경리, 토지예문보기) 雖然穿著整潔的西服,但不知哪兒(/哪裡)還是窮酸急躁的樣子.
예문에서 ‘어디’는 추상적인 처소를 의미하며 항상 ‘어딘지 모르게’, ‘어딘가 모르게’의 구조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 중국어 표현 역시 ‘不 知哪兒(/哪裡)’의 구조로 쓰인다.
다음은 ‘어디까지나’ 꼴로 쓰인 경우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13) 이 말은 어디까지나 농담에 불과합니다. 這些話不管哪樣只是些玩笑話。
(14)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 우리 회사의 의도는 아닙니다.
這些不管哪樣只是我的個人想法而已,不是我們公司的意思。
위의 예문들에서 알 수 있듯이 ‘어디까지나’로 쓰인 ‘어디’는 처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조금의 여지도 없이 철저함이나 완전함을 의미한 다. 이때 쓰인 ‘어디’가 정도를 의미하는 면에는 ‘어느’와 유사한 용법이 보인다. 위의 예문에 쓰인 ‘어디’는 ‘哪樣’과 대응되며 ‘어디까지나’는 ‘不管哪樣’과 대응된다.
2.3. 반문(反問)용법
수사의문문이란 문장의 형식은 물음을 나타내나 답변을 요구하지 아 니하고 의미상으로는 강한 긍정이나 부정의 진술을 내포하고 있는 문장 을 말한다. 다음은 ‘어디’가 수사적 의문문에 쓰인 경우에 대하여 살펴보겠다.7)
(15) 여기가 어디라고 소란을 피운단 말이냐? 哪能在這兒這樣起哄?
(16) 이렇게 공짜로 술 먹는 게 어딘가? 還有哪能這樣喝免費的酒呢?
(17) 치열한 입시에서 5점이면 어디냐? 這麼激烈的入學考試,哪會有5分的?
예문(15)는 화자가 청자에게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함부로 하는 행동이 나 말에 대한 비난, 질책, 야단의 뜻을 표현한 것이다. 예문(16)은 ‘이렇 게 공짜로 술을 먹는 곳이 없다’는 의미를 표현하는데 서술법으로 표현 하지 않고 수사의문문으로 화자의 태도를 강력하게 표현하였다. 예문 (17)은 화자가 입시에서 5점을 받는 것이 아주 대단함을 말하는데, 마찬 가지로 수사의문문을 써서 일반 서술법보다 화자의 태도를 더 강력하게 표현하였다. 위의 예문들에서 쓰인 ‘어디’는 부정(否定), 긍정의 의미를 나타내며 수사의문문의 구조와 발화시의 어조를 통해 수량, 범위, 장소 따위가 대단함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쓰인 ‘어디’는 중 국어표현‘哪’와대응되며또뒤에는항상능원동사‘能, 會, 可, 要, 肯, 敢, 願意’ 등이 같이 쓰임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