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東海) 표기를 둘러싼 지도 전쟁이 독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독일의 지도 전문 출판사인 코버 큄멀리 프라이(KKF)가 최근 동해(Ostmeer)와 일본해(Japanisches Meer)를 병기한 세계지도를 펴내면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당초 뒤셀도르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인쇄기기 박람회인 드루파(DRUPA)에서 이 지도를 찍어 관람객에게 배포하는 행사도 기획했다. 그러나 정보를 입수한 일본 대사관 측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 외교관들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명칭을 국제 표준으로 사용하도록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한국 측 홍보에 넘어간 것"이라고 펄쩍 뛰었다. 다카히로 신요 일본 총영사는 KKF 사장과 박람회 측, 그리고 뒤셀도르프시 시장에게 이번 지도의 출판을 즉각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심지어 일본 대사관은 "변호사들을 동원해 중단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해 결국 행사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팀 코버 KKF 사장은 "일본이 항의한다고 해서 지도 원본을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버티고 있다.
독일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일본의 몸부림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기내와 공항 면세점에서 KKF가 찍어낸 대형 세계지도(1.2m×1.7m)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독일의 유력 출판사인 피셔도 올해 펴낸 "세계연감 2004"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했다. 시사 전문지 슈피겔이 발행한 세계연감에도 올해부터 남북한 관련 지도엔 동해로, 일본 항목에는 일본해로 표기됐다.
이 같은 독일 출판계와 언론계의 움직임은 우리 학계와 시민단체·정부가 적극적으로 펼쳐온 동해표기 홍보 작업이 일궈낸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